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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갈이 장인의 자전거
자전거를 타고 과거로 여행을 나선다. 페달 굴리는 소리와 이야기가 가득한 거리에선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살갗에 직접 닿는 바람은 어느 때나 자유롭고 훈훈하다. 다리가 뻐근할 정
도로 페달을 굴려 제법 먼 시간까지 달려가본다. 자전거 타기의 신체성. 그 때문에 현대 도시인에게 자전
거는 레저장비다. 자전거는 더 이상 거리를 가득 채우는 교통수단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엉뚱한 상상
을 하며 과거로 달려가 특이하게 생긴 자전거 한대를 찾아오려 한다.
자전거 시대
핸들을 걲어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이곳은 언제쯤일까? 1975년. 사람들
은 짐 자전차에 위태롭게 높이 쌓인 짐과 흔들거리는 삶을 싣고 다닌다. 짐 받이가 큰 짐 자전차는 기름
때와 붉은 쇳녹이 절묘하게 타협한 빗깔과 탄탄한 구조에 충실하다. 사과상자며, 생선상자, 과일상자, 병
우유, 잡화, 동대문 시장에 납품할 물건을 싣고 휘청휘청 굴러가던 짐 자전차. 그것은 가난한 서민에게
화물차나 마찬가지다. 이들뿐이 아니다. 우체부와 신문배달부는 자전거 뒤에 온갖 사연과 이야기를 싣고
골목을 누볐다.
과거는 숨차게 페달을 밝아야 하는 오르막길이다. 드디어 서울 1967년. 거리엔 자전차에 공구를 싣고 다
니는 순회 장인들이 지나간다. 우산 수리공도, 양은 냄비를 떼워 주던 땜쟁이 아저씨도, 칼이나 가위를
갈아 주던 칼갈이 아저씨, 솜사탕을 마술사처럼 만들던 아저씨도 모두 독특한 리듬과 소리를 내며 손님
을 부르고 있다. 자전차는 이동하기 위한 교통수단이었고 제작공구를 실어나르는 운송수단이었다. 회전
력을 얻을 수 있는 동력전달장치이자 생산장비였다. 자전차는 가난한 이들의 소중한 생계도구였다. 자전
거의 용도는 점차 오로지 레저용으로 축소되었다. 더 이상 자전차를 몰고 나오던 장인과 상인들의 모습
은 길 위에서 찾을 수 없는 운명에 처했다.
(등받이가 높고 짐받이가 넓은 짐 자전거)
좀더 시간을 거슬러 자전거를 달려본다. 1817년 독일 바론 칼폰 드레이즈(Baron Karl von Drais) 대공
이 인간동력 실행기계(Laufmachine)로 하비 호스(Hobby Horse)라 불린 자전거를 발명했다. 그 이후
자전거에 페달과 체인이 장착되고 19세기 말까지 지금과 같은 자전거 모델이 완성되었다. 불행히도 20
세기 초 북미에서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꽤 오랫동안 자전거는 아이들과 여자를 위한 장남감으로 치부되
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자전거 판매를 위해 만들어진 포스터를 보면 여인들에게 자전거는 교외
멀리 달려갈 수 있는 자유와 낭만을 상징했다. 동시에 권리와 평등을 요구하며 싸우던 여인의 전투적 이
미지가 자전거 홍보에 사용되었다. 무엇보다 자동차를 살 수 없었던 가난한 이들에게 자전거는 20세기
벽두부터 여전히 상인과 장인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자 도구였다. 생선장사, 칼 가는 장인, 솜사탕 아저
씨, 우유 배달, 신문 배달, 우편 배달도 자전거를 이용했다. 이동 정육점은 수레가 달린 자전거를 활용했
다. 이태리 뮤제오 칼릴레오(Museo Galileo) 박물관에 전시된 자전거들을 살펴보니 소방관, 길거리 이
발사, 우산수리공, 굴뚝 청소부도 자전거를 이용했다. 아직도 동남아에서 자전거는 여전히 길거리 장인
과 상인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주요한 도구다. 이런 자전거를 요즘 필요와 상황에 맞게 개조한다면 수공
예 장인과 소박한 상인의 거리와 골목을 다시 꿈꿔 볼 수 있을까. 기술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시대
삶을 닮고 있다.
