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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 연안, 경계: Borderless 연안은 뭍과 물을 나누는 경계였다.  이 경계에 뻘이 있다. 뻘은 물도 뭍도 아니다. 여기서 새로움이 나온다.  여기서 지속적 삶이 나온다. 경계의 모호함. 경계의 오묘함 Borderless
히야쯔가르(2007) 몽골의 사막과 초원 지대의 경계. 여기에 나무심는 사람과 길떠나는 사람 장률의 영화 <경계>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서 나무를 심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시작된다. 모두들 점점 사막화되어가는 초원을 어떻게든 지켜보려는 헝가이의 노력이 무모하다고 여기고 더이상 삶의 터전이 될 수 없다고 여겨 그곳을 떠나지만 그는 자신의 믿음이 옳다고 여긴다. 마른 모래땅에 묘목을 심는 그의 행위는 자연에 대한 정복이나 개발과는 거리가 먼, 불가능한 믿음처럼 보인다.  안과 밖이 분명하고, 오늘과 어제가 분명히 다른 도시의 삶에서는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을 탈북자 모녀와의 갑작스런 동거가 자연스럽게 그려질 수 있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몽골의 거대한 평원이라는 자연적 배경과 이방인을 쉽게 가족 안으로 들여놓는 그들의 습속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경계에 사는 사람의 태도이기도 하다.
꼭두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머무는 인형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누군가의 죽음으로 괴로워하거나 슬픔에 잠긴 이를 위로하고 지켜주는 꼭두. 꼭두는 꼭두새벽, 꼭두배기, 꼭두머리 등과 같이 제일 빠른 시간이나 제일 윗부분을 일컷는 것으로 이쪽과 저쪽 사이에 있는 경계의 영역을 말한다. 즉 꼭두의 의미는 바로 일상적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 속하는 것, 혹은 그 경계선상에서 나타나는 환상적인 것으로 힘든 길을 가고 있는 이와 동행하는 존재이자, 그와 함께 즐거움 및 고통을 나누고 있는 존재이다.
꽃  -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길발인가 집의 안과 밖의 꽃의 향기를 음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누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도덕경 天長地久,天地所以能長且久者,以其不自生,故能長生 천장지구,천지소이능장차구자,이기부자생,고능장생 하늘과 땅은 스스로 존재하려고 애쓰지 않으므로 능히 오랜 세월 존재할 수 있다. 비려고도 애쓰지 않고 채우려고 애쓰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無爲),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을 말한다. 天地之間,其猶槖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천지지간,기유탁약호, 허이불굴,동이유출 천지지간은 텅 비어서 결코 찌그러지는 법이 없지만 절구와 피리가 속이 빈 것은 부지런히 움직일수록 많은 것을 흘리고 있으니... 절구나 피리의 '빈 자리'가 되지 말고 천지지간의 '빔'처럼 그저 찌부러지지 않으면서 고요한 그런 '빔'을 가지라는 가르침이다. 하늘과 땅의 경계는 비어있음이다. 있는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게 비어있음 이다.
오아시스 (이창동) 어른과 아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묻다 영화에서 정상인들은 '어른'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하지만 주인공 종두와 공주는 결코 그런 의미의 어른이 아니다.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를 사죄하기 위해 과일을 들고 찾아가고, 자신을 강간한 사람을 사랑한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인가? 비정상인 광인을 격리함으로서 도시는 광기로 가득차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푸코에게 있어 광인은, 그 자체가 인간적인 자질이 결여되었다기 보다는 사회의 모순과 자본주의 이론이 이들을 그렇게 규정지은 것 뿐이다. 즉 광인은 정신병원에 격리되어 권위적인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더욱 자신으로부터 소외되어버린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본질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고 조작되어진 것이다.
