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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Web WEB WEB
REVOLUTION
POWER SHIFT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웹혁명
김재연 지음
창조와 혁신의 생태계와
소셜 웹 유틸리티를 준비하라!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Copyright(c) 2011 by 김재연
김재연이 작성한 ‘소셜 웹 혁명: 또 한번의 권력 이동’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 표시-비영리-동
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개의 변
2010년 4월 20일에 대학생의 신분으로 우연한 기회에 내 이름을 건 첫책 ‘소셜
웹이다’를 출판하면서 느끼게 된 것 중에 하나는 대부분의 책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장된다는 것이었다. 쓴다는 행위가 상
당한 고역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이건 작가에게 매우 슬픈 일이다. 내가 낳은 아
이가 자라지도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글을 쓰
는 사람에게서 가장 큰 비극은 누군가 자신의 글을 오독한다든지 혹은 남용한
다든지가 아니라 아예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당시 내 첫책을 내줬던 네시간 출판사 사장님과 협의를 해 2010년 7월
21일에 ‘소셜 웹이다’를 온라인상에 무료 전자책으로 공개했다. 그 후 약 3년이
지난 2013년 7월 8일 오늘까지 해당 전자책은 40,500명이 읽었고, 3,773번 다
운로드됐다. 솔직히 이렇게 책을 공개한 결과가 책의 판매에 직접적으로 얼마나
도움을 줬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공개 덕분으로 내가 낳은 아
이가 조금은 더 오래동안 세상을 보았고, 내가 만든 지식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
에게 보탬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중엽 도서출판 두드림의 탁연상 대표님
의 동의를 얻어 2011년 3월 31일에 출판한 두 번째 책도 무료 전자책으로 공개
하기로 결정했다. 역시 이 공개의 덕분으로 얼마나 책이 더 팔릴 지는 알 수 없다.
그 외에 나에게 어떤 경제적 기회가 발생할 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
지 분명한 건 내 두 번째 아이역시 첫 번째 아이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개방된 인
터넷상에서 검색 가능하게 공개함을 통해 더 오랜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란 점이
다.
그리고 좀 더 넓게 생각해보면 이건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책을 위한 일이기
도 하다. 내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종이로만 존재한다면 대부분 해당 책이
절판되고, 그 종이가 썪어버리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자책으
4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로 존재한다 해도 제한된 온라인 도서 플랫폼에 한해서 공개된 책은 해당 서비
스가 문을 닫는 순간 다시 찾기는 어렵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상에서 찾을 수 있게 책을 공개해놓으면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누군가는 우연히 이 책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내 두 번째 책을 공개한 건 작게는 내 책을 더 많이 읽히게
하기 위한 행위이지만 크게는 ‘지식의 공유’란 아마존 밀림 못지 않게 우리 인류
의 미래에 중요한 보이지 않는 울창한 삼림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누
군가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적지 않고, 적은 걸 나누지 않었더라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대부분은 존재할 수 없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상대적으로 어
린 나이에 첫 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지식 공유의 숲속을 내가 유년 시절
부터 거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과거의 지식에 접근할 수 있었던 권리를
내가 누렸던 권리인 만큼 이젠 똑같은 권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허용하는 것이
정당하다. 그것이 소유권과 공유권의 균형 위에 자라온 지식의 숲을 지키고 가
꾸는 지식인으로서의 내 책임이다.
그리고 이런 소유와 공유간의 관계의 재정립은 책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미
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재산권 전문가인 마이클 헬러 교
수가 2008년에 쓴 ‘소유의 역습’에서 지적했듯이 사적 소유권의 남용은 자본주
의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를 죽인다. 자본주의를 살아 숨쉬게 하는
창조와 혁신이 기존에 존재하는 지식, 정보, 문화에 대한 접근에서 출발한다고
한다면, ‘우리 것’은 없고 ‘내 것만’ 있다고 하는 사회는 자본주의를 질식시키기
때문이다.
자신의 책에 대한 자신의 배타적 권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접근권을 같
이 인정할 때, 독자뿐 아니라 저자도, 책도, 사회도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
다. 나는 그 새로운 게임의 룰을 믿는다.
2013년 여름,
김재연
  5
목 차
추천사  6
머리말  10
서론-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13
1장	 TGiF에 떨고 있는 한국 IT  25
	 1. 싸이월드, 그 이후  27
	 2.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  37
	 3. 서바이벌 게임이 한국 IT의 미래일 수는 없다  45
	 4. 스마트폰 시장, 오픈이 답인가  51
	 5. 트위터의 낯선 친구와 만남이 필요한 이유  57
	 6. 페이스북의 정체를 말하다  61
2장	 디지털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67
	 7.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이다  69
	 8. 스타벅스에서 소셜 웹까지  77
	 9. 소셜 웹 시대를 위한 천하삼분지계를 말하다  85
	 10. 전자책이 종이책을 죽일 것인가  95
	 11. 스카이프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107
3장	 디지털의 미래는 아날로그로 흐른다  113
	 12. IT는 온라인이 아니다  115
	 13.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123
	 14. 티핑 포인트를 만드는 SNS  129
	 15. 보라빛 소만으로는 부족하다  135
4장	 디지털 혁명에 대한 오만과 편견  141
	 16. 구글은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는가  143
	 17. 페이스북은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155
	 18. 나는 소셜 미디어를 의심한다  163
결론-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IT의 미래  169
6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추천사
이제 우리도 ‘창조의 문화’를 가질 수 있을까?
류한석 소장 (기술문화연구소)
블로그 peopleware.kr 트위터 @bobbyryu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
시하고 일감을 나누어 주는 대신에,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
심을 키워줘야 한다.”
위의 글은 김재연씨가 서적의 본문에서 인용한 생텍쥐페리의 명언이다.
이 문장은 저자의 주장과 일치할 뿐만 아니라, 언제나 우리가 아쉬워하
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너무나도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
하고 있다. 더 나쁜 소식은 날이 갈수록 그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
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 경쟁한다. 아니, 경쟁해야만 한다.
한국 사회의 경쟁 수준은 가히 전 세계 최고라 할만 하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경쟁하며 평생토록 경쟁한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트위터의 팔로워 숫자나 페이스북의 친
  7
구 숫자를 놓고도 경쟁할 정도다.
단기적인 성과에의 집착, 언제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 그
리고 엄청난 순발력은 우리가 가진 강점이자 저주다. 그런 능력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한편으로 사
람들의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
한 행복지수를 보면 한국은 OECD 30개 국가 중 25위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
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좀 더
큰 비전을 통해 멀리 바라봐야 하고, 결과물만 중시하기보다는 인간을
중심에 두고 미래를 만들어 나갈 시기가 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IT 산업을 소재
로 삼아 ‘창조의 문화’를 얘기하고 있다. 그 어떤 매력적인 기술도 결국
인간을 위한 도구가 아니던가? 오픈 API 등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
니라 사람에 집중하는 저자의 관점은 중요하다. 기술적인 측면을 얘기
하는 사람은 많으나 사람, 문화를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본문 중 몇 가지 대목을 살펴보자.
저자는 싸이월드의 한계점에 대해 논하면서 ‘문화’를 언급했다. 흥미
로운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한때 싸이월드에 많은 사람이 가입했고 수없
이 많은 일촌 관계가 형성됐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싸이월드는 단지 기
능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그쳤을 뿐 유의미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
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용자가 창조와 혁신의 주인공이 되는
8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즉, 이용자가 중심
이 되어 다른 이용자와 연결되고 함께 사회의 변화를 창조해내는 문화
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성공을 꿈꾸는 인터넷 서비스라면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며 새로운 문화를 만
들어내야만 한다.
한국 정부는 2010년에 서바이벌 게임 형태로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겠다는 SW 마에스트로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저자
의 견해는 명확하다. IT는 대학입시용 수능 과목이 아니라 ‘예술’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인재를 키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본인 또한 해당
사업의 초기 자문회의에 참석하여 같은 의견을 피력하고 사업 참여를
거절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나 방식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피카소를 키울 수 없듯이 스티브 잡스 또한
그렇게 키울 수 없다. 더군다나 잡스는 개발자 출신도 아니다. 그런데
개발자들을 모아서 잡스로 키운다니, 슬로건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 사
업이다. 저자의 글을 읽을 읽으며 정부의 IT에 대한 인식 수준을 곱씹
으니 다시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저자는 전시용 이벤트나 서바이벌 게임
을 뛰어넘어 창조와 혁신을 위한 생태계와 소셜 아키텍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제도적, 기술적, 문화적 환
경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런 전반적인 내용을 저자 특유의 관점으로 다루고 있다.
  9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사회의 미래는 이용자 창조성의 중요성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의 제도적(지적재산권 등의 법
적 문제), 기술적(모바일, 태블릿 등의 창조성 문제), 문화적 환경(오픈 컬쳐의 성숙,
확산 문제)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IT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상당한 지식
과 이해를 얻게 될 것이고, IT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주
장에 동의하거나 논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라도
후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일에 급급한 나와 당신의 현실에서 더
밝은 미래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해볼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
진 일인가!
1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머 리 말
2010년 1월 국내 스마트폰의 이용자 수는 100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단 1년 새에 그 수치는 700%가 성장하여 연말에는 750만 명을
넘어섰고, 스마트폰 이용자 1천만 명의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아닌
구형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지만 그들의 약정계약
이 만료되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
가 올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인프라가 된다.
인프라는 곧 기반이라는 뜻이다. 이 기반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공급할 것이다. 작은 전구를 밝히던 전기가 전력으로 그
리고 인프라로 변화하면서 방송과 통신 같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고
발전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인프라는 어떠
한 산업을 일으켜 발전시키고, 나아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기회이고, 또 어떠한 도전일까?
이 책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새롭게 시작하는 디지털 혁명이 암
시하는, 아직 오지 않은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11
책은 우리에게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새로운 IT 강자들이 만들어 갈
IT 산업과 사회 전체에 걸쳐 일어날 혁명을 말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과 같은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가 우리 삶에 미칠 변화를 이야기한다.
영화와 음반 산업에 불어닥친 디지털 혁명이 출판, 통신 산업 등에 미칠
영향을 예견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
로 그 영향력의 무대를 확장함에 따라 나타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
망한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혁명에 대해 우리가 쉽게 판단하고, 기대
하는 부분의 맹점을 지적함으로써 다가올 미래에 대해 더욱 냉철한 분
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 새로운 기술과 서
비스가 등장한 이유와 지금 현재의 비즈니스 기회를 살펴보는 것을 넘
어서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가 이끌어낼 새로운 미래상에
호기심을 느끼는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The Evolution of The Geek
Geek은 괴짜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으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특정 분야를 좋아하고 집착하는 다소
긍정적인 의미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기술적인 분야의 Geek은 그 기술의
활용보다는 기술 자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Geek은
스마트폰의 활용성보다는 제품규격과
성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source: flowtown.com blog
www.flowtown.com/blog/the-evolution-of-the-geek
  13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닷컴의 화려한 부상이 있었고 그 후에 그보
다 더 처참한 몰락이 있었다. 우리나라만 살펴보더라도 1997년 외환위
기에 의해 침체한 경제를 닷컴이 살렸다가 다시 떨어뜨렸다. 2000년 3
월을 기점으로 닷컴 거품이 가라앉자마자 겨우 1년 만에 코스피 지수
가 5분의 1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닷컴기업에 했던 묻지마 투자의 허
상이 드러난 셈이다. 이후 IT 업계는 약발이 떨어진 닷컴 대신에 새로
운 마케팅 트렌드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미국에서 IT 트렌드를 주도하는 팀 오라일
리Tim O’Reilly가 창안한 ‘웹 2.0’이다. 그것은 ‘개방, 공유, 창조’의 패러
다임에 기초한 웹 진화론이다.
웹 2.0 패러다임을 통해 오라일리가 주장하는 바는 분명하다. 닷컴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개방, 공유, 창조의 패러다임을 공통의
DNA로 갖고 있다. 따라서 살고자 하는 기업은 이 흐름에 동참해야 하
중요한 건 스마트폰 이 아니다중
14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고, 그렇지 못하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자멸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은 사실일까? 오라일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언급
하고 있지만, 그 잘 나가는 웹 2.0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은 오래된 닷
컴기업이다. 그리고 웹 2.0 기업 축에 끼지도 못하면서 2010년 현재 미
국 IT 기업 1위에 오른 애플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이팟, 아이폰, 아
이패드로 연속 홈런을 터뜨린 애플은 2010년 상반기에 시가총액 약
2,220억 달러를 기록하며 명예의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애플이 마이크
로소프트를 제친 것은 1989년 이후 최초의 사건이다.