(여성 전사가 등장하는 자전거 홍보 포스터)
장터에 등장한 칼갈이
이게 왠 일일까? 장흥 용산 마실장에 칼갈이가 등장했다. 최근 귀촌한 목수였다. 장에 나와 커피를 파는
부인 옆에서 커피콩도 볶고 한 1년 칼을 갈기 시작했다. 참 묘한 조합이었다. 한 때 화가였다던 그는 인
천에서 목공방을 할 때부터 칼을 갈았다. 단골 식당 주인이 부탁한 칼을 목공용 샌딩 페이퍼로 갈아 준
일이 계기가 되었다. 소문을 듣고 칼 갈아 달라는 이웃들 요청이 늘었다. 매번 거저 해주기 힘들어 조금
씩 돈을 받다 보니 부업으로 칼을 갈게 되었다. 그 동안 칼 못갈아 체증이 생겼던 것일까. 장날만 되면 기
다렸다 집안에 있는 칼. 가위며 온갖 날붙이를 가지고 나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칼갈이 수입도 제법 짭
잘하다. 칼 하나 가는 데 3천원이다. 그는 모터가 달린 회전 연마석과 전동 샌딩 페이퍼를 사용하면 1시
간에 20자루 이상 칼을 갈 수 있다. 시급 1만원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세 그는 시간 당 6만원을 버는 셈
이다. 한 마을에 칼을 갈아준다며 갔을 때는 100여 개 넘는 날붙이가 나왔다.
요즘은 도시건 농촌이건 날붙이를 갈아 쓰는 이들이 드물다. 간단하게 칼 가는 도구를 마트에서 살 수 있
다. 하지만 제대로 날이 서도록 갈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다. 쉽게 값싼 칼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대개 굳
이 칼을 갈아 쓰지 않는다. 남편은 늘 바쁘다. 요즘은 칼 갈아 본 남편도 드물다. 버리기 아깝다 보니 집
안에는 무딘 칼들이 쌓이다 버려진다. 시골도 마찬가지. 젊은 사람이야 숯 돌에 칼이나 낫을 갈아 쓰지
만, 나이 든 독거 노인은 그마저 힘이 든다. 값싼 중국 낫은 쓰다가 날이 무뎌지면 쉽게 이곳 저곳에 땡겨
버린다.
푸드 트럭 보다 자전거
청년실업 대책인지 노점상 활성화 정책인지 푸드트럭(food truck)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그럴듯한 디자
인과 특화된 설비를 갖춘 푸드 트럭을 사고 영업 허가를 받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드는 걸까? 트럭 값을
제외하고도 개조 비용만 최소 1천 만원에서 1천 오백 만원이다. 트럭 값까지 포함하면 못해도 3천 만원
이상이다. 청년들이 도대체 얼마나 있다고? 물론 그 정도 비용을 감당할 청년이야 있겠지만 내 주변엔
그렇지 않은 청년들이 더 많다. 70년대 나의 아버지는 짐 자전거 한대로 장사를 시작했다. 산처럼 높은
짐을 싣고 동대문 시장을 향하던 위태로운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렇게 자식들을 키워준 아버지를 마음
깊이 존경하고 감사해한다. 그 당시 대다수 사람들이 자전거 하나에 기대어 장사를 했다. 청년들이 빚을
지고 푸드 트럭을 사느니 과거 그들처럼 자전거로 자신의 첫 창업을 시작해보는 것이 낫다.