境界 뭍/물 초원/사막 안/밖 삶/죽음 이승/저승 아침/밤 하늘/땅 명/암 어른/아이 정상/비정상 나/당신 선/악 미/추 손/익 …
우리가 만들어 낸 모든 가치는 경계를 구분으로 만들어졌다. 경계를 없앰으로서 또는 경계를 모호히 함으로써 언어에 의해 관념화된 가치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고로 경계없음은 생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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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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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히야쯔가르(2007) 몽골의 사막과 초원 지대의 경계. 여기에 나무심는 사람과 길떠나는 사람 장률의 영화 <경계>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서 나무를 심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시작된다. 모두들 점점 사막화되어가는 초원을 어떻게든 지켜보려는 헝가이의 노력이 무모하다고 여기고 더이상 삶의 터전이 될 수 없다고 여겨 그곳을 떠나지만 그는 자신의 믿음이 옳다고 여긴다. 마른 모래땅에 묘목을 심는 그의 행위는 자연에 대한 정복이나 개발과는 거리가 먼, 불가능한 믿음처럼 보인다. 안과 밖이 분명하고, 오늘과 어제가 분명히 다른 도시의 삶에서는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을 탈북자 모녀와의 갑작스런 동거가 자연스럽게 그려질 수 있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몽골의 거대한 평원이라는 자연적 배경과 이방인을 쉽게 가족 안으로 들여놓는 그들의 습속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경계에 사는 사람의 태도이기도 하다.
  • 3. 꼭두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머무는 인형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누군가의 죽음으로 괴로워하거나 슬픔에 잠긴 이를 위로하고 지켜주는 꼭두. 꼭두는 꼭두새벽, 꼭두배기, 꼭두머리 등과 같이 제일 빠른 시간이나 제일 윗부분을 일컷는 것으로 이쪽과 저쪽 사이에 있는 경계의 영역을 말한다. 즉 꼭두의 의미는 바로 일상적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 속하는 것, 혹은 그 경계선상에서 나타나는 환상적인 것으로 힘든 길을 가고 있는 이와 동행하는 존재이자, 그와 함께 즐거움 및 고통을 나누고 있는 존재이다.
  • 4. 꽃 -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길발인가 집의 안과 밖의 꽃의 향기를 음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누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 5. 도덕경 天長地久,天地所以能長且久者,以其不自生,故能長生 천장지구,천지소이능장차구자,이기부자생,고능장생 하늘과 땅은 스스로 존재하려고 애쓰지 않으므로 능히 오랜 세월 존재할 수 있다. 비려고도 애쓰지 않고 채우려고 애쓰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無爲),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을 말한다. 天地之間,其猶槖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천지지간,기유탁약호, 허이불굴,동이유출 천지지간은 텅 비어서 결코 찌그러지는 법이 없지만 절구와 피리가 속이 빈 것은 부지런히 움직일수록 많은 것을 흘리고 있으니... 절구나 피리의 '빈 자리'가 되지 말고 천지지간의 '빔'처럼 그저 찌부러지지 않으면서 고요한 그런 '빔'을 가지라는 가르침이다. 하늘과 땅의 경계는 비어있음이다. 있는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게 비어있음 이다.
  • 6. 오아시스 (이창동) 어른과 아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묻다 영화에서 정상인들은 '어른'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하지만 주인공 종두와 공주는 결코 그런 의미의 어른이 아니다.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를 사죄하기 위해 과일을 들고 찾아가고, 자신을 강간한 사람을 사랑한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인가? 비정상인 광인을 격리함으로서 도시는 광기로 가득차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푸코에게 있어 광인은, 그 자체가 인간적인 자질이 결여되었다기 보다는 사회의 모순과 자본주의 이론이 이들을 그렇게 규정지은 것 뿐이다. 즉 광인은 정신병원에 격리되어 권위적인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더욱 자신으로부터 소외되어버린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본질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고 조작되어진 것이다.
  • 7. 境界 뭍/물 초원/사막 안/밖 삶/죽음 이승/저승 아침/밤 하늘/땅 명/암 어른/아이 정상/비정상 나/당신 선/악 미/추 손/익 …
  • 8. 우리가 만들어 낸 모든 가치는 경계를 구분으로 만들어졌다. 경계를 없앰으로서 또는 경계를 모호히 함으로써 언어에 의해 관념화된 가치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고로 경계없음은 생명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