학술적으로 봐도 웹 2.0은 문제가 많다. 개방, 공유, 창조의 패러다
임은 사실상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이 처음 탄생
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특징이다. 더구나 그 말 자체도 너무 애매하다.
무엇을, 어떻게, 왜 개방하고 공유하고 창조할 것인가. 이것을 한마디
로 ‘열고 나누는 정신’으로 요약해버리면 이상理想·종교·철학 등과 비슷
해져서 적용하지 못할 곳이 없다. 지난 수년 동안 불었던 웹 2.0 열풍은
이와 같은 ‘애매함’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엔 이 웹 2.0이란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거품이 빠진 것
이다. 닷컴과 마찬가지로 웹 2.0의 효용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대신 등장한 단어가 스마트폰이다. 모바일이 대세란다. 그리고 모바일
과 연계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를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고 만다.
재미있는 것은 웹 2.0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의 정체도 애매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란 무엇인가. 그 정체는 아이폰인가? 갤럭시S인가?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15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사람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스마트’가 어떻
게, 왜 ‘똑똑한’ 것인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  
이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닷컴, 웹 2.0,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이어
지는 IT 혁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이름도 다르고 배경도 다
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이번엔 다르다’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닷컴은 실패했지만 웹 2.0은 뜰 것이고, 웹 2.0이
잠잠해져도 스마트폰은, 모바일은 대세가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하버드대 교수 케네스 로고프와 메릴랜드대 교수 카르멘 라인하트
는 지난 800년간 66개국에서 일어났던 금융의 흐름을 연구하여 일정
한 패턴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
ent’라고 믿기 시작하면 붐이 일어나고 거품이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그
들이 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폰이 대
세라고? 이번엔 정말일까?”
좀 더 큰 틀, 역사를 통해 생각해보자.
2003년 5월, 미국 IT 업계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한 편의
논문 때문에 떠들썩했다. IT 평론가 니콜라스 카가 쓴 그 논문은 제목
부터 도발적이었다. 〈중요한 건 IT가 아니다IT Doesn’t Matter〉(92쪽 참조)
이 논문에서 니콜라스 카는, 에디슨이 실험실에서 발명한 전기가 사
회를 지탱하는 전력이 된 것처럼 이제 IT도 사회적 인프라가 되어가고
16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This Time Is Different:
Eight Centuries of Financial Folly
Kenneth S. Rogoff, Carmen M.
Reinhart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9.09)
이번엔 다르다
케네스 로고프, 카르멘 라인하트 지음
다른세상 (2010.08) press.princeton.edu/titles/8973.html
book.naver.com/bookdb/book_
detail.nhn?bid=6331543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17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IT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면 순식간에 사회 전
체로 확산하는 특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제안한 ‘무어의 법칙
Moore’s Law’(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 증가한다)에 따르면 IT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반도체 집적회로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성능
은 향상되고 가격은 내려간다. 카는 이런 현상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IT 영역에서 새롭게 탄생한 기술이, 그 기술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독점 기술proprietary technology’ 상태에 머
무는 시간은 아주 짧다. 독점 기술이 탄생하면 수많은 경쟁자가 그 기
술을 모방하게 되고, 이런 기술들이 확산하여 ‘기반 기술infrastructure
technology’로 변신하는 순간 - 그 기술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이제 니콜라스 카의 논리를 따라서 스마트폰 시장을 바라보자. 우리
는 무엇을 예측할 수 있을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4와 갤럭시
Does IT Matter?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Corrosion of Competitive Advantage
Nicholas G. Carr
Harvard Business Press (2004.04)
www.amazon.com/Information-Technology-Corrosion-
Competitive-Advantage/dp/1591394449
18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S의 성능을 시시콜콜 비교하고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플랫폼 경쟁
에 자극을 받아 심각하게 토론을 벌인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인 시기는 아주 짧을 것이다. 시장성이 확인된 제품에
경쟁이 불붙음으로써 시장이 확대되면 어느 순간 스마트폰의 가격은
급락하고 빠른 속도로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다. 그
렇게 되면 내가 가진 스마트폰은 누구나 가진 스마트폰 중 하나일 뿐이
다. 스마트폰은 이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
이 ‘가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마트폰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많
은 가치를 일상 속에서 창조했다. 아침에 일어나 일기 예보를 꼼꼼히 챙
겨볼 수 있으니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는 일이 줄어들었다. 구글 지도 덕
분에 처음 가보는 길도 헤매지 않을 수 있고, 낯선 곳에서도 포스퀘어
와 같은 지역기반 서비스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추천하는 괜찮은 음식
점을 찾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이메일을 체크하고 트위터
를 쓰는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인다. 스마트폰 이용자
끼리 주고받는 무료문자나 무료통화의 매력도 빠뜨릴 수 없다.
스마트폰은 가치가 있다. IT도 마찬가지다. 비록 무어의 법칙이 적용
되어 신기술의 효과가 급감한다고 할지라도 IT 혁명이 우리의 삶에 많
은 편리를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다. 카도 IT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 사실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독점 기
술’이 ‘기반 기술’로 변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적 장치였다.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19
  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남들이 하는 대로 스마트폰
을 사서 트위터 계정을 등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무엇을 해
야 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자.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 현재를 바라보았
을 때 스마트폰의 성능을 시시콜콜 비교하며 따지는 모습을 현명한 행
동이라고 생각할까? 아니 10년씩이나 기다릴 필요도 없다. 지금으로부
터 20여 년 전 최초로 PC 붐이 일어났을 때를 떠올려보자. 당시 PC 사
용자들은 PC를 구성하는 각종 하드웨어의 규격과 성능을 꼼꼼히 분
석하고 비교하며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일
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물론 지금 당장 PC를, 스마트폰을 사야 한다면 어느 정도 필요한 질
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기기의 성능 정도가 아니라 비즈니스와 사회의
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더 크고 깊은 질문’을 생각해야 한다.
전구가 전기가 되는 순간, 전기가 전력이 되는 순간, 전력을 누구나
어디에서나 언제나 쓸 수 있게 되는 순간, 통신 산업이 탄생했다. 그리
고 통신 산업에 기초한 방송 산업, 방송 산업에 기초한 새로운 문화와
생활방식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제 스마트폰은, 이 디지털 혁명은 무
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것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다.
그 질문에 어울리는 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단적으로 이야기
하면, 그 답은 ‘사람’이다. 멀리 내다보면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2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불과 1년만 지나도 우리는 아이폰4나 갤럭시S가 아니라 다른 어떤 스
마트폰을 쓰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
을 쓰는 ‘사람’이다. 스마트폰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는 IT가 전기처럼 또 하나의 인프라가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은 전기와는 사정이 좀 다르다. IT는 전기와 달리 그것을 사용하는 사
람의 능력에 따라 활용도가 크게 달라진다. 똑같은 인터넷도 단순한 오
락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고 고급 정보를 획득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이 ‘스마트’하려면 사용자가 스마트폰의 기능을 이
해하고 다양한 앱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지점
에서 출발하여 문제의식을 느껴보자. 현재 일어나고 있는 IT 혁명에 대
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지금 IT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폰과 같은 스
마트폰 때문일까? 아니다.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원인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했기 때문에 IT 혁명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했기 때문에 IT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IT 혁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스마트폰을 넘어서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을 이해
해야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과 월드
와이드웹이 등장하기 시작한 초기에 그 많은 사람이 돈도 되지 않는 플
랫폼의 발전을 위해 왜 그렇게 노력했을까? 서로 연결하여 함께 하고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21
싶은 인간의 욕구 때문이었다. 국가를 중심으로 한 정치, 경제 시스템
에 가려진 그 욕구가 지구촌의 인터넷 혁명을 주도해왔다.
예일대에서 세계화와 관련된 문제를 연구하는 〈예일 글로벌 온라인
매거진Yale Global Online Magazine〉의 편집장 나얀 챤다Nayan Chanda
가 말한 것처럼, 미국이 최초의 통신위성을 쏘아 올린 1961년에 ‘세계
화Glovalization’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선사시대에는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빙하기 이후 전 세계로
흩어졌던 인류가 하나로 합쳐지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
며 그 시도는 끓임 없이 이루어져 왔다.
MIT 미디어랩 설립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말한 것처럼,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더디게 진행되
던 발전이 지금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월드와이드웹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바탕으로 전과 비할 수 없는 폭발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
람들이 서로 하나가 되고자 하는 욕구의 변천사를 이해한다면 더 많이
Being Digital
Nicholas Negroponte
Vintage (1996.01)
디지털이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지음 | 백욱인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1999.03)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94467
2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더 빠르게 더 편하게 하나가 되고자 하는 스마트폰 열풍은 ‘충격’이 아
니라 ‘예고된 사건’이다.
  
그렇다면 이 스마트폰 대세론 속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유행 따라 스마트폰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는 만족할 만
한 답을 얻을 수 없다. 변화의 결론이 아니라 원인을 봐야 한다.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람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의 흐름
에 주목해야 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스카이프, 포스퀘어, 그루폰 등 소위
요즘 잘 나간다는 기업들, 시장과 산업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리더들
은 무엇이 다른가. 그들이 다른 점은 ‘보는 관점’이다. 우리가 그들이 만
들어놓은 결과물에 경탄하고 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을, 혁신을
가능케 한 것이 무엇인지 보고 있다. 그것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다.
미래를 만드는 주체의 잠재된 수요와 욕구를, 그리고 그것을 통해 꿈틀
거리며 움직이는 시장의 변화를 읽는 것이다. 아직 상식이 되지 않은 변
화의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이 그들의 다른 점이다.
애플이 성공한 원인은 아이폰을 개발했기 때문이 아니다. 구글이 위
대한 기업이 된 것은 애드센스로 인터넷 광고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
아니다. 《갈매기의 꿈》에 등장하는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처럼 그들은
멀리 보는 법을 배웠기에 높이 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23
우리와 그들의 격차는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 ‘비전의
차이’다.
증권가의 신화, 워런 버핏은 월스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진 오마하에
은둔한다. 시장의 비이성적 열기에 파묻혀서는 그 변화의 ‘맥’을 읽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의 지혜를 빌린다면, 모두가 스마트폰에 열
광하고 있는 지금, 잠시 그 열기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서 큰 그림을 보
며 앞으로의 행보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이보 전진하기 위한 일보 후퇴
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은 IT 혁명을 이끄는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필요
에 맞춰져야 한다. 사실 그것이 더 야심 찬 과제다. 최후에 웃는 자가 되
고 싶다면 거기까지 생각해야 한다. 스마트폰 정도가 아닌 21세기 지식
경제사회의 패권을 가늠할 큰 전쟁에서 승리할 승부수, 글로벌 무대에
서 강호의 고수들과 진검승부를 할 수 있는 우리만의 ‘진정한 경쟁 우
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25
TGiF에 떨고 있는 한국 IT
제1장
The 2010 Social Networking Map
2010년판 소셜 네트워크 지도. 페이스북, 하보,
트위터, 유튜브, 아이폰 앱 등이 돋보인다.
source: flowtown.com blog
www.flowtown.com/blog/the-2010-
social-networking-map
  27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말은 이제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이 된 것 같다. 그
대신에 요즘 유행하는 말은 TGiF(Twitter, Google, iPhone, Facebook)다.
글로벌 IT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질 것 같은 조바심
에 4~50대 직장인들도 관련 강좌를 수강하며, 달리는 열차의 마지막
칸이라도 타보려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트위터, 구글, 애플, 페이스북. 하드웨어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최신 유행과 추세를 살펴봐도 그 중에서 우리가 선도하는 것은 없다.
하드웨어 영역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화들짝 놀란 마음은 서비스 영역
에서 선풍을 일으키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마음이 서늘해진다.
2009년 말에 애플의 아이폰이 들어온다고 할 때만 해도 다들 설
마 설마 했지만, 그 ‘설마’가 ‘충격’으로 다가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삼성과 LG가 기존의 피쳐폰 시장에서 보여주었던 힘
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EBS 산업뉴스의 기사를 보
이월드, 그 이후
싸
싸
28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면 2009년 3분기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는
39.9%, RIM은 20.8%, 애플은 17.7%를 차지해 1, 2, 3위에 올랐다. 반
면에 삼성과 LG의 점유율은 3.2%와 0.2%에 불과하다. 한국이 경쟁력
을 가지고 있던 피쳐폰 시장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설파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해당하는 스마트폰에 의하여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검색엔진과 운영체제 등 강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온라인
광고 시장의 거의 절반을 점령한 데다가 고유의 ‘개방형’ 기업 정신과
비전, 전략으로 무장한 구글 정도면 모를까,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
고 있는 애플과 경쟁할 기업을 국내에서 찾아보긴 어렵다.