청년 칼갈이 사업
옛날처럼 도시 골목 골목을 다니며 칼 가는 일은 어떨까? 의외로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노
량진 수산시장에서 칼 가는 이 수입이 무시 못할 정도다. 아직도 동대문과 남대문 주변 제봉사를 위해 가
위를 갈아주는 이들이 남아 있다. 이들이 버는 수익은 왠만한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높다. 과거 칼 갈이
장인처럼 자전거 앞에 매단 상자에 좋은 칼이나 가위를 꽂아두고 겸사겸사 팔수도 있다. 멋진 유니폼을
입고 칼이나 가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젊은 청년들이라면 좋겠다. 자전거도 장시간 작업에 편안
하게 개조하고 디자인도 멋지게 만들면 어떨까. 전화번호도 적어두어 아파트 단지에서 부르면 찾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면 또한 어떨까. 칼을 갈아 번 돈의 일부는 조합비와 소모품 비로 내고, 칼이나 가
위 판 돈은 수익을 나누는 모델로 협동조합을 만들수도 있겠다. 지역별로 자전거 보관소와 물품 보관소
를 두어도 좋겠다. 칼, 가위 등 각종 날붙이 전문점과 연계해보면 어떨까. 사소해 보이는 일들의 실상은
종종 겉보기와 다르다. 우리의 일상은 그러한 것들로 채워진 풍경이다. 사소하고 하챦아 보이는 것이라
도 잠재 수요가 크다면 무시 못할 사업이 될 수 있다. 곳곳에 늘어나는 대안장터에 나와도 좋겠다. 무수
한 사람들이 독점하려 하지도 독점할 수도 없었던 자전거 비즈니스가 엉뚱한 상상만은 아닌 듯 하다. 최
근엔 '자전거 카페', '자전거 치킨','자전거 비어 바' 같은 노점이 등장하고 있으니 자전거를 탄 장인이 다시
등장하지 말란 법은 없다. 이런 생각에 호응해 정릉시장통 몇몇 청년이 자전거 칼갈이를 해보겠다 나선
다니 기대해볼 일이다. 험한 일 한다 안쓰러워 할 일이 아니다. 겉은 멋들어지고 트렌디 한 사업 아이템
이지만 비즈니스 모델 허약한 창업보다 되려 건강하고 실속있는 일이다.
(칼갈이 장인의 자전거)
이태리 자전거 라로띠노(L’Arrotino)
기술의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려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자료들을 꼼꼼히 찾아보다 이태리 칼갈이 자전거
도면을 발견했다. 칼갈이 자전거는 자전거 페달을 돌려 연마 휠을 돌릴 수 있다. 이동할 때 뒷 바퀴에 거
는 체인과 별도로 연마석에 거는 작업용 체인과 작업용 기어세트를 별도로 가지고 있다. 작업할 때는 뒷
바퀴 체인을 페달에서 빼내어 뒤 거치대에 걸어둔다. 원형 연마석은 자전거 중앙 프레임에 얹혀 볼트로
고정하거나 아예 용접해서 부착한다. 연마휠은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교체하며 사용할 수 있다. 요즘은
기본 연마석을 그대로 두고 끼워 사용할 수 있는 연마재들이 다양하다. 교체할 수 있는 원형 띠 사포, 광
택용 빠우, 다양한 원형 숯돌, 마무리용 융 빠우 등등. 다양한 연마재를 사용할 수 있다. 연마석 위로 냉
각수를 담는 통이 달려 있다. 칼을 갈다보면 마찰열 때문에 칼이 물러지기 쉽기 때문에 종종 냉각할 필요
가 있다. 연마석 둘레로는 물이 튀기지 않도록 물 받이틀이 붙어 있다. 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이 빠지
는 배수관이 지면까지 내려져 있다. 연마석 앞에는 작은 모루가 고정된 작업대가 놓여있다. 자전거 앞뒤
에는 판매하는 칼이나 가위를 진열할 상자나 각종 공구와 소모품을 담는 상자를 싣는다. 자전거를 안전
하게 세워두기 위해 측면이나 뒷 바퀴에 안테나처럼 조절할 수 있는 지지대와 삼각 받침이 달려있다. 안
장은 오랜 작업에 적합하게 편리하고 푹신하게 만들어져있다.
(로만 스타일 칼 갈이 자전거)
최근 미국 펜실바니아에서 사업 중인 맞춤형 자전거 제작공방 Winter Bicycles는 1940년대 유행했던 라
로띠노(L’Arrotino)라 불리는 로만 스타일의 칼갈이 자전거를 참조해서 현대적 칼갈이 자전거를 만들었
다. 그들이 칼갈이 자전거를 주문받아 완성한 때는 먼 과거가 아닌 2011년이었다.
