<오마이뉴스>는 7월 16일 오후 2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복잡하게 전개된 이 사건의 등장인물을 정리했다. 기억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더라'라는 식이어서는, 그 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경우, 종종 또 일어나게 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 이렇게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4.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3팀 5파트원. 컴퓨터공학과 출신이어서 컴퓨터에
밝다.
2012년 12월 11일, 그의 역삼동 오피스텔 앞에서 사건은 음지에서 양지
로 떠올랐다. 전 국정원 직원 김상욱의 제보로 야당은 그날 그곳에서 국
정원심리전단의꼬리를잡았다.
거듭 결백을 주장했던 김씨는 경찰과 국회, 검찰을 거쳐 법원에 이르자
일부혐의를인정했다.
민병주 심리전단장은 대선 직후 그에게 "덕분에 선거결과 편히 지켜봐
얼마나감사한지…"란문자를보내기도했다.
김하영잡힌꼬리
ⓒ 연합뉴스
5. 전직 국정원직원. 20년간 몸담은 조직을 걱정하는 마음에 제보를 결심했
다. 그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정보기관이 본래 모습을
되찾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김씨를 기다린 것은 소송(국
정원직원법, 공직선거법 위반 등)이었다. 1심 재판부는 그의 제보가 국정
원직원법을위반한일이라고판단했다.그러나항소심재판부는2014년7
월10일그에게'전부무죄'를선고했다.
김상욱내부를고발하다
ⓒ 연합뉴스
7. 그날 그 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김하영의 오피스텔 문을 두드
렸던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후 사건 수사를 맡았고,2013년 4월
경찰이최종수사결과를발표한직후입을열기시작했다.
'수사초기부터2012년12월16일중간발표에이르기까지김용판서울
경찰청장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그의 내부고발은 메가톤급이었
다. 하지만 김용판은 2심까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고, 권은희는 경찰
제복을 벗어야 했다. 대신 "진실을 밝히겠다"며 2014년 7·30 재보선에
출마,국회로들어갔다.
권은희문을두드리다
ⓒ 오마이뉴스권우성
8.
9. 사건당시서울경찰청장.대선을사흘앞둔2012년12월16일이례
적으로대선후보 TV토론직후인밤11시이루어진‘김하영의노트
북 분석 결과 혐의점 없다’는 내용의 중간수사발표는 그의 주도였
다.이후권은희의폭로로사건축소·은폐혐의로법정에서야했다.
그는 12월 11일 전후에 이종명 차장, 박원동 국장 등 국정원 관계
자들과 접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중간수사발표가)
시기와내용면에서최선이었는지는다소아쉬움이남는다"면서도
그에게무죄를선고했다.2심과대법원도마찬가지였다.
김용판한밤의기습발표
ⓒ 오마이뉴스권우성
10. 국정원심리전단3팀5파트가활동했던온라인커뮤니티‘오늘의유머’의운영
자.그는'오유=종북사이트'란식의국정원주장이매우부당하다고느꼈다.대
선도 지나고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억울한 사람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이호철은오유서버를샅샅이분석해국정원이사용한아이디와활
동 내용을 정확히 찾아냈다. 오피스텔사건이 오프라인에서 국정원의 꼬리를
잡은일이었다면,그의작업은온라인에서꼬리를잡은중요한일이었다.이호
철은 작업 내용을 정환봉 <한겨레> 기자에게 제공했고, 경찰과 검찰 수사에
도적극 협조했다.하지만 검찰은 그를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약식기소했
고,이씨는정식재판을청구해무죄를항변하고있다.
이호철직접나선피해자
11. <한겨레> 사회부 기자. 2013년 1월말, 김하영이 ‘오늘의 유머’에서 수많은 정치 관련
글에 찬반클릭을 하거나 댓글을 달았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보도는 '단순 의견개진'
이라며 수사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던 경찰이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는
그해 내내 끈질기게국정원사건을파헤쳐 보도했고,한국기자상대상등 각종상을
휩쓸었다.하지만국정원은눈엣가시였던그에게고소로대응했다.
정환봉불을지피다
12. 변호사 출신 19대 국회의원. 2013년 3월 그는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란제목의자료를폭로했다.원세훈의
부서장회의 발언이 담긴 자료에는 '정부비판=종북, 좌
파'란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 폭로로 국정원
사건은단순히심리전단요원들의일탈이아니라조직
의정점인국정원장의지시에따른활동이었을가능성
이매우커졌다.진의원은이후에도꾸준히 국정원 여
론공작의 실체를 파헤쳐 세상에 알렸다. 초선 여성의
원의 맹활약 앞에 국정원은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검찰은그가허위사실을유포해국정원직원김하영의
명예를훼손했다며2015년2월기소했다.
진선미
국정원장을정확히지목하다
ⓒ 오마이뉴스남소연
13.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첫 번째 검찰총장이었지만, 박근혜 정권에
의해도려내진비운의검찰총장.임명당시자신앞에있는국정원
사건을 놓고 채동욱은 ‘강단 있는 원칙주의자‘답게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는 국정원 압수수색에 이어 원세훈을
공직선거법위반혐의로기소해야한다는수사팀의 주장에힘을 실
어줬다.하지만돌아온것은'찍어내기'였다.‘혼외아들의혹'이불거
진 지 일주일만에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은 2013년 9월 30일 복잡
한표정으로대검찰청을빠져나가야했다.