그나마 삼성은 2010년 상반기에 소위 아이폰의 대항마라는 갤럭시
S를 내놓을 수 있었다. 스펙 차원에서는 아이폰4에 밀리지 않았고, 통
신사와 언론의 전폭적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때마침 아이폰4의 수신
율 불량 문제가 불거지는 행운도 겹쳤다. 덕분에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
The Innovator's Dilemma
Clayton M. Christensen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1997)
성공 기업의 딜레마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지음
모색 (1999.09)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80495
싸이월드, 그 이후  29
점유율은 다소 높아졌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기술력이나 자본력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새
로 나온 제품과 서비스를 열심히 따라잡으려고 해도 이미 혁신의 패러
다임을 선점당한 상태에서 ‘뒷북치기’ 이상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스
마트폰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들은 이미 그 ‘다음’을 생각하고 있을 테
니까.
이런 암울한 전망은 하드웨어를 넘어 서비스 영역, 그중에서도 꽃이
라고 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봐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를
장악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국내에서도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높이
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싸이월드와 같이 국내 시장을 장악한 기존의 서
비스가 버티고 있어 아직은 괜찮다고 하지만…… 과연 안전한 것일까?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배운 교훈 중 하나는, 그 ‘설마’가 ‘진짜’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0년 8월 2일 조선일보는 스마트폰을 보유한 직장인 10명 중 8명
이 트위터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보도했다. 트위터가 스마트폰 이용자
들의 정보 소통의 주요한 통로로 등극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스
마트폰의 보급률 확대와 함께 더욱 심해지고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국내 트위터 이용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고, 2011년 1월 18일 트위터
는 드디어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페이스북은 더욱 눈부시다.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시작
한 것은 트위터보다는 조금 늦었다. 하지만, 국내 트위터 이용자 숫자가
200만 명에서 주춤한 사이 2010년 초에 50만에 불과하던 페이스북의
3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이용자 숫자는 2011년 1월 360만 명을 넘어서면서 싸이월드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국내에서 페이스북은 트위터보다는 좀 늦게 발동이 걸렸지만, 이용
자 숫자의 증가 속도는 오히려 더 빠르다. 페이스북은 2010년 초에 50
만이던 이용자 숫자가 상반기가 지나자 100만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기 의식을 가지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싸이월드 이후, 왜 또 다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신화를 만들
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소셜 네트워킹은 ‘서비스’가 아니라 ‘문화’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업체가 무언가를 ‘주고’ 이용자들은 그것을 ‘받는’
개념이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킹의 이용자들은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
지 않는다. 그들은 창조하고, 공유하고, 그리고 확산시킨다.
예를 들어, 가장 잘 나가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중 하나인 트위터
가 한 일은 무엇인가. 그들이 한 일은 사람들이 140자로 상호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 뿐이다. 그 플랫폼이 서비스로 보이는 이유
는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상호 작용인 ‘열린 문화open culture’ 덕분이다.
소셜 네트워킹을 ‘서비스’가 아니라 ‘문화’로 인지한다면, 최근에 변
화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사고의 역전’이 일어
난다. ‘서비스’의 개념으로 소셜 네트워킹을 바라보면 이용자들의 ‘소비’
에 초점을 두게 되지만, ‘문화’의 개념으로 소셜 네트워킹을 바라보면
이용자들의 ‘창조’가 눈에 들어온다.
싸이월드, 그 이후  31
  
싸이월드는 소셜 네트워킹 ‘문화’였을까? 나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
각한다. 싸이월드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플랫폼
을 제공했다. 그래서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던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
이 싸이월드를 찾아왔다. 사람들은 일촌을 맺고 그 일촌은 확장됐다.
도시화에 견줄 수 있는 인터넷화, 도시민의 아파트화에 견줄 수 있는
네티즌의 싸이월드 일촌화였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오프라인의 인간관계를 거의 그대로 재
현하여 온라인 일촌을 구축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다음은?
‘그다음은?’이라는 질문과 허전함은 ‘싸이월드, 그 이후’를 예고하고
있었다. 싸이월드가 추락한 이유는 ‘일촌, 그다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 = 일촌’. 하지만 그다음은 무엇인가?
웹을 ‘참여 중심’의 플랫폼으로 바라본 《소셜 웹 기획》에서 조슈아
포터는 많은 사람들이 소셜 웹social web에서 ‘사람’에만 집중하고 그
Designing for the Social Web
Joshua Porter
New Riders Press (2008)
소셜 웹 기획
조슈아 포터 지음
인사이트 (2008.11)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5012981
3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사람들을 묶어주는 ‘매개체’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슈아의 지적을 받아들여 싸이월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 일
촌은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그 일촌과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
에 싸이월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일촌과 도토리를 주고받
기 위해서 싸이월드를 해야 하는가? 싸이월드는 그 이상의 어떤 새로
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미국의 소셜 웹 생태계에서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흥미로운 현상 중
‘커피 파티 운동Coffee Party Movement’이 있다. 이것은 소셜 웹에 기반
을 둔 다소 보수적인 시민운동인 ‘티 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에
반발하여 한국계 미국인인 애나벨 박Annabel Park이 시작한 진보 성향
의 시민운동이다. 이 운동은 2010년 1월 26일 페이스북에 팬 페이지
www.facebook.com/coffeeparty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는데, 뜻밖에 많은
사람이 호응을 보이면서 들불이 번지듯이 퍼져 나가 불과 6주 만에 15
만 명이 넘는 팬을 확보했다(en.wikipedia.org/wiki/Coffee_Party_USA).
이 풀뿌리 시민운동의 취지는 간단하다. 의료보험법 개혁과 같이 중
요한 문제에 대해서 침묵만 하지 말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실 때처
럼 의견을 나누고 뜻을 모아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 파티 운동의 좌우명은 ‘일어나자, 잠에서 깨자!Stand Up, Wake Up!’
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흥미로운 일이 싸이월드에서는 일어
날 수 없을까? 아니 싸이월드에서는 왜 이와 같은 거대한 사회적 움직
임이 시작되지 못할까?
싸이월드, 그 이후  33
싸이월드가 한 가장 위대한 일은, 싸이월드에 수많은 사람을 가입시
켜 수많은 일촌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그다음은? 싸이월드에서
조슈아 포터가 말한, 사람을 묶어주는 ‘매개체’는 무엇이었나? 싸이월
드는 그 매개체를 형성하기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소셜 네트워킹은 ‘서비스’가 아니라 ‘문화’다.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
될 때가 아니라 문맥과 경험이 창조될 때, 그래서 지식과 정보가 새롭고
특별한 의미로 피어날 때 소셜 네트워킹의 생명력은 샘솟고 선순환을
이루며 자생적으로 발전한다.
Coffee Party Movement
페이스북에 개설된 커피 파티 운동의 팬 페이지.
웹사이트 주소는 www.coffeepartyusa.com이다.
www.facebook.com/
coffeeparty
34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이야기가 길어졌다. 핵심은, 소셜 네트워킹 생태계의 중심이 서비스
제공업체가 아니라 ‘이용자’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용자는 서비스를 ‘수
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혁신의 대가,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에릭 폰 히펠은 이용자 혁신에
대한 명저 《혁신의 민주화》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선도 이용자lead user’
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용자의 10~40%가 선도 이용자 그룹에 속하는
데, 그들은 R&D 센터가 하는 것보다 더 많은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처럼 이용자는 언제나 ‘창조와 혁신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이용자의, 이용자에 의한, 이용자를 위한 세상’을
열고 있다. 기업이 소비자를 창조하는 시대에서 이용자가 또 다른 이용
자를 창조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싸이월드는 일촌으로 ‘사람’이란 열쇠는 찾았지만 그 열쇠로 ‘매개
체’의 방을 열지는 못했고, 미니미라는 ‘플랫폼’은 만들었지만 그것으로
소비의 패러다임을 넘는 창조의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싸이월드, 그 이후’가 막혀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싸이월드를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개방형’ 시스템
과 비교하면서 ‘폐쇄성’ 문제를 언급한다. 물론, 폐쇄성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싸이월드를 개방형 시스템으로 바꾼다고 해서 트
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경쟁력’은 ‘경쟁 우위’에서 나온다. 싸이월드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처
럼 ‘개방형’으로 변화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으로 경쟁에
싸이월드, 그 이후  35
Democratizing Innovation
Eric Von Hippel
The MIT Press (2005.03)
www.amazon.com/Democratizing-
Innovation-Eric-Von-Hippel/dp/0262720477
이 책의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web.mit.edu/evhippel/www/books.htm
서 이길 수 있는 ‘전략적 자산strategic asset’을 획득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싸이월드만의 고유한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떤 패러다임을 선점
해야 할까? 조심스럽지만, 그 답은 사람을 넘어선 ‘매개체’, 그리고 플랫
폼을 넘어선 ‘창조의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생텍쥐페리가 말한 것처럼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누어 주는 대신에 저 넓
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야” 한다. 우리는 사람을 넘어
서 ‘매개체’, ‘창조’, 넓고 끝없는 ‘바다’를 봐야 한다.
싸이월드는 물론이고 현재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그다음은, 사람
들을 ‘광장’에 불러모으는 것 이상일 것이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인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서비스 이상의 그 ‘무엇’일 것이다. 거기에
서 ‘싸이월드, 그 이후’를 생각해보자.
  37
우리의 싸이월드가 ‘인터넷 신화’에서 ‘추억의 그때 그 서비스’로 전락
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애플, 그 이후’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었다. 빌
게이츠가 PC 혁명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이 자연스럽게 잊혀진 존재,
풍운아 스티브 잡스였다.
그리고 왕이 귀환했다. 영원할 것 같던 PC 혁명이 쇠락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디지털 혁명은 빌 게이츠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를
택했다. 빌 게이츠가 설파했던 ‘변화의 속도’를 주도한 것은 MS가 아니
라 애플이었고, 이제 스티브 잡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왕의 귀환’은 비유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처음부터 왕이었
고, 왕이 되고자 했다. 맥킨토시를 통해 진정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를 구현할 때도, 아이튠즈iTunes를 통해 디지털 음악 상거래의 생태계
를 구축할 때도, 아이폰을 통해 통신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을 재편
성할 때도 잡스는 늘 ‘왕’을 목표로 했다.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고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잡
38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그 법칙으로 새로운 시장의 질서를 만들어냈다.
잡스의 화려한 귀환은 마니아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의 주목을 받
았다. 애플이 발표하는 제품마다 세상을 바꾸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듯
하니 ‘애플교 교주’ 잡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디자인 중심 경영 그리고 인문학
과 기술의 접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잡스 본인도 이야기했지만, 인문학 중심 대학인 리드에서의 학습과
젊은 시절 동양 철학과 사상에 탐닉했던 경험이 그의 독특한 IT 세계
관을 구축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CEO들
도 동양 사상을 학습하면 혹은 인문학과 기술을 결합한다면 잡스와 같
은 경영과 혁신을 일궈낼 수 있을까?
  
이 질문의 요점은 잡스 신화의 핵심이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에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지 묻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디지털 혁
명에서 진정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큰 그림의 단서’를 하나 잡
게 된다. 잡스가 인문학을 사업에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는지는 잘 모
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현실적인 인간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기술을 보완하여 혁신을 완성해왔다는 점이다.
사실 잡스가 ‘최초’로 만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
이스, 디지털 음악의 상거래 생태계, 그리고 스마트폰에 의한 통신 혁명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  39
까지 모두 누군가가 먼저 시도했던 것이다. 잡스가 한 일은 다른 사람이
창조한 기술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대중적인 성공으로 이끈 것
이다. 그것도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무려 세 번이나. 지금은 아이패드와
애플 TV 등을 통해 미디어 산업의 정복이라는 네 번째 도전에 나서고
있는데,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트머스 대학의 비제이 고빈다라얀 교수가 발표한 《혁신의 다른
면》을 읽어보면 올스테이트Allstate, BMW, 팀버랜드Timberland, 그리
고 누코Nucor 등과 같은 기업들의 사례를 연구했더니 경영 실패의 원인
은 혁신innovation의 부족이 아니라 실행력execution의 부족에 있다고
한다. 잡스가 세계 최초의 발명품을 개발하거나 사업 모델을 고안하지
않고도 연달아 성공한 원인을 그의 이론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잡스가 지극히 기술적인 분야에 인문학적 요소를 도입하여 성공했
다는 이야기는 틀린 것은 아닐지라도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승자에게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이유를 붙여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별개의 것이며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The Other Side of Innovation
Vijay Govindarajan
Harvard Business Press (2010.09)
www.amazon.com/Other-Side-Innovation-
Execution-Challenge/dp/1422166961
4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잡스 신화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아이튠즈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
튠즈가 성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인간 중심적인 상거래 시스템 덕분이
었을까? 아이튠즈의 성공 사례에는 잡스가 할리우드 유배 시절에 배운
‘현실적 균형점’이라는 지혜가 숨어 있다.