(펜실바니아 Winters Bicycles가 주문생산한 칼갈이 자전거)
칼을 가는 일은 보기와 달리 제법 숙련과 기술이 필요하다. 적당히 냉각시키지 않으면 쇠가 물러질 수 있
다. 가열된 후 지나치게 냉각하면 쉽게 날이 깨지기 쉽다. 연마도 건식과 습식으로 나뉘어진다. 날을 가
는 앞뒤 각도가 중요하고, 쇠붙이 종류에 따라 연마하거나 광택을 내는 방법도 다르다. 거친 연마재에서
시작해 서서히 더욱 고운 연마재로 바꾸어 가며 날을 세우고 광택을 내야 한다. 부엌칼이나 회칼 가는 법
이 다르고, 가위 날 세우는 법이 다르다. 미용실 가위가 다르고 재단 가위가 다르다. 날을 제대로 세울 줄
알면 좋은 칼. 좋은 가위를 볼 안목도 늘게 된다. 각종 연마광택재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연마재를
파는 곳을 찾아보니 천일연마상사(paperchunil.com/), 한국물산(www.grindingdisc.co.kr), 대원연마
(dwco.co.kr) 등 몇 곳이 나온다. 여러 사람 날붙이를 갈려면 서글서글 인상도 좋아야겠고 말재주도 좋
좋아야 한다. 정릉시장 칼갈이사업단 청년들은 또 어떤 인상과 말재주를 가지게 될까. 언젠가 그이들 칼
가는 재주가 어느 정도인지 살피러 가야겠다. 칼 갈러 나온 아줌마들 나누는 이야기는 또 어떨까. 어쩌면
그곳에 가기 전 다른 어느 곳에서 골목길을 다니며 '칼 갈아요'를 외치는 소릴 듣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
보다 이처럼 또 다시 누군가 기술의 과거를 헤메는 이를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옛 도구가 만드는 삶의 풍
경을 살펴 보고 예기치 못했던 내일을 다시 만들어가려는 엉뚱한 꿈을 꾸는 젊은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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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갈이 장인의 자전거

  • 1. 칼 갈이 장인의 자전거 자전거를 타고 과거로 여행을 나선다. 페달 굴리는 소리와 이야기가 가득한 거리에선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살갗에 직접 닿는 바람은 어느 때나 자유롭고 훈훈하다. 다리가 뻐근할 정 도로 페달을 굴려 제법 먼 시간까지 달려가본다. 자전거 타기의 신체성. 그 때문에 현대 도시인에게 자전 거는 레저장비다. 자전거는 더 이상 거리를 가득 채우는 교통수단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엉뚱한 상상 을 하며 과거로 달려가 특이하게 생긴 자전거 한대를 찾아오려 한다. 자전거 시대 핸들을 걲어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이곳은 언제쯤일까? 1975년. 사람들 은 짐 자전차에 위태롭게 높이 쌓인 짐과 흔들거리는 삶을 싣고 다닌다. 짐 받이가 큰 짐 자전차는 기름 때와 붉은 쇳녹이 절묘하게 타협한 빗깔과 탄탄한 구조에 충실하다. 사과상자며, 생선상자, 과일상자, 병 우유, 잡화, 동대문 시장에 납품할 물건을 싣고 휘청휘청 굴러가던 짐 자전차. 그것은 가난한 서민에게 화물차나 마찬가지다. 이들뿐이 아니다. 우체부와 신문배달부는 자전거 뒤에 온갖 사연과 이야기를 싣고 골목을 누볐다. 과거는 숨차게 페달을 밝아야 하는 오르막길이다. 드디어 서울 1967년. 거리엔 자전차에 공구를 싣고 다 니는 순회 장인들이 지나간다. 우산 수리공도, 양은 냄비를 떼워 주던 땜쟁이 아저씨도, 칼이나 가위를 갈아 주던 칼갈이 아저씨, 솜사탕을 마술사처럼 만들던 아저씨도 모두 독특한 리듬과 소리를 내며 손님 을 부르고 있다. 자전차는 이동하기 위한 교통수단이었고 제작공구를 실어나르는 운송수단이었다. 회전 력을 얻을 수 있는 동력전달장치이자 생산장비였다. 자전차는 가난한 이들의 소중한 생계도구였다. 자전 거의 용도는 점차 오로지 레저용으로 축소되었다. 더 이상 자전차를 몰고 나오던 장인과 상인들의 모습 은 길 위에서 찾을 수 없는 운명에 처했다. (등받이가 높고 짐받이가 넓은 짐 자전거)