채동욱비운의검찰총장
ⓒ 오마이뉴스남소연
14. 박근혜 정권에서 장수하고 있는 법무부 장관. 그는 원세훈에
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수사팀의 방침이
탐탁찮았고,사실상길목에서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방해했
다. 하지만 여론이 유리하지 않았다. 수사팀 안에서 "장관이
저렇게 틀어쥐고 있으면 안 된다"는 말마저 나왔다. 결국 ‘선
거법적용,불구속 기소'란 합의점을찾았지만,검찰 선후배와
의충돌과정에서 입은 내상도만만찮았다.이후에도 황 장관
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는 등 정권 보위에 앞
장섰고2015년6월국무총리로발탁됐다.
황교안길목을막다
ⓒ 오마이뉴스남소연
15. 원세훈후임이자박근혜정권의첫국정원장.끝내원세훈이
기소되자남재준이지휘하는국정원이나섰다.검찰기소이
후 딱 10일 만에 국정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했다.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을 포함해 모든 이슈들이
집어삼켜지는순간이었다.여기에'회의록실종사건'까지더
해지면서,국회국정조사마저수렁에빠져버렸다.회심의카
드였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남 원장은 2014년 세월호
정국에서전격경질당한다.
남재준노림수
ⓒ 오마이뉴스남소연
17. 검찰 특별수사팀이 소속된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지검장). 국
정원 심리전단안보5팀 3파트원을긴급체포하려던날,특별
수사팀장윤석열은조영곤서울중앙지검장에게보고하러갔
다. 하지만 그는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며 반대했고, 결국
윤석열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며칠 뒤 국정감사장에서 윤석
열이작심발언을쏟아내자조영곤은"정식보고가아니었다"
고 해명했다.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는 그의 해명은 불명예
퇴임하는날까지계속됐다.
조영곤
“야당도와줄일있느냐”
ⓒ 오마이뉴스유성호
18.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수석부대표 윤상현 의원은
절묘한 타이밍에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는 트위터
공작등 대선개입정황이 추가로드러나자 공개석
상에서구체적인수사정보를두번이나거론했다.
민감한 시기에중요한정보가연거푸 그의 입에서
나오자 '영등포고 후배'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
장이 출처로 지목됐다. 이진한은 수사단계부터 여
러번특별수사팀과갈등을겪었다.
윤상현과 이진한
외압에기밀유출의혹까지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유성호
19.
20. 제30대 국정원장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2009년 그가 취임하면서 국정원의 분위기가 확 달
라졌다. 원세훈은 국정홍보와 '종북좌파' 제압을 강
조했고, 그 '지시·강조말씀'은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을낳았다.하지만그는"정당한활동을검찰이왜곡
했다"고주장했다.또'국정원의선거·정치개입은오
해'라고거듭해명했다.
1심재판부는2014년9월11일그에게징역2년6개
월,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그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판단한 2심
재판부는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원세훈정점
ⓒ 오마이뉴스남소연
35. 국정원의커뮤니티공작은트위터에비하면새발의피였다.2013년10월17일,검찰은
트위터공작을전담한 심리전단 안보5팀3파트원4명을 긴급체포했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혐의점을 둔 트윗 수만 약 2200만 건에 달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121만 건을
추렸다가,다시확실한입증을위해최종적으로78만여건의글만남겼다.일베나우파
논객글을리트윗하고,그날지시받은이슈에맞춰트윗을작성해배포했던장아무개
3파트장과김아무개,이아무개,김아무개,유아무개,김아무개파트원은법정에서모르
쇠로일관했다.
심리전단 5팀 3파트
인터넷공작의핵심,트위터
ⓒ 오마이뉴스남소연
38. 새누리당 국회 국정조사특위위원들. 김진태는 자신의 후배이자 이번 사
건공소장을작성한특별수사팀진재선검사에게'좌파'딱지를붙여업무
에서 배제시켰다. 조명철은 청문회에서 "권은희 과장에게는 왜 '광주의
딸'이란말이붙냐,참이상하다"고선답변할기회조차주지않았다.김태
흠역시권은희에게"대선때문재인후보가당선되길바랐죠?"라며몰아
갔다.헌법이 금지하고 있는‘십자가밟기’ 질문이었다. 그들의수법은 헌
법무시,색깔론,지역감정이었다.
김진태·조명철·김태흠
십자가밟기
ⓒ 오마이뉴스남소연| 유성호| 이희훈
39. 사건 당시 민주당 대표.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서울광장 앞에
천막당사를차리고45일간노숙투쟁을하기도했다.꽉막힌정국
을풀기위해박근혜대통령과만난자리에서그는'채동욱찍어내
기'논란을두고박대통령에말했다."연일언론은청와대민정수
석실의불법사찰의혹을보도하는데신문은안보십니까?"
김한길
“신문도안보세요?”
ⓒ 오마이뉴스남소연
40. 대한민국제18대대통령.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왜 그런 일을 (국정원이) 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다
(.2013년6월24일).”
“국정원 댓글 의혹은 왜 그런 일이 벌어졌고, 실체가
과연어떤것인지에대해정확하게밝힐필요가있다
(2013년7월8일).”
“대선 때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활용한적도없다(2013년8월26일).“
“국정원에 지시할 위치 아니었고, 도움받은 일 없다.
지난정부에서 일어난 일을 사과하라는 것은 무리다
(2013년9월16일)."
"사법부의 판단을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사법부의 판단과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2013년 10월
31일)."
박근혜
“국정원도움받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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