21세기 초에 p2p 파일공유 기술peer to peer file sharing technology
이 등장하자 음반업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당시 음악 산업은 카세트
와 CD 매체에 음악을 담아 판매하는 전통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즉, 음악 산업의 주요 ‘수익원’은 ‘복제’라는 ‘가치’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 상업적 유통망과 수익 구조를 우회하는 새
로운 방법이 p2p 파일공유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다. 자유롭게 이용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서 파일을 공유하는 기술이
음악 산업을 떠받치는 가치를 위협하게 된 것이다.
음악 산업계의 처지에서 보면 당연히 전쟁의 시작이었다. 자신들의
수익원을 갉아먹는 p2p 파일공유 기술은 절대 용납할 수가 없으니까.
음악 산업계와 p2p 파일공유 기술을 이용하려는 서비스 업체들은 초
기의 p2p 파일공유 기술부터 시작하여 그 기술의 정점에 도달한 서비
스 ‘냅스터Napster’를 지나 법정 공방의 핵심에 있었던 ‘카자Kazza’에 이
르기까지 치열하게 부딪히며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문제는 파일공유가 준법이냐? 위법이냐 하는 갈등을 넘어
서는 큰 이슈였다. 음악의 디지털화에 의한 음악 산업의 변화, 그에 따
른 사회적 변화를 놓고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디지털 시대에서는 파일을 복사,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  41
공유하는데 드는 비용이 ‘0’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할 때 한계생산비용
이 ‘0’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그 가격은 한계생산비용
에 수렴하여 ‘0’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DRM(디지털 콘텐츠 권리 관
리) 같은 기술적 제한을 걸고 저작권법 강화 같은 법적 방어를 통해서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 behavior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게다
가 파일공유 기술은 동시에 문화적, 정치적으로 기존의 상업적 유통망
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개방과 공유, 참여의 장을 만들어내며 소
위 웹 2.0 정신의 서곡을 울린 바 있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무
시하고 이들을 단순히 위법 대상으로 조치할 수 있을 것인가?
문을 닫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했던 냅스터와 달리 카자는 이
같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해와 지지에 힘입어 법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카자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카자의 ‘오픈’ 비즈
니스 모델은 무한한 자유를 약속하는 바람에 통제의 한계를 가지고 있
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직이 방대해지고 중심축을 잃은 카자는 곧 쓰레
기 더미와 비슷한 곳이 돼버렸고, 경영진은 카자를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음악 산업계도 기대했던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p2p 파일
공유 기술을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소송을 제기하여 위협
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 역시 지쳐 버렸다. 개방
과 공유의 오픈 컬쳐가 디지털 세계의 질서로 정착되고 있기 때문에 장
기전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잡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변화에 저항하는 데 지친 음악업계
4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와 지저분해진 p2p 기술 서비스에 넌덜머리가 난 이용자들에게 깔끔
하고 세련된 절충안을 제시했다.
콜롬비아 로스쿨의 통신법 전문가인 팀 우가 《인터넷 권력전쟁》에
서 지적한 대로 잡스의 절충안은 음악 산업계의 오프라인 권력은 그대
로 유지하되 온라인에서는 변화를 시도한 것이었다. 오프라인에서 판
매하는 음악 CD 한 장의 가격은 변화가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음악을
곡 단위로 판매하여 소비자가 내는 비용을 크게 낮추고 서비스, 네트워
크, 하드웨어 등을 긴밀하게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잡스
의 해법은 새롭고 충격적인 것이 아니라 새롭고 충격적인 일을 좀 더 세
련되고 보수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잡스는 역설적으로
‘보수적 혁신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잡스는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의 귀는 혁명가의 웅변과
대중의 잡담을 모두 들을 수 있으며, 혁명가의 이상으로 대중의 소비를
만족하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잡스의 인문학은 고매한 철학이 아니라
‘할리우드 정신’이다.
Who Controls the Internet
Jack Goldsmith, Tim Wu
Oxford University Press (2006.03)
인터넷 권력전쟁
잭 골드스미스, 팀 우 공저
뉴런 (2006.11)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2531946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  43
따라서 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혁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그가
할리우드에 가서 무엇을 깨닫고 실리콘밸리로 돌아왔는지, 과거의 이
해관계와 혁신의 가치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와 균형을 추구했는지 배
워야 한다. 만약 잡스에게 인문학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IT 현실주의’
일 것이다. 우리가 잡스에게 교훈을 얻어 디지털 혁명에 대한 우리 나름
의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면 이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이상의 날개는 현실의 대기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45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디지털 혁명을 위한 큰 그림을 구체적으
로 그릴 수 있을까?
먼저, 정부 측의 답변이다. 아이폰 열풍이 한껏 높았던 2010년 3월
30일,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서바이벌 게임’으로 키워보겠다는 대한
민국 정부의 야심에 찬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 과감한 발상은 지식경제
부에서 나왔다. 그 골자는 다음과 같다. 고교, 대학생, 대학원생의 후보
학생 중에서 우수한 학생 100명을 선발한 뒤에 다시 3단계 관문 탈락
제를 통해 최종적으로 10명을 선발하여 그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
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해서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러나 이
계획은 불발로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첫째,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나 지금 이 시기에 학생이라고 해
도 그런 방식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앞서 말한
서바이벌 게임이서한국 IT의 미래일 수는 없다
46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것처럼 잡스의 도전과 혁신으로 일관된 인생을 생각해볼 때 그는 남이
정해 놓은 게임의 법칙을 받아들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늘 스스로
자신만의 게임을 창조하고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새로운 성공의 방정식
을 찾아냈다.
둘째, ‘실패’를 대하는 정부 정책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혁신가였던
잡스의 인생에서는 실패가 실패의 뒤를 이었다. 최근 그의 대성공은 거
의 막판 역전 드라마와 다름없다.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
나기까지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는 PC 시대를 독점한 MS와 빌
게이츠에 철저히 밀려 있었다. MS의 윈도우가 등장하기 이전에 최초의
대중적인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매킨토시 컴퓨터와 운영
체계를 만들고도 ‘루저’ 중의 루저 취급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3단계 관문 탈락제? 우리가 실패를 ‘성장의 과정’이 아닌 ‘자
격의 부족’으로 보는 문화와 제도를 고수하는 한 ‘탁월한 실패’를 통해
성공을 일궈낸 잡스와 같은 인재를 발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기존 사고를 답습하는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책, ‘한국판 스티브 잡
스 만들기’가 정부 정책으로 발표될 수 있었던 까닭은, 정부가 IT를 대
학입시용 수능 과목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바이벌 게임으로는 IT 천재, 전략적 IT 산업은 육성되지
않는다. IT는 대학입시용 수능 과목이 아니라 ‘예술’이기 때문이다. 지
난 IT의 역사를 생각해보자. IT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들, MS
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wrence E. Page 같은 인물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가
서바이벌 게임이 한국 IT의 미래일 수는 없다  47
지고 있다. 그것은 그 시대의 IT를, IT의 그 시대를 정의하고 선도할 수
있는 ‘사고의 혁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MS의 빌 게이츠는 PC 시대를 열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IT와
미디어를 융합시켰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정보 민
주화의 혁명을 일으켰다. 시애틀의 유력한 자산가를 아버지로 둔 빌 게
이츠는 조금 예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배
고프고 가진 것은 머리, 열정, 이상밖에 없는 처지에서 출발했다. 거대
자본력도 없는 이들이 단순한 성공이 아닌, 시대를 흔드는 혁신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사고’ 때문이다.
이것은 예술과 상통하는 바가 크다. 인상파 화가 피카소를 생각해보
자. 그가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에 그렇게 인정을 받은 것인가? 아니다.
그는 잘 그리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했기 때문에 인정을 받았다. 예
술사에서 위대한 예술가들은 ‘잘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잘하는 것
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IT에서도 엇비슷한 맥
락의 역사가 반복됐다. ‘파괴적 혁신’, 패러다임을 뒤집는 ‘예술적 사고’
가 IT를 이끌어왔다. IT는 예술이다.
 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국에서도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일단 ‘만든다’는 생각을 버리자. 인간의 창조성이란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다. 언어학을 배운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MIT의
48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현대 언어학을 새로 쓴 촘스키는 말했다. ‘언어는
본능’이라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고, 그것이 다시
인간을 정의한다고. 그리고 그가 말한 언어의 특성이란 다른 종의 동물
이 따라잡거나 기계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무한한 창조성’이다. 인간
은 누구나 그 창조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따라서 문제는 창조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창조성을 죽이는 제도와 문화다.
2001년 3월 28일 대만에서 MIT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레스터 써로
우가 〈지식 기반 경제와 글로벌 경쟁: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
제로 강의를 했다. 강의의 뒷부분에서 써로우는 급성장하는 아시아가
지식 기반의 세계 경제에서 주도권을 발휘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교육을 꼽았다. 여기에서 교육을 ‘인재를 선발하
Knowledge Based Economy and
Global Competition: Its Impact on Asia
Lester Thurow (2001.03.28)
http://video.mit.edu/watch/
knowledge-pacific-conference-
based-economy-and-global-
competition-its-impact-on-
asia-9890/
서바이벌 게임이 한국 IT의 미래일 수는 없다  49
고 육성하는 시스템’으로 좀 더 폭넓게 생각하면, 오늘날 우리의 소프
트웨어 산업정책은 써로우의 경고와 조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해결책은 간단하다. ‘더 쉽
게,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실패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육성하는
것이다. 서바이벌 게임의 정반대 길을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스티브 잡
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잡스와 같은 인물은 표준화된 공
장의 제조 방식으로 만들 수 없다. 그 대신 고유한 창조성과 도전정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더 넓은 기회의 대지를 마련해준다면 그들은 알
아서 날개를 펼 것이다.
너무 낙천적인 생각일까? 하지만, 희망의 근거는 있다. IT가 ‘외국어’
가 아닌 ‘모국어’인 세대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언어를, 성장한
이후에 외국어로 배운 사람에게는 그 언어를 창조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엄청난 도전이겠지만, 그 언어를 모국어로 배운 사람에게는 그저
‘본능’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IT를 본능적으로 다룰 수 있는, 예술로
활용할 수 있는 수백 만의 인력, 자라나는 넷 세대Net generation를 가
지고 있다. 이를테면 2009년 말에 수도권 버스 정보 프로그램인 ‘서울
버스’를 만들어 아이폰 앱스토어에 무료로 공개했던 고교생 개발자 유
주완 군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미 다 죽은 것 같은 고목에 단 한 송이
의 꽃이라도 핀다면 나무의 뿌리가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 IT에 희망은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아직 ‘미래’는 남아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일은 그 가능성의 씨앗들이 실제 열매로 맺어질 수 있
5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도록 더 쉽게, 더 빨리, 더 많이 실패할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디지털에서 태어나고 세계화로 달려가는 시대에 자
라난 이 세대에게 인간과 기계, 사회와 기술이 하나로 통합되는 새로운
세계 소셜 웹Social Web 플랫폼에 대한 열정과 비전을 심어주고, 그들
이 실험과 도전을 거듭하며 탁월한 실패를 통해 혁신과 창조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장을 세워주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시용 이벤트나 서바이벌 게임을 넘어서는
것이다. 창조와 혁신을 위한 생태계ecosystem와 소셜 아키텍쳐social
architecture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그 이상을 꿈꿔보는 것도,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IT 그리고 그
IT가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사회적 인프라를, 미래를 꿈
꾸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51
디지털 혁명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이제는 지피지기 백전무태知彼知己 百戰無殆를 준비할 때다.
먼저 현재의 격전지인 스마트폰 전장에서 ‘폐쇄형’ 플랫폼이라 불리는
iOS와 ‘개방형’ 플랫폼이라 불리는 안드로이드의 ‘실체’부터 생각해보
자. iOS는 정말 ‘폐쇄적’이고 안드로이드는 정말 ‘개방형’일까. PC 시
장에서 MS와 IBM 연합군이 애플의 아성을 무너뜨렸던 과거의 역사가
모바일 시장에서도 재현될 것인가.