  • 2. 좀더 시간을 거슬러 자전거를 달려본다. 1817년 독일 바론 칼폰 드레이즈(Baron Karl von Drais) 대공 이 인간동력 실행기계(Laufmachine)로 하비 호스(Hobby Horse)라 불린 자전거를 발명했다. 그 이후 자전거에 페달과 체인이 장착되고 19세기 말까지 지금과 같은 자전거 모델이 완성되었다. 불행히도 20 세기 초 북미에서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꽤 오랫동안 자전거는 아이들과 여자를 위한 장남감으로 치부되 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자전거 판매를 위해 만들어진 포스터를 보면 여인들에게 자전거는 교외 멀리 달려갈 수 있는 자유와 낭만을 상징했다. 동시에 권리와 평등을 요구하며 싸우던 여인의 전투적 이 미지가 자전거 홍보에 사용되었다. 무엇보다 자동차를 살 수 없었던 가난한 이들에게 자전거는 20세기 벽두부터 여전히 상인과 장인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자 도구였다. 생선장사, 칼 가는 장인, 솜사탕 아저 씨, 우유 배달, 신문 배달, 우편 배달도 자전거를 이용했다. 이동 정육점은 수레가 달린 자전거를 활용했 다. 이태리 뮤제오 칼릴레오(Museo Galileo) 박물관에 전시된 자전거들을 살펴보니 소방관, 길거리 이 발사, 우산수리공, 굴뚝 청소부도 자전거를 이용했다. 아직도 동남아에서 자전거는 여전히 길거리 장인 과 상인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주요한 도구다. 이런 자전거를 요즘 필요와 상황에 맞게 개조한다면 수공 예 장인과 소박한 상인의 거리와 골목을 다시 꿈꿔 볼 수 있을까. 기술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시대 삶을 닮고 있다. (여성 전사가 등장하는 자전거 홍보 포스터)
  • 3. 장터에 등장한 칼갈이 이게 왠 일일까? 장흥 용산 마실장에 칼갈이가 등장했다. 최근 귀촌한 목수였다. 장에 나와 커피를 파는 부인 옆에서 커피콩도 볶고 한 1년 칼을 갈기 시작했다. 참 묘한 조합이었다. 한 때 화가였다던 그는 인 천에서 목공방을 할 때부터 칼을 갈았다. 단골 식당 주인이 부탁한 칼을 목공용 샌딩 페이퍼로 갈아 준 일이 계기가 되었다. 소문을 듣고 칼 갈아 달라는 이웃들 요청이 늘었다. 매번 거저 해주기 힘들어 조금 씩 돈을 받다 보니 부업으로 칼을 갈게 되었다. 그 동안 칼 못갈아 체증이 생겼던 것일까. 장날만 되면 기 다렸다 집안에 있는 칼. 가위며 온갖 날붙이를 가지고 나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칼갈이 수입도 제법 짭 잘하다. 칼 하나 가는 데 3천원이다. 그는 모터가 달린 회전 연마석과 전동 샌딩 페이퍼를 사용하면 1시 간에 20자루 이상 칼을 갈 수 있다. 시급 1만원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세 그는 시간 당 6만원을 버는 셈 이다. 한 마을에 칼을 갈아준다며 갔을 때는 100여 개 넘는 날붙이가 나왔다. 요즘은 도시건 농촌이건 날붙이를 갈아 쓰는 이들이 드물다. 간단하게 칼 가는 도구를 마트에서 살 수 있 다. 하지만 제대로 날이 서도록 갈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다. 쉽게 값싼 칼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대개 굳 이 칼을 갈아 쓰지 않는다. 