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어 버블 놀이공간 (Air Bubble Playspace) 만들기
즐거운 놀이터는 공간본능을 자극한다. 일상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공간에서 반짝이는 탐색욕구.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낯선 세상을 탐험한다. 본능적으로 익숙해진 곳을 목록에서 지워가며
새로운 탐험지를 발견해간다. 그 결과 세상의 모든 놀이터는 아이들로부터 버려질 운명에 처해있
다. 아이들이 바꿀 수 없다면 그곳에서 미지의 세계는 사라진다. 아이들이 발견하거나 창조하는
공간에는 낯선 소리와 리듬,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빛과 색상, 형태와 구조가 있다. 다만 정밀한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뿐 아이들은 자신의 더듬이로 공간의 차이를 파악한다. 그럴 수 없다면 놀
이공간이 아니다.
오래 머물 수 있는 놀이터는 상상을 자극 한다. 누구에게나 똑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아이들은 각
자 상상의 공간을 다르게 덧 붙인다. 그 결과 그곳엔 수많은 상상 놀이터가 부풀어 오르고 재잘거
리는 이야기로 가득해진다. 아이들은 낮에도 꿈을 꾼다. 걷고 뛰고 앉아 있고, 놀고 있는 매순간
꿈을 꾼다. 어쩌다 어른이 되어 낮에도 꿈을 꾸지 못하게 된 우리는 아이들의 백일몽을 인정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세계는 현실과 꿈이 뒤섞여 있다. 놀이의 순간은 시간이 정지하는 몰입의 시간
이다. 현실과 꿈이 뒤섞이는 시간. 이곳에서 놀이의 시간에 균열을 내는 도시의 소음과 형태, 시
선은 차단되고 걸러져야 한다. 이러한 놀이 공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도시는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인색하다. 좁은 인도, 부족한 벤치,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쉽지 않
은 그늘, 씨끄런 소리와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차들과 압도적 건물들. 도시에는 더 많은 휴식 공
간이 필요하다. 아직 사용되지 않은 도시 유휴 공간을 찾아 새로운 쉼터와 상상의 놀이터를 만들
수는 없을까. 에어버블 놀이공간(Air Bubble Playspace)은 도시 곳곳 다른 맥락 속으로 이동하
며 우리가 기대하던 공간을 마법처럼 가볍게 만들어낸다.
(타이페이 시 고가 밑에 설치된 버블스테이션 @都市酵母)
2. (버블 스테이션 내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都市酵母)
도시에서 쓰레기로 버져지는 비닐봉투와 공기로 마법의 에어버블 놀이공간을 만들 수 있다. 바수
라마 그룹은 전세계 도시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이름을 가진 비닐 공기주머니 놀이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들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모인 비영리 단체다. 환경보호
와 재활용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유휴공간을 공공공간으로 바꾸는 예술문화적 개입을 위해 15년
동안 활동해왔다. 2001 년부터 전 세계 40 개국에서 120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잡동사니의 활
용, 공공공간,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들이 수행한 '타이페이 동네공원 뒤집
기'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에어버블 놀이공간을 만들 수 있는 지 살펴보도록 하자. 버블 스테이
션(Bubble Stati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 프로젝트는 타이페이 도시재생 프로젝트 '도시효
3. 모' 사업의 하나로 WDC 타이페이 디자인 축제 기간 동안 설치되었다.
반구형 버블 스테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우선 참여자들과 함께 도시 내 유휴공간을
탐색하고 공공공간으로 변화를 상상하도록 한다. 도시 내 비닐봉지 쓰레기가 발생하는 장소와 수
거되고 처리되는 곳들을 탐색한다. 비닐을 세척하고 건조한 후 색상별로 분류한다. 미리 도안을
나눠주고 참여자들이 비닐봉투를 정렬하게 한다. 비닐봉투를 투명 테이프로 이어붙이고 매직으
로 도안을 비닐에 옮겨 가위나 칼로 재단한다. 이때 몇 개의 면과 구조로 분할하여 제작한 후 마
지막에 하나로 이어붙인다. 버블 스테이션은 구를 이루는 여러 개의 잎새 모양의 날개, 원형의 바
닥면, 송풍기나 선풍기가 연결되는 몇 개의 공기주입관, 출입구로 나뉜다. 필요에 따라 종이를
대고 다리미로 다림질해서 펴거나, 머리 손질을 위해 사용하는 편편한 고데기로 공기가 새지 않
게 열 접착한다. 설치할 공간의 바닥을 잘 청소하고 필요에 따라 바닥 밑 또는 위에 부드러운 바
닥재를 깔 수 있다. 공기주입관에 가정용 선풍기 또는 공업용 송풍기, 주방 환풍기 등을 설치하여