한 마디로 ‘오픈’이 답인가?
2010년 1사분기 북미 시장에서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애플 아이폰을 추월했다. 360만 대 300만. IT 시장조사 전
문업체 가트너Gartner의 보고다. 그동안 개방형 플랫폼이 통제형 플랫
폼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해온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보강할 근거를
하나 더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 시장, 오픈이 답인가
스
5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하지만, 정말 오픈이 답인가?
불과 수년 전까지 노키아는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제왕이었지만
지금은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2
월 노키아는 자사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심비안Symbian을 오픈 소스
로 공개했고, 2011년에 진행될 노키아의 운영체제 발전계획을 살펴보
면 미들웨어 위주로 오픈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키아는 오픈 정책을 선택한 효과를 아직 얻
지 못하고 있다.
한편, 애플의 아이폰보다 더 통제적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캐나다의
림은 2010년 상반기에 전 세계 5대 휴대전화 제조업체 중 하나로 등극
했다. 림의 주력 모델은 일명 오바마폰이라 불리는 비즈니스 전용 스마
트폰인 블랙베리blackberry다. 물론 신생업체인 림은 아이폰, 갤럭시S
등 좀 더 고급화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력과 기
술력 약세라는 현실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도
전통의 강호 노키아가 추락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전문 제조 업체 림의
선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오픈‘만’ 답이 아니다. 오픈을 선택하면 무조건 승리의 왕관
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하는 것
과 달리 오픈은 매우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는 전략이다.
오픈 진영에서 성공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리눅스Linux와 위키피디
아Wikipedia를 생각해보자. 천재 해커인 리처드 스톨만Richard Stall-
man이 유닉스 상용화에 반발하여 1984년에 시작한 GNU(GNU는 ‘상
스마트폰 시장, 오픈이 답인가  53
용화된’ 유닉스가 아니라는 뜻) 프로젝트는 그의 기대만큼 대중화되지 못했
다. 그러다가 1991년 핀란드의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가 운영체제
의 핵심인 커널을 개발해 공개하면서 리눅스로 발전하여 큰 성공을 거
두었다. 위키피디아는, 본래 위키라는 소셜 웨어로 1994년에 워드 커닝
엄Ward Cunningham에 의해 개발되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다가
2001년에 백과사전이라는 딱 맞는 성장 모델을 찾아 브리태니커와 견
줄 수준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오픈이 더 싸고, 더 쉬운, 그래서 더 나은 플랫폼이라고 생각
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예를 들어,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애플의 아이
폰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더 우수해서
가 아니라 구글의 오픈 ‘동맹’ 전략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Open Handset Alliance
- Android overview
www.openhandsetalliance.
com/android_overview.html
54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초기에 불안했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버전 2.2를 맞으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고, 삼성의 갤럭시S와 같이 아이폰과 성능에 차이가
거의 없는 단말기가 등장했다. 그동안 축적해놓은 안드로이드 앱 마켓
의 경쟁력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고, HTC 등 신흥 스마트폰 제조업체
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그동안 안드로이드 동맹체제가 견고하지 못하
여 애플의 아이폰에 맞서지 못했지만 이제 반전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
된 것이다.
그러나 잡스와 애플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주요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의 프레드 볼게스타인이 지적한 것처럼, 만약
애플과 구글의 전쟁이 정말 ‘플랫폼’ 전
쟁이라면 그 전쟁은 아이폰 판매대수
가 안드로이드폰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iOS는 아이폰
에만, 안드로이드 역시 스마트폰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OS는 글로벌 히트 상품 중 하나인 아이팟 터치의 운영체제이다.
따라서 애플은 ‘아직’ 밀리지 않았다. 그들은 다소 치열하고 불리해진
스마트폰 시장의 상황을 태블릿, TV 등과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 또다
시 빠르게, 강하게, 그리고 압도적으로 치고, 뚫고, 미는 전략으로 극복
하려 할 것이다. 게임의 법칙을 새로 짜는 것이 그들의 특기다.
여기서 주목할 내용은 구글의 오픈은 그냥 오픈이 아니라 ‘동맹’의
촘촘한 ‘스케일’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애플의 통제는 그냥 통제가 아
Doing the Math on Android vs. Apple
Fred Volgestein (2010.6.28)
www.wired.com/epicenter/2010/07/
letter-from-silicon-valley-doing-the-
androidapple-math/
스마트폰 시장, 오픈이 답인가  55
니라 스마트한 ‘스피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살벌한 개
방과 달콤한 통제의 싸움이다. 그래서 이 싸움은 쉽지 않은 싸움이다.
단순히 플랫폼의 성격 차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  
그럼에도, 개방과 통제 플랫폼이 자꾸만 이슈가 되는 까닭은 아무래도
애플의 과거 때문일 것이다. 애플 II로 PC 상용화를 먼저 시작했음에도
MS와 인텔의 영리한 오픈 동맹 전략에 무릎을 꿇고 결국 황제가 실리
콘밸리에서 할리우드로 유배되어야 했던 그 과거 말이다.
그러나 잡스도 옛날의 잡스는 아니다. 이 30년 묵은 벤처 기업가는
여전히 배고프고 영리하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아이튠즈, 아이폰, 아
이패드…… 여우처럼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잡
스는 우직하게, 보수적 혁신주의자로서 캘리포니아의 남과 북의 통일,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의 결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구촌 정보 통
합과 개방의 기치를 내세운 구글,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를 지향하는
페이스북과 다르게 애플의 사명은 애매하지만, 그러나 은연중 확실하
다.
영국 옥스퍼드의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이 그의 평론서 《고슴도치
와 여우》에서 지적한 문학의 톨스토이처럼, IT의 잡스는 다양한 시도
를 벌이는 점에서는 여우의 재주를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목표를 지향
한다는 점에서는 고슴도치다.
56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아이튠즈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애플의 거대한 매출 중 일부에 지
나지 않고 애플의 수익 대부분은 기기 판매에서 나온다. 따라서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폐쇄형 플랫폼을 포기할 리 없다. 그
리고 과거 PC 전쟁 시절의 모습과는 다르게 앱 생태계를 조성하고 협력
업체를 끌어들여 다양하고 유용한 앱을 공급해 폐쇄형 플랫폼의 단점
을 극복하고 있는 애플이 쉽게 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므로 역사는 반복되곤 하지만, 다르게 전개될 여지도 충분히 남
아 있다. 오픈을 정의하고 적용하는 것에 맹점과 한계가 많다면 개방형
플랫폼과 통제형 플랫폼의 싸움은 이론과 현실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
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택은 이론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을 초월한 소비자의 결정에, 그들의 기호와 취향에 의해서 이루어지
기 때문이다.
미래는 과거에 의한 단편적 답습만으로 예측할 수 없다. 이론이 아니
라 현실이 곧 시장이고 미래다.
The Hedgehog and the Fox
Isaiah Berlin
Ivan R. Dee, Publisher (1993.01)
고슴도치와 여우
이사야 벌린 지음
애플북스 (1997.04)
book.naver.com/bookdb/book_
detail.nhn?bid=6314604
  57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어나는 플랫폼 전쟁의 기준을 살펴본 다음, 이제
우리의 행선지는 트위터다. 단순히 최근에 인기있는 서비스 중 하나여
서가 아니다. 디지털 혁명을 통해 구축되는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를 트
위터를 통해서 한 단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인류학을 연구하는 옥스퍼드대 던바 교수의 소위 ‘던바 숫자
Dunbar Number’에 따르면 페이스북 친구
를 늘리거나 트위터에서 팔로워를 늘리는
트위터의 낯선 친구와
트만남이 필요한 이유
How Many Friends Does One Person Need?
Robin Dunbar
Faber and Faber (2010.02)
www.amazon.com/Many-Friends-
Does-Person-Need/dp/0571253423
58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일에 과도하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언어를 비롯한 사
회적 작용과 관련이 있는 대뇌의 신피질이 포용할 수 있는 인간 네트워
크의 수가 15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150명을 넘어서는
페이스북 친구나 트위터 팔로워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150명을 넘어서는 페이스북 친구와 트위터 팔로워는 큰 의미
가 없을까? 그렇다면 정기적으로 내게 자주 연락하는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를 구분하여 가지치기해서 관리 비용을 감소시켜야 할까?
중국 전국시대의 패자 중 한 명이었던 맹상군은 거느리던 식객이 무
려 수천 명에 이르렀는데 그중에서 유능해 보이는 사람만이 유용했던
것은 아니었다. 계명구도鷄鳴拘盜, 닭울음 소리 잘 내는 사람과 개 흉내
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고사성어가 남아 있듯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식객도 중요한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맹상군의 목숨을 구하고 그가 천
하에 위명을 높이는데 큰 공을 세웠다. 맹상군이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와 덴바 교수의 조언을 듣고 식객의 수를 150명으로 엄격히 제한했더
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1969년에 마크 그라노베터가 쓴 역사적인 논문 〈약한 연결의 힘〉은
잘 모르는 사이가 필요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라노베
터는 이 논문에서 직업을 구하고 점포를 열고 최신 유행이 전파될 때
강한 연결, 막강한 친분이 아니
라 약한 연결, 사소한 사귐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
냈다. 이것은 인간관계의 네트
The Strength of Weak Ties
Mark Granovetter
www.stanford.edu/dept/soc/
people/mgranovetter/documents/
granstrengthweakties.pdf
트위터의 낯선 친구와 만남이 필요한 이유  59
워크가 몇 개의 클러스터로 나뉘어 있는데, 클러스터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약한 연결’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가볍게 아는 사
람은 우리가 익숙한 관계의 밖에 있지만 ‘계명구도’처럼 예기치 않은 도
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석은 어떠한 결론을 암시할까? 150명 이상은 무리라는
옥스퍼드 석학의 조언을 무시하라는 말인가? 아니다. 150명을 넘어 온
라인 인맥을 무한팽창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효과적인 온라인 인
맥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기존의 관계 맺기 방식을 한 번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트위터가 제공하는 관계 맺기 방식은 자기 주도적 혹은 편
의적 친구 맺기 방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내가 좋으면 따르고, 싫으면 떠
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맺어지는 관계가 철저히 나의 기호와
선호와 취향과 관심을 따른 결과라면 나의 인간관계는 그 숫자가 150
명이든 1,500명이든 하나의 네트워크 클러스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
것은 덩치만 컸지 ‘약한 연결의 힘’에서 생각했을 때 그렇게 유용한 네
트워크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나. 그 대안은 기존의 관계 맺기 방식을 벗어난
관계 맺기를 온라인 인맥 형성의 전략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온라인 인
간관계의 힘은 사이버 공간을 통하지 않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완전한 우연으로 중대한 발견이 이루어지는 것
을 의미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다. 따라서 디지털 인간관계 형성과
확대의 차별화된 특징을 활용하면서, 그리고 클러스터로 나뉜 네트워
6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크 사이를 연결하는 약한 연결의 힘을 이해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좁은 관심의 우물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익숙한 같음이 아니라 낯선 다름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SNS로 친
구를 만들 이유는 분명해진다. 그것이 바로 트위터에서 낯선 친구와의
만남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실험을 넘어서 실용적인 의미에서 써봐야 할 까닭이다.
  61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마지막 준비는 페이스북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
이다. TGiF 열풍의 대미大尾로서 장차 10억의 이용자를 확보하여 관계
기반 인터넷 비즈니스인 소셜 커머스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페이스북은
당연히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타임지가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를 인터뷰
한 기사를 보면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이해하
지만, 그들은 자신을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로 생각한다.
페이스 북의 정체를 말하다페
Future of Facebook
Time.com (2007.07.17)
www.time.com/time/business/
article/0,8599,1644040,00.
html
6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일례로 2010년 상반기에 페이스북이 연례 회의인 F8에서 공개한 ‘소
셜 그래프social graph’는 웹을 개인화하기 위한 도구다. 쉽게 말하면,
페이스북이 가지고 있는 이용자 정보와 그 이용자가 사이트들을 이용
하면서 만들어내는 정보를 상호 오픈된 시스템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개인의 취향과 목적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
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소셜 그래프라는 플랫폼을 통해
페이스북의 영향력과 경쟁력이 더욱 강화
될 것이다. 현재 가입자 수가 약 5억 명이나
되고 머지않은 미래에 10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페이스북의 미래라는 점
에서 모두 이 서비스에 주목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와 그들
사이의 관계 정보를 기술적으로 분석해놓은 소셜 그래프가 페이스북
의 숨겨진 성장 엔진이라는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 주목받아왔다. 댄
파버는 ZDNet에 기고한 〈페이스북: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라는 글에
서 페이스북의 히든카드로 소셜 그래프를 소개한 바 있다. 소셜 그래프
가 웹 생태계 차원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시된 것은 ‘새로운 일’이지
만 소셜 그래프 자체는 ‘새롭지 않
다.’