남편은 늘 바쁘다. 요즘은 칼 갈아 본 남편도 드물다. 버리기 아깝다 보니 집 안에는 무딘 칼들이 쌓이다 버려진다. 시골도 마찬가지. 젊은 사람이야 숯 돌에 칼이나 낫을 갈아 쓰지 만, 나이 든 독거 노인은 그마저 힘이 든다. 값싼 중국 낫은 쓰다가 날이 무뎌지면 쉽게 이곳 저곳에 땡겨 버린다. 푸드 트럭 보다 자전거 청년실업 대책인지 노점상 활성화 정책인지 푸드트럭(food truck)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그럴듯한 디자 인과 특화된 설비를 갖춘 푸드 트럭을 사고 영업 허가를 받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드는 걸까? 트럭 값을 제외하고도 개조 비용만 최소 1천 만원에서 1천 오백 만원이다. 트럭 값까지 포함하면 못해도 3천 만원 이상이다. 청년들이 도대체 얼마나 있다고? 물론 그 정도 비용을 감당할 청년이야 있겠지만 내 주변엔 그렇지 않은 청년들이 더 많다. 70년대 나의 아버지는 짐 자전거 한대로 장사를 시작했다. 산처럼 높은 짐을 싣고 동대문 시장을 향하던 위태로운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렇게 자식들을 키워준 아버지를 마음 깊이 존경하고 감사해한다. 그 당시 대다수 사람들이 자전거 하나에 기대어 장사를 했다. 청년들이 빚을 지고 푸드 트럭을 사느니 과거 그들처럼 자전거로 자신의 첫 창업을 시작해보는 것이 낫다. 청년 칼갈이 사업 옛날처럼 도시 골목 골목을 다니며 칼 가는 일은 어떨까? 의외로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노 량진 수산시장에서 칼 가는 이 수입이 무시 못할 정도다. 아직도 동대문과 남대문 주변 제봉사를 위해 가 위를 갈아주는 이들이 남아 있다. 이들이 버는 수익은 왠만한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높다. 과거 칼 갈이 장인처럼 자전거 앞에 매단 상자에 좋은 칼이나 가위를 꽂아두고 겸사겸사 팔수도 있다. 멋진 유니폼을 입고 칼이나 가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젊은 청년들이라면 좋겠다. 자전거도 장시간 작업에 편안 하게 개조하고 디자인도 멋지게 만들면 어떨까. 전화번호도 적어두어 아파트 단지에서 부르면 찾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면 또한 어떨까. 칼을 갈아 번 돈의 일부는 조합비와 소모품 비로 내고, 칼이나 가 위 판 돈은 수익을 나누는 모델로 협동조합을 만들수도 있겠다. 지역별로 자전거 보관소와 물품 보관소 를 두어도 좋겠다. 칼, 가위 등 각종 날붙이 전문점과 연계해보면 어떨까. 사소해 보이는 일들의 실상은
  • 4. 종종 겉보기와 다르다. 우리의 일상은 그러한 것들로 채워진 풍경이다. 사소하고 하챦아 보이는 것이라 도 잠재 수요가 크다면 무시 못할 사업이 될 수 있다. 곳곳에 늘어나는 대안장터에 나와도 좋겠다. 무수 한 사람들이 독점하려 하지도 독점할 수도 없었던 자전거 비즈니스가 엉뚱한 상상만은 아닌 듯 하다. 최 근엔 '자전거 카페', '자전거 치킨','자전거 비어 바' 같은 노점이 등장하고 있으니 자전거를 탄 장인이 다시 등장하지 말란 법은 없다. 이런 생각에 호응해 정릉시장통 몇몇 청년이 자전거 칼갈이를 해보겠다 나선 다니 기대해볼 일이다. 험한 일 한다 안쓰러워 할 일이 아니다. 겉은 멋들어지고 트렌디 한 사업 아이템 이지만 비즈니스 모델 허약한 창업보다 되려 건강하고 실속있는 일이다. (칼갈이 장인의 자전거) 이태리 자전거 라로띠노(L’Arrotino) 기술의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려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자료들을 꼼꼼히 찾아보다 이태리 칼갈이 자전거 도면을 발견했다. 