바람을 불어 넣는다. 이때 미리 바닥 안쪽에 무게가 나가는 물건을 두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공업용 송풍기를 공기주입관과 연결한 후 바람을 불어넣어 비닐 돔을 부풀린다. @Basurama)
직경 8M인 반구형 버블 스테이션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좀더 살펴보자. 바닥면은 만들고자 하는
직경의 원보다 약간 크게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 테이프를 접착할 자리를 생각해 5~10cm 더 크
게 재단해야 한다. 출입구는 겹쳐서 닫을 수 있는 형태로 대략 1m ~1m 50cm 높이로 구의 옆면
을 잘라 만든다. 손상되기 쉽기 때문에 출입구 절단면을 두꺼운 박스용 테이프로 여러번 보강하
고 여기에 찍찍이나 부드러운 프라스틱 자크를 박음질해서 만든다. 공기주입관은 에어 버블 공
간의 크기를 고려해서 사방에 여러 개를 만든다. 보통 부착하는 송풍기 또는 선풍기의 크기를 고
려해서 관의 직경을 결정한다. 만약 40cm 직경의 공기주입관을 만들고자 한다면 원 둘레를 내는
공식(2x3.14x반지름)에 따라 폭 251cm(테이프 접착자리 추가), 임의 길이(대략 100~150cm)
인 직사격형 면을 우선 만들고 길이 방향으로 투명 테이프를 붙여서 공기주입관을 완성한다. 가
장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 돔을 형성하는 잎새 모양의 날개다. 잎새의 갯수는 원의 둘레 길이를 고
려해서 임의로 정할 수 있다. 앞서 직경 8m인 반구의 바닥면 둘레 길이는 원 둘레 공식에 따라 계
산하면 25.12m이다. 제법 크다. 만약 20개의 잎새 모양 날개로 만들고자 한다면 각 잎새 날개
4. 의 바닥면 길이는 대략 1m25.7cm가 된다. 뾰족한 잎새 날개를 나란히 붙여 구의 형태를 만들어
야하기 때문에 위쪽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든다. 이 값을 손 쉽게 복잡한 계산없이 구하기 위해
스타돔의 캔버스 크기를 구하는 온라인 계산기
(https://www.simplydifferently.org/Star_Dome)를 활용할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둣이
'The Calculator' 부분에서 d 빈칸에 직경(여기서는 8m)를 입력하고 'calculate' 버튼을 누른다.
버튼을 누르면 다양한 값들이 자동계산되어 표시되는 데 일단 무시한다. 좀 더 밑으로 내려가
'Leaf-like Canvas' 항목에는 'n leaves'란에 원하는 잎새 날개의 갯수를 입력한다. 'show' 항목
에서 'one' 또는 'all' 항목을 선택하고 'redisplay' 버튼을 누르면 잎새 날개의 높이와 높이별 폭
이 표시된다. 이때 접착면을 고려해 양쪽, 밑선을 5~10cm 더 길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구한
값대로 여러 개의 잎새 날개를 재단해서 이어 붙이면 구 형태 비닐막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닥면, 반구면, 공기주입관을 붙여 하나로 만들고 송풍기로 바람을 불어넣으면 완성.
에어버블 놀이공간을 반드시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반구형으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종종 길고
큰 동굴형, 상자형으로 만들기도 하고, 자유롭게 여러가지 형상으로 만들 수 있다. 색색 비닐을
사용해 패턴이나 이미지를 표현할 수도 있다. 만약 투명 비닐을 사용한 동굴형 공간이라면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우리의 공간본능은 일상과 다른 공간에서 가슴 부푼다. 버려진 비닐로 만든
투명한 동굴. 그곳에서 사람들은 다른 존재가 되어 자신을 드러낸다. 투명한 동굴 벽에 상상과 이
야기들을 그림 언어로 새길 수 있다. 마치 원시 동굴 벽화처럼. 시간과 장벽을 건너 왜곡된 모습
이라도 상관없다. 아이들은 공간 밖을 바라보고, 이 투명한 세계 밖에서 누군가 그들을 지켜보면
또 어떨까. 모험놀이가 위험을 전제 한다면, 탐색은 낯선 경험을 찾아 나선다. 아이들의 탐색을
위해 우리는 공간의 예술가와 건축가가 되어야 한다. 버려진 비닐 봉지를 이어 붙인 이곳에서 감
정의 거품이 떠 오르고 비유적 생각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어두운 밤이라면 그 안에 빛을 채우고,
때로는 음악을 채우거나 작은 풍선을 띄워 좀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
진 에에버블 놀이공간(Air Bubble Play space)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요가, 휴식공간,
영화관, 식사공간, 다실, 연주장, 임시 커피숍, 무대, 잠자리가 될 수 있고 이곳에서 수다를 떨가
나 또 다른 놀이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할 수 없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5. (코르도바 안토니와 갈라재단이 추진한 'Plastic Surrealsm' 창의력 워크숍에 설치된 에어버블
공간 @Basura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