따라서 소셜 그래프보다 더 의
미심장한 부분은 페이스북이 자신
을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회사가
페이스북이 그리는 ‘웹의 개인화’
김철환 (2010.04.23)
www.bloter.net/archives/29843
Facebook: The social Web utility company
Dan Ferber (2007.05.24)
www.zdnet.com/blog/btl/
facebook-the-social-web-utility-
company/5152
페이스 북의 정체를 말하다  63
아니라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다. 그리고 이것은 소셜 그래프라는 플랫폼이, 페이스북이라는 유틸리
티 회사가 앞으로 웹 생태계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 것인지 힌트를 준다
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유틸리티는 사람들이 쓰기 싫어도 쓸 수밖에 없는 생활의 필수적인
인프라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전기, 수도, 우편 같은 것이 유틸리티에 해
당된다. 이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페이스북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더 좋은 전구’나 ‘더 좋은 전구를 파는 서비스’가 아니다. 다른 회사들
이 더 좋은 전구를 만드는 방법(제조업)과 더 좋은 전구를 파는 방법(서비
스)을 연구하고 있을 때 그들은 거대한 발전소를 설계하여 세우고(소셜
그래프) 그 발전소(유틸리티)를 토대로 하여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조하
려고 한다. 그들은 웹만 개인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화된 웹을 기
반으로 하여 상업의 ‘거래’ 행위 자체를, 그 거래 행위의 ‘기반’인 ‘신뢰’
자체를 디지털화하려는 것이다.
사실 IT 업계에서 이와 같은 유틸리티를 먼저 생각하고 만들어낸 것
은 MS였다.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에 MS-DOS라는 운영체제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PC가 필수적인
사무 도구가 아닐 때 PC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비용 절감을 상
상도 할 수 없는 환경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를 통해서 천문학적인 부를 구축하고 전 세계를 장악했다.
그렇다면 MS와 페이스북, 두 회사의 유틸리티는 어떻게 다른가? 페
이스북의 유틸리티가 의미심장한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64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MS와 페이스북의 유틸리티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 번째 차이점은 유틸리티의 기능이다. MS는 ‘비용 절감’의 측면이
컸다. PC를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외부의 가치’가 아니었다. 규모
감소, 리엔지니어링, 구조 조정이라는 과거의 트렌드를 생각해보자. ‘내
부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컴퓨팅 파워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 경영에서 컴퓨팅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영역은 마케팅과 혁신의 영역이다. 웹 생태계를
활용하는 입소문 홍보전략인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과 개방형
혁신인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컨설턴트 분야의 관용어가
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웹에 의한 경영 환경의 변화, 달리 말하면 이윤
순환의 구조적 변화가 ‘내부 비용’에서 ‘외부의 가치’로 중심을 이동하
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연히 페이스북은 유틸리티 기업으로서 ‘비용 절감’보다 ‘가치 창조’
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두 번째 차이점은 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과거에 웹은 일부
컴퓨터 매니아computer geek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그것이 인터넷, 월
드와이드웹, 이메일 등이 개발되던 시대의 특징이었다. 그 후 웹은 기업
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는데, 이때가 우리가 얼마 전까지 살았던 MS의
PC 시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로 넘어왔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는 2011년 한국 나이로 28세다. 컴
퓨터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다루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새로운 창조
페이스 북의 정체를 말하다  65
성으로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웹은 모두의, 모두에
의한 것이다.
물론, 웹이 ‘모두를 위한’ 것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웹이 상업화되
는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유화된 웹은 경
제적 격차에 따른 정보 접근에 대한 차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웹의 민주화’는 파도처럼 멈추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구글
이 한 것은 웹을 통한 ‘정보의 민주화the democratization of information’
였다. 실제로 구글은 ‘정보의 민주화’를 회사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 애
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컴퓨팅의 민주화
the democratization of computing’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등장은 이
제 미취학 아동도, 고령층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기기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컴퓨팅이 비용 절감에서 가치 창조로 중심을 이동하고, 컴퓨
팅에 기반을 둔 웹 생태계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는 시대다.
따라서 이 시대의 유틸리티 - 페이스북이 만들고자 하는 유틸리티는 사
회의 가치 창조에 주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는, 사회 혁신social innova-
tion을 선도하는 유틸리티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와 같은 사회 혁신이 등장할 때가 바로 ‘변화’
의 절정이었다. 세상을 바꾼 것은 증기기관이 아니다. 산업혁명이 새로
운 이념과 조직을 만들어낸 후에야 오늘날의 국가 조직, 상거래, 정치
활동이 등장했고, 무엇보다도 회사의 경영이 사회 전반에 확산한 후에
야 현대 사회가 시작되었다. 이것은 경영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이코
66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노미스트〉에 기고한 《앞으로의 길》
에서 우리에게 남겨준 지혜다. 기계
의 등장이 아니라 그 기계를 쓰는 사
람이 조직을 변화시켰을 때 진정한
사회적 변혁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것은 앞으로 다가올 대변혁의 일
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변화를 기다리며 실망해왔다. 정보화
혁명은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정보가 더 많은 사회가 도래했을 뿐이었
다. 네트워크 사회 역시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네트워크라는 틀로 새로
운 조직이 확장되고 기존 조직과 관계 맺는 방법을 정의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드디어 때가 왔다. ‘소셜 웹’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웹
생태계는 사회 전체와 연관을 맺고 있으며, 과거의 전기나 철도에 견줄
수 있는 새로운 유틸리티가 등장하여 사회에 새로운 혁신과 창조의 기
반이 쌓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사회 전체로, 미래로 확산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큰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의 CEO인 마크 주커버
그가 페이스북의 연례회의인 F8에서 그 변화를, 그 미래를 이야기했다.
미래는 소셜 그래프에 있지 않다. 소셜 웹 유틸리티에 있다. 웹의 소
셜화를 넘어서, 소셜화된 웹과 동시에 웹화된 사회를 기반으로 한 새로
운 사회 창조와 혁신에 있다. MS와 페이스북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새
로운 유틸리티, 그것이 페이스북 아닌 또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그
리고 그 유틸리티가 등장한 이후에 나타날 사회의 변화가 무엇일지 생
각해볼 때가, 변화의 길목에 서 있는 바로 지금이다.
The Way Ahead
Peter F. Drucker (2001.11.01)
en.wikiquote.org/wiki/Peter_
Drucker
제2장
  67
디지털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How The World Spends Its Time Online	source: www.visualeconomics.com
www.visualeconomics.
com/how-the-world-
spends-its-time-
online_2010-06-16/
  69
1989년 11월 9일. 서독과 동독,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을 나누던 경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이것은 그 후 3년 뒤에 일어날 대변혁, 소비에
트 연합의 붕괴로 시작된 탈냉전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장벽
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온라인과 오
프라인으로 구분된 두 세계의 경계, PC(개인용 컴퓨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왜 PC가 원자atom와 비트bit의 세계를 나누는 경계인가? 그 이유는
단순하다. 원자의 세계에서 비트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PC였기 때
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이 문이 ‘한 번에 한 명의 사용
자가 사용하도록 디자인된 문’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개인용 컴
퓨터 ‘PC’의 정의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이루는 PC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이다PC
7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것은 무슨 말인가? 그것은 PC가 그 경계로서의 기능을 이제는 하지 못
한다는 것, ‘한 번에 한 명의 사용자가 사용하는’ 컴퓨팅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것은 사실일까? 현재 웹 생태계에 불고 있는
가장 큰 조류, 클라우드 컴퓨팅과 휴대용 디지털 기기 혁명에서 그 이
유를 찾아보자.
먼저,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클라우드 컴퓨팅의 입문서로
꼽히는 IT 컨설턴트 니콜라스 카의 《빅 스위치》를 보자. 에디슨의 시대
에는 전기를 사용하기 위하여 발전소를 직접 소유해야 했지만, 이후 중
앙공급자가 전기를 생산하여 공급해주는 방식으로 발전했던 것처럼 컴
퓨팅도 변화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 개인
이 하드웨어, 운영체계, 소프트웨어, 데이터를 직접 ‘소유’해야 했지만
오늘날 구글의 시대에서는 중앙 공급자가 모든 것을 공급하고 관리하
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 클라우드 컴퓨팅
은 웹 생태계에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어서 PC
에 의해 발생한 장벽을 허물고 통합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The Big Switch
Nicholas Carr
W. W. Norton & Company (2008.01)
빅 스위치
니콜라스 카 지음
동아시아 (2008.11)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5116465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이다  71
클라우드 컴퓨팅이 눈에 보이지 않는 거시적 흐름이라면, 눈에 보이
는 작지만 큰 움직임이 바로 휴대용 디지털 기기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과 같은 ‘스마트’해진 휴대용 디지털 기기의 등장은 클라우드 컴
퓨팅이 만들어내는 지구적인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의 형성·확장·진화
와 연관이 있다. 보이지 않는 ‘비트의 바다에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휴대용 디지털 기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후 고교생 프로그래머
유주완이 개발하여 무료로 공개한 ‘서울 버스’는 당시 휴대전화 사용자
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휴대용 디지털 기기가 결
합하여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의 유용함을 실생활에서 처음으로 경험
했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공개되고 공유되고 진화하고 있으며, 그 데이
터에 언제 어디서나 접속하고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
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정리해보자. 클라우드 컴퓨팅이 PC 컴퓨팅
의 내부적 한계인 비트와 비트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전 세계 지식
과 정보를 하나로 통합하고 있다면, 모바일 혁명과 휴대용 디지털 기기
의 보편화·대중화는 책상 위desktop, 무릎 위laptop 컴퓨터를 손안으로
옮겨서 PC 컴퓨팅의 외부적 한계인 원자와 비트 사이의 장벽을 제거하
고 있다. 즉, 클라우드 컴퓨팅은 우리가 공유하고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폭을, 모바일 혁명은 그러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
할 수 있는 수단의 휴대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7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  
그렇다면 이와 같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PC 이후의 시대를 우리는 어
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호기심 차원의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 사회에서 IT란 하나의 산업 분야가 아니라 이 사회 전체
의 인프라다. 둘째, IT 인프라의 변혁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인프
라의 재정의를 뜻하며 사회의 발전 가능성과 방향성에 큰 변화를 일으
킬 수 있다. 따라서 PC 이후의 시대에 지각 변동은 IT 분야에서만 일어
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 전체로 확대되는 큰 변화일 것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변화의 맥을 잡
는 방법의 하나는 경영의 대가 피터 드러커가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앞으로의 길》에서 말한 것처럼, 기술 그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그것이
인간, 조직, 문화를 어떻게 변화
시키는지 주목하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큰 변화를 이끌
어내지 못했다. 기술이 등장하
고 나서 그것을 활용하는 세력이 성장하여 그 기술이 사회 전체의 인프
라가 되었을 때 가서야 비로소 진정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기가 발명되었을 때 그것이 사회를 바꿀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었
지만, 실제로 그 기술이 비전이 통신과 방송 산업 등으로 구현된 것은
웹2.0을 위한, 죽은 드러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비전 디자이너 (2009.12.10)
www.bloter.net/archives/20510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이다  73
전기의 혜택을 누리고 자란 세대가 그것을 창조적으로 응용한 뒤였다.
드러커는 지난 산업화 시대의 역사 속에서 변화의 주체는 언제나 ‘인
간’이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조직인 ‘회사’에 주
목하여 회사의 실제적 운영 원리, 사회적 기능, 역할 등에 대해 관심을
두고 ‘경영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체계를 만들었다. 아시다시피 회사라
는 조직체의 결정력과 실행력을 다루는 학문인 ‘경영’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현대 사회 자체를 정의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의
심할 여지 없이 경영의 논리가 사회의 이념이 된 시대, 경영의 시대다.
그렇다면 PC 이후의 시대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드러커가 20세기에
했던 것처럼 미래를 정의함으로써 미래를 창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혁명을 통해 IT가 사회 전체
의 인프라가 되어가는 눈부신 기술에 현혹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기술
이 인간, 조직, 문화에 일으키는 보이지 않는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
이다.