칼갈이 자전거는 자전거 페달을 돌려 연마 휠을 돌릴 수 있다. 이동할 때 뒷 바퀴에 거 는 체인과 별도로 연마석에 거는 작업용 체인과 작업용 기어세트를 별도로 가지고 있다. 작업할 때는 뒷 바퀴 체인을 페달에서 빼내어 뒤 거치대에 걸어둔다. 원형 연마석은 자전거 중앙 프레임에 얹혀 볼트로 고정하거나 아예 용접해서 부착한다. 연마휠은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교체하며 사용할 수 있다. 요즘은 기본 연마석을 그대로 두고 끼워 사용할 수 있는 연마재들이 다양하다. 교체할 수 있는 원형 띠 사포, 광 택용 빠우, 다양한 원형 숯돌, 마무리용 융 빠우 등등. 다양한 연마재를 사용할 수 있다. 연마석 위로 냉 각수를 담는 통이 달려 있다. 칼을 갈다보면 마찰열 때문에 칼이 물러지기 쉽기 때문에 종종 냉각할 필요 가 있다. 연마석 둘레로는 물이 튀기지 않도록 물 받이틀이 붙어 있다. 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이 빠지 는 배수관이 지면까지 내려져 있다. 연마석 앞에는 작은 모루가 고정된 작업대가 놓여있다. 자전거 앞뒤
  • 5. 에는 판매하는 칼이나 가위를 진열할 상자나 각종 공구와 소모품을 담는 상자를 싣는다. 자전거를 안전 하게 세워두기 위해 측면이나 뒷 바퀴에 안테나처럼 조절할 수 있는 지지대와 삼각 받침이 달려있다. 안 장은 오랜 작업에 적합하게 편리하고 푹신하게 만들어져있다. (로만 스타일 칼 갈이 자전거) 최근 미국 펜실바니아에서 사업 중인 맞춤형 자전거 제작공방 Winter Bicycles는 1940년대 유행했던 라 로띠노(L’Arrotino)라 불리는 로만 스타일의 칼갈이 자전거를 참조해서 현대적 칼갈이 자전거를 만들었 다. 그들이 칼갈이 자전거를 주문받아 완성한 때는 먼 과거가 아닌 2011년이었다. (펜실바니아 Winters Bicycles가 주문생산한 칼갈이 자전거)
  • 6. 칼을 가는 일은 보기와 달리 제법 숙련과 기술이 필요하다. 적당히 냉각시키지 않으면 쇠가 물러질 수 있 다. 가열된 후 지나치게 냉각하면 쉽게 날이 깨지기 쉽다. 연마도 건식과 습식으로 나뉘어진다. 날을 가 는 앞뒤 각도가 중요하고, 쇠붙이 종류에 따라 연마하거나 광택을 내는 방법도 다르다. 거친 연마재에서 시작해 서서히 더욱 고운 연마재로 바꾸어 가며 날을 세우고 광택을 내야 한다. 부엌칼이나 회칼 가는 법 이 다르고, 가위 날 세우는 법이 다르다. 미용실 가위가 다르고 재단 가위가 다르다. 날을 제대로 세울 줄 알면 좋은 칼. 좋은 가위를 볼 안목도 늘게 된다. 각종 연마광택재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연마재를 파는 곳을 찾아보니 천일연마상사(paperchunil.com/), 한국물산(www.grindingdisc.co.kr), 대원연마 (dwco.co.kr) 등 몇 곳이 나온다. 여러 사람 날붙이를 갈려면 서글서글 인상도 좋아야겠고 말재주도 좋 좋아야 한다. 정릉시장 칼갈이사업단 청년들은 또 어떤 인상과 말재주를 가지게 될까. 언젠가 그이들 칼 가는 재주가 어느 정도인지 살피러 가야겠다. 칼 갈러 나온 아줌마들 나누는 이야기는 또 어떨까. 어쩌면 그곳에 가기 전 다른 어느 곳에서 골목길을 다니며 '칼 갈아요'를 외치는 소릴 듣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 보다 이처럼 또 다시 누군가 기술의 과거를 헤메는 이를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옛 도구가 만드는 삶의 풍 경을 살펴 보고 예기치 못했던 내일을 다시 만들어가려는 엉뚱한 꿈을 꾸는 젊은이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