산업화 시대에 ‘회사’가 있었다면 지금은 ‘온라인 이용자 커뮤니티’
가 있다. 그 변화의 상징이 리눅스와 위키피디아다. 이용자들이 재미삼
아 호기심으로 만든 리눅스 오픈소스 운영체제가 2007년 2분기를 기
준으로 전체 서버 시장의 12.7%를 장악했다. 이용자들이 여가 시간에
지식을 덧붙여서 만들어낸 온라인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고가의
전문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와 경쟁을 하고 있다.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The Nature〉가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과학적
사실에 대한 기술의 오류결과를 비교해볼 때 브리태니커와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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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웹 혁명

  • 1. SOCIAL Web WEB WEB REVOLUTION POWER SHIFT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웹혁명 김재연 지음 창조와 혁신의 생태계와 소셜 웹 유틸리티를 준비하라!
  • 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Copyright(c) 2011 by 김재연 김재연이 작성한 ‘소셜 웹 혁명: 또 한번의 권력 이동’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 표시-비영리-동 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3. 공개의 변 2010년 4월 20일에 대학생의 신분으로 우연한 기회에 내 이름을 건 첫책 ‘소셜 웹이다’를 출판하면서 느끼게 된 것 중에 하나는 대부분의 책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장된다는 것이었다. 쓴다는 행위가 상 당한 고역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이건 작가에게 매우 슬픈 일이다. 내가 낳은 아 이가 자라지도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글을 쓰 는 사람에게서 가장 큰 비극은 누군가 자신의 글을 오독한다든지 혹은 남용한 다든지가 아니라 아예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당시 내 첫책을 내줬던 네시간 출판사 사장님과 협의를 해 2010년 7월 21일에 ‘소셜 웹이다’를 온라인상에 무료 전자책으로 공개했다. 그 후 약 3년이 지난 2013년 7월 8일 오늘까지 해당 전자책은 40,500명이 읽었고, 3,773번 다 운로드됐다. 솔직히 이렇게 책을 공개한 결과가 책의 판매에 직접적으로 얼마나 도움을 줬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공개 덕분으로 내가 낳은 아 이가 조금은 더 오래동안 세상을 보았고, 내가 만든 지식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 에게 보탬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중엽 도서출판 두드림의 탁연상 대표님 의 동의를 얻어 2011년 3월 31일에 출판한 두 번째 책도 무료 전자책으로 공개 하기로 결정했다. 역시 이 공개의 덕분으로 얼마나 책이 더 팔릴 지는 알 수 없다. 그 외에 나에게 어떤 경제적 기회가 발생할 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 지 분명한 건 내 두 번째 아이역시 첫 번째 아이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개방된 인 터넷상에서 검색 가능하게 공개함을 통해 더 오랜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란 점이 다. 그리고 좀 더 넓게 생각해보면 이건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책을 위한 일이기 도 하다. 내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종이로만 존재한다면 대부분 해당 책이 절판되고, 그 종이가 썪어버리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자책으
  • 4. 4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로 존재한다 해도 제한된 온라인 도서 플랫폼에 한해서 공개된 책은 해당 서비 스가 문을 닫는 순간 다시 찾기는 어렵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상에서 찾을 수 있게 책을 공개해놓으면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누군가는 우연히 이 책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내 두 번째 책을 공개한 건 작게는 내 책을 더 많이 읽히게 하기 위한 행위이지만 크게는 ‘지식의 공유’란 아마존 밀림 못지 않게 우리 인류 의 미래에 중요한 보이지 않는 울창한 삼림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누 군가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적지 않고, 적은 걸 나누지 않었더라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대부분은 존재할 수 없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상대적으로 어 린 나이에 첫 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지식 공유의 숲속을 내가 유년 시절 부터 거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과거의 지식에 접근할 수 있었던 권리를 내가 누렸던 권리인 만큼 이젠 똑같은 권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허용하는 것이 정당하다. 그것이 소유권과 공유권의 균형 위에 자라온 지식의 숲을 지키고 가 꾸는 지식인으로서의 내 책임이다. 그리고 이런 소유와 공유간의 관계의 재정립은 책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미 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재산권 전문가인 마이클 헬러 교 수가 2008년에 쓴 ‘소유의 역습’에서 지적했듯이 사적 소유권의 남용은 자본주 의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를 죽인다. 자본주의를 살아 숨쉬게 하는 창조와 혁신이 기존에 존재하는 지식, 정보, 문화에 대한 접근에서 출발한다고 한다면, ‘우리 것’은 없고 ‘내 것만’ 있다고 하는 사회는 자본주의를 질식시키기 때문이다. 자신의 책에 대한 자신의 배타적 권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접근권을 같 이 인정할 때, 독자뿐 아니라 저자도, 책도, 사회도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 다. 나는 그 새로운 게임의 룰을 믿는다. 2013년 여름, 김재연
  • 5.   5 목 차 추천사  6 머리말  10 서론-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13 1장 TGiF에 떨고 있는 한국 IT  25 1. 싸이월드, 그 이후  27 2.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  37 3. 서바이벌 게임이 한국 IT의 미래일 수는 없다  45 4. 스마트폰 시장, 오픈이 답인가  51 5. 트위터의 낯선 친구와 만남이 필요한 이유  57 6. 페이스북의 정체를 말하다  61 2장 디지털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67 7.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이다  69 8. 스타벅스에서 소셜 웹까지  77 9. 소셜 웹 시대를 위한 천하삼분지계를 말하다  85 10. 전자책이 종이책을 죽일 것인가  95 11. 스카이프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107 3장 디지털의 미래는 아날로그로 흐른다  113 12. IT는 온라인이 아니다  115 13.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123 14. 티핑 포인트를 만드는 SNS  129 15. 보라빛 소만으로는 부족하다  135 4장 디지털 혁명에 대한 오만과 편견  141 16. 구글은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는가  143 17. 페이스북은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155 18. 나는 소셜 미디어를 의심한다  163 결론-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IT의 미래  169
  • 6. 6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추천사 이제 우리도 ‘창조의 문화’를 가질 수 있을까? 류한석 소장 (기술문화연구소) 블로그 peopleware.kr 트위터 @bobbyryu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 시하고 일감을 나누어 주는 대신에,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 심을 키워줘야 한다.” 위의 글은 김재연씨가 서적의 본문에서 인용한 생텍쥐페리의 명언이다. 이 문장은 저자의 주장과 일치할 뿐만 아니라, 언제나 우리가 아쉬워하 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너무나도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 하고 있다. 더 나쁜 소식은 날이 갈수록 그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 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 경쟁한다. 아니, 경쟁해야만 한다. 한국 사회의 경쟁 수준은 가히 전 세계 최고라 할만 하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경쟁하며 평생토록 경쟁한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트위터의 팔로워 숫자나 페이스북의 친
  • 7.   7 구 숫자를 놓고도 경쟁할 정도다. 단기적인 성과에의 집착, 언제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 그 리고 엄청난 순발력은 우리가 가진 강점이자 저주다. 그런 능력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한편으로 사 람들의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 한 행복지수를 보면 한국은 OECD 30개 국가 중 25위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 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좀 더 큰 비전을 통해 멀리 바라봐야 하고, 결과물만 중시하기보다는 인간을 중심에 두고 미래를 만들어 나갈 시기가 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IT 산업을 소재 로 삼아 ‘창조의 문화’를 얘기하고 있다. 그 어떤 매력적인 기술도 결국 인간을 위한 도구가 아니던가? 오픈 API 등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 니라 사람에 집중하는 저자의 관점은 중요하다. 기술적인 측면을 얘기 하는 사람은 많으나 사람, 문화를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본문 중 몇 가지 대목을 살펴보자. 저자는 싸이월드의 한계점에 대해 논하면서 ‘문화’를 언급했다. 흥미 로운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한때 싸이월드에 많은 사람이 가입했고 수없 이 많은 일촌 관계가 형성됐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싸이월드는 단지 기 능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그쳤을 뿐 유의미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 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용자가 창조와 혁신의 주인공이 되는
  • 8. 8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즉, 이용자가 중심 이 되어 다른 이용자와 연결되고 함께 사회의 변화를 창조해내는 문화 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성공을 꿈꾸는 인터넷 서비스라면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며 새로운 문화를 만 들어내야만 한다. 한국 정부는 2010년에 서바이벌 게임 형태로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겠다는 SW 마에스트로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저자 의 견해는 명확하다. IT는 대학입시용 수능 과목이 아니라 ‘예술’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인재를 키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본인 또한 해당 사업의 초기 자문회의에 참석하여 같은 의견을 피력하고 사업 참여를 거절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나 방식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피카소를 키울 수 없듯이 스티브 잡스 또한 그렇게 키울 수 없다. 더군다나 잡스는 개발자 출신도 아니다. 그런데 개발자들을 모아서 잡스로 키운다니, 슬로건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 사 업이다. 저자의 글을 읽을 읽으며 정부의 IT에 대한 인식 수준을 곱씹 으니 다시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저자는 전시용 이벤트나 서바이벌 게임 을 뛰어넘어 창조와 혁신을 위한 생태계와 소셜 아키텍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제도적, 기술적, 문화적 환 경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런 전반적인 내용을 저자 특유의 관점으로 다루고 있다.
  • 9.   9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사회의 미래는 이용자 창조성의 중요성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의 제도적(지적재산권 등의 법 적 문제), 기술적(모바일, 태블릿 등의 창조성 문제), 문화적 환경(오픈 컬쳐의 성숙, 확산 문제)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IT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상당한 지식 과 이해를 얻게 될 것이고, IT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주 장에 동의하거나 논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라도 후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일에 급급한 나와 당신의 현실에서 더 밝은 미래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해볼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 진 일인가!
  • 10. 1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머 리 말 2010년 1월 국내 스마트폰의 이용자 수는 100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단 1년 새에 그 수치는 700%가 성장하여 연말에는 750만 명을 넘어섰고, 스마트폰 이용자 1천만 명의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아닌 구형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지만 그들의 약정계약 이 만료되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 가 올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인프라가 된다. 인프라는 곧 기반이라는 뜻이다. 이 기반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공급할 것이다. 작은 전구를 밝히던 전기가 전력으로 그 리고 인프라로 변화하면서 방송과 통신 같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고 발전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인프라는 어떠 한 산업을 일으켜 발전시키고, 나아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기회이고, 또 어떠한 도전일까? 이 책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새롭게 시작하는 디지털 혁명이 암 시하는, 아직 오지 않은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 11.   11 책은 우리에게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새로운 IT 강자들이 만들어 갈 IT 산업과 사회 전체에 걸쳐 일어날 혁명을 말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과 같은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가 우리 삶에 미칠 변화를 이야기한다. 영화와 음반 산업에 불어닥친 디지털 혁명이 출판, 통신 산업 등에 미칠 영향을 예견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 로 그 영향력의 무대를 확장함에 따라 나타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 망한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혁명에 대해 우리가 쉽게 판단하고, 기대 하는 부분의 맹점을 지적함으로써 다가올 미래에 대해 더욱 냉철한 분 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 새로운 기술과 서 비스가 등장한 이유와 지금 현재의 비즈니스 기회를 살펴보는 것을 넘 어서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가 이끌어낼 새로운 미래상에 호기심을 느끼는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 12. The Evolution of The Geek Geek은 괴짜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으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특정 분야를 좋아하고 집착하는 다소 긍정적인 의미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기술적인 분야의 Geek은 그 기술의 활용보다는 기술 자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Geek은 스마트폰의 활용성보다는 제품규격과 성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source: flowtown.com blog www.flowtown.com/blog/the-evolution-of-the-geek
  • 13.   13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닷컴의 화려한 부상이 있었고 그 후에 그보 다 더 처참한 몰락이 있었다. 우리나라만 살펴보더라도 1997년 외환위 기에 의해 침체한 경제를 닷컴이 살렸다가 다시 떨어뜨렸다. 2000년 3 월을 기점으로 닷컴 거품이 가라앉자마자 겨우 1년 만에 코스피 지수 가 5분의 1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닷컴기업에 했던 묻지마 투자의 허 상이 드러난 셈이다. 이후 IT 업계는 약발이 떨어진 닷컴 대신에 새로 운 마케팅 트렌드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미국에서 IT 트렌드를 주도하는 팀 오라일 리Tim O’Reilly가 창안한 ‘웹 2.0’이다. 그것은 ‘개방, 공유, 창조’의 패러 다임에 기초한 웹 진화론이다. 웹 2.0 패러다임을 통해 오라일리가 주장하는 바는 분명하다. 닷컴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개방, 공유, 창조의 패러다임을 공통의 DNA로 갖고 있다. 따라서 살고자 하는 기업은 이 흐름에 동참해야 하 중요한 건 스마트폰 이 아니다중
  • 14. 14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고, 그렇지 못하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자멸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은 사실일까? 오라일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언급 하고 있지만, 그 잘 나가는 웹 2.0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은 오래된 닷 컴기업이다. 그리고 웹 2.0 기업 축에 끼지도 못하면서 2010년 현재 미 국 IT 기업 1위에 오른 애플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이팟, 아이폰, 아 이패드로 연속 홈런을 터뜨린 애플은 2010년 상반기에 시가총액 약 2,220억 달러를 기록하며 명예의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애플이 마이크 로소프트를 제친 것은 1989년 이후 최초의 사건이다. 학술적으로 봐도 웹 2.0은 문제가 많다. 개방, 공유, 창조의 패러다 임은 사실상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이 처음 탄생 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특징이다. 더구나 그 말 자체도 너무 애매하다. 무엇을, 어떻게, 왜 개방하고 공유하고 창조할 것인가. 이것을 한마디 로 ‘열고 나누는 정신’으로 요약해버리면 이상理想·종교·철학 등과 비슷 해져서 적용하지 못할 곳이 없다. 지난 수년 동안 불었던 웹 2.0 열풍은 이와 같은 ‘애매함’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엔 이 웹 2.0이란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거품이 빠진 것 이다. 닷컴과 마찬가지로 웹 2.0의 효용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대신 등장한 단어가 스마트폰이다. 모바일이 대세란다. 그리고 모바일 과 연계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를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고 만다. 재미있는 것은 웹 2.0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의 정체도 애매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란 무엇인가. 그 정체는 아이폰인가? 갤럭시S인가?
  • 15.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15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사람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스마트’가 어떻 게, 왜 ‘똑똑한’ 것인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   이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닷컴, 웹 2.0,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이어 지는 IT 혁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이름도 다르고 배경도 다 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이번엔 다르다’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닷컴은 실패했지만 웹 2.0은 뜰 것이고, 웹 2.0이 잠잠해져도 스마트폰은, 모바일은 대세가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하버드대 교수 케네스 로고프와 메릴랜드대 교수 카르멘 라인하트 는 지난 800년간 66개국에서 일어났던 금융의 흐름을 연구하여 일정 한 패턴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 ent’라고 믿기 시작하면 붐이 일어나고 거품이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그 들이 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폰이 대 세라고? 이번엔 정말일까?” 좀 더 큰 틀, 역사를 통해 생각해보자. 2003년 5월, 미국 IT 업계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한 편의 논문 때문에 떠들썩했다. IT 평론가 니콜라스 카가 쓴 그 논문은 제목 부터 도발적이었다. 〈중요한 건 IT가 아니다IT Doesn’t Matter〉(92쪽 참조) 이 논문에서 니콜라스 카는, 에디슨이 실험실에서 발명한 전기가 사 회를 지탱하는 전력이 된 것처럼 이제 IT도 사회적 인프라가 되어가고
  • 16. 16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This Time Is Different: Eight Centuries of Financial Folly Kenneth S. Rogoff, Carmen M. Reinhart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9.09) 이번엔 다르다 케네스 로고프, 카르멘 라인하트 지음 다른세상 (2010.08) press.princeton.edu/titles/8973.html book.naver.com/bookdb/book_ detail.nhn?bid=6331543
  • 17.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17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IT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면 순식간에 사회 전 체로 확산하는 특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제안한 ‘무어의 법칙 Moore’s Law’(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 증가한다)에 따르면 IT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반도체 집적회로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성능 은 향상되고 가격은 내려간다. 카는 이런 현상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IT 영역에서 새롭게 탄생한 기술이, 그 기술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독점 기술proprietary technology’ 상태에 머 무는 시간은 아주 짧다. 독점 기술이 탄생하면 수많은 경쟁자가 그 기 술을 모방하게 되고, 이런 기술들이 확산하여 ‘기반 기술infrastructure technology’로 변신하는 순간 - 그 기술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이제 니콜라스 카의 논리를 따라서 스마트폰 시장을 바라보자. 우리 는 무엇을 예측할 수 있을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4와 갤럭시 Does IT Matter?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Corrosion of Competitive Advantage Nicholas G. Carr Harvard Business Press (2004.04) www.amazon.com/Information-Technology-Corrosion- Competitive-Advantage/dp/1591394449
  • 18. 18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S의 성능을 시시콜콜 비교하고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플랫폼 경쟁 에 자극을 받아 심각하게 토론을 벌인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인 시기는 아주 짧을 것이다. 시장성이 확인된 제품에 경쟁이 불붙음으로써 시장이 확대되면 어느 순간 스마트폰의 가격은 급락하고 빠른 속도로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다. 그 렇게 되면 내가 가진 스마트폰은 누구나 가진 스마트폰 중 하나일 뿐이 다. 스마트폰은 이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 이 ‘가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마트폰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많 은 가치를 일상 속에서 창조했다. 아침에 일어나 일기 예보를 꼼꼼히 챙 겨볼 수 있으니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는 일이 줄어들었다. 구글 지도 덕 분에 처음 가보는 길도 헤매지 않을 수 있고, 낯선 곳에서도 포스퀘어 와 같은 지역기반 서비스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추천하는 괜찮은 음식 점을 찾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이메일을 체크하고 트위터 를 쓰는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인다. 스마트폰 이용자 끼리 주고받는 무료문자나 무료통화의 매력도 빠뜨릴 수 없다. 스마트폰은 가치가 있다. IT도 마찬가지다. 비록 무어의 법칙이 적용 되어 신기술의 효과가 급감한다고 할지라도 IT 혁명이 우리의 삶에 많 은 편리를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다. 카도 IT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 사실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독점 기 술’이 ‘기반 기술’로 변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적 장치였다.
  • 19.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19   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남들이 하는 대로 스마트폰 을 사서 트위터 계정을 등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무엇을 해 야 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자.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 현재를 바라보았 을 때 스마트폰의 성능을 시시콜콜 비교하며 따지는 모습을 현명한 행 동이라고 생각할까? 아니 10년씩이나 기다릴 필요도 없다. 지금으로부 터 20여 년 전 최초로 PC 붐이 일어났을 때를 떠올려보자. 당시 PC 사 용자들은 PC를 구성하는 각종 하드웨어의 규격과 성능을 꼼꼼히 분 석하고 비교하며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일 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물론 지금 당장 PC를, 스마트폰을 사야 한다면 어느 정도 필요한 질 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기기의 성능 정도가 아니라 비즈니스와 사회의 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더 크고 깊은 질문’을 생각해야 한다. 전구가 전기가 되는 순간, 전기가 전력이 되는 순간, 전력을 누구나 어디에서나 언제나 쓸 수 있게 되는 순간, 통신 산업이 탄생했다. 그리 고 통신 산업에 기초한 방송 산업, 방송 산업에 기초한 새로운 문화와 생활방식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제 스마트폰은, 이 디지털 혁명은 무 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것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다. 그 질문에 어울리는 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단적으로 이야기 하면, 그 답은 ‘사람’이다. 멀리 내다보면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 20. 2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불과 1년만 지나도 우리는 아이폰4나 갤럭시S가 아니라 다른 어떤 스 마트폰을 쓰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 을 쓰는 ‘사람’이다. 스마트폰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는 IT가 전기처럼 또 하나의 인프라가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은 전기와는 사정이 좀 다르다. IT는 전기와 달리 그것을 사용하는 사 람의 능력에 따라 활용도가 크게 달라진다. 똑같은 인터넷도 단순한 오 락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고 고급 정보를 획득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이 ‘스마트’하려면 사용자가 스마트폰의 기능을 이 해하고 다양한 앱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지점 에서 출발하여 문제의식을 느껴보자. 현재 일어나고 있는 IT 혁명에 대 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지금 IT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폰과 같은 스 마트폰 때문일까? 아니다.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원인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했기 때문에 IT 혁명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했기 때문에 IT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IT 혁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스마트폰을 넘어서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을 이해 해야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과 월드 와이드웹이 등장하기 시작한 초기에 그 많은 사람이 돈도 되지 않는 플 랫폼의 발전을 위해 왜 그렇게 노력했을까? 서로 연결하여 함께 하고
  • 21.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21 싶은 인간의 욕구 때문이었다. 국가를 중심으로 한 정치, 경제 시스템 에 가려진 그 욕구가 지구촌의 인터넷 혁명을 주도해왔다. 예일대에서 세계화와 관련된 문제를 연구하는 〈예일 글로벌 온라인 매거진Yale Global Online Magazine〉의 편집장 나얀 챤다Nayan Chanda 가 말한 것처럼, 미국이 최초의 통신위성을 쏘아 올린 1961년에 ‘세계 화Glovalization’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선사시대에는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빙하기 이후 전 세계로 흩어졌던 인류가 하나로 합쳐지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 며 그 시도는 끓임 없이 이루어져 왔다. MIT 미디어랩 설립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말한 것처럼,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더디게 진행되 던 발전이 지금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월드와이드웹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바탕으로 전과 비할 수 없는 폭발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 람들이 서로 하나가 되고자 하는 욕구의 변천사를 이해한다면 더 많이 Being Digital Nicholas Negroponte Vintage (1996.01) 디지털이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지음 | 백욱인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1999.03)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94467
  • 22. 2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더 빠르게 더 편하게 하나가 되고자 하는 스마트폰 열풍은 ‘충격’이 아 니라 ‘예고된 사건’이다.    그렇다면 이 스마트폰 대세론 속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유행 따라 스마트폰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는 만족할 만 한 답을 얻을 수 없다. 변화의 결론이 아니라 원인을 봐야 한다.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람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의 흐름 에 주목해야 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스카이프, 포스퀘어, 그루폰 등 소위 요즘 잘 나간다는 기업들, 시장과 산업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리더들 은 무엇이 다른가. 그들이 다른 점은 ‘보는 관점’이다. 우리가 그들이 만 들어놓은 결과물에 경탄하고 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을, 혁신을 가능케 한 것이 무엇인지 보고 있다. 그것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다. 미래를 만드는 주체의 잠재된 수요와 욕구를, 그리고 그것을 통해 꿈틀 거리며 움직이는 시장의 변화를 읽는 것이다. 아직 상식이 되지 않은 변 화의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이 그들의 다른 점이다. 애플이 성공한 원인은 아이폰을 개발했기 때문이 아니다. 구글이 위 대한 기업이 된 것은 애드센스로 인터넷 광고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 아니다. 《갈매기의 꿈》에 등장하는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처럼 그들은 멀리 보는 법을 배웠기에 높이 날 수가 있었던 것이다.
  • 23.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23 우리와 그들의 격차는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 ‘비전의 차이’다. 증권가의 신화, 워런 버핏은 월스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진 오마하에 은둔한다. 시장의 비이성적 열기에 파묻혀서는 그 변화의 ‘맥’을 읽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의 지혜를 빌린다면, 모두가 스마트폰에 열 광하고 있는 지금, 잠시 그 열기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서 큰 그림을 보 며 앞으로의 행보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이보 전진하기 위한 일보 후퇴 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은 IT 혁명을 이끄는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필요 에 맞춰져야 한다. 사실 그것이 더 야심 찬 과제다. 최후에 웃는 자가 되 고 싶다면 거기까지 생각해야 한다. 스마트폰 정도가 아닌 21세기 지식 경제사회의 패권을 가늠할 큰 전쟁에서 승리할 승부수, 글로벌 무대에 서 강호의 고수들과 진검승부를 할 수 있는 우리만의 ‘진정한 경쟁 우 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 24.
  • 25.   25 TGiF에 떨고 있는 한국 IT 제1장
  • 26. The 2010 Social Networking Map 2010년판 소셜 네트워크 지도. 페이스북, 하보, 트위터, 유튜브, 아이폰 앱 등이 돋보인다. source: flowtown.com blog www.flowtown.com/blog/the-2010- social-networking-map
  • 27.   27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말은 이제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이 된 것 같다. 그 대신에 요즘 유행하는 말은 TGiF(Twitter, Google, iPhone, Facebook)다. 글로벌 IT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질 것 같은 조바심 에 4~50대 직장인들도 관련 강좌를 수강하며, 달리는 열차의 마지막 칸이라도 타보려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트위터, 구글, 애플, 페이스북. 하드웨어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최신 유행과 추세를 살펴봐도 그 중에서 우리가 선도하는 것은 없다. 하드웨어 영역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화들짝 놀란 마음은 서비스 영역 에서 선풍을 일으키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마음이 서늘해진다. 2009년 말에 애플의 아이폰이 들어온다고 할 때만 해도 다들 설 마 설마 했지만, 그 ‘설마’가 ‘충격’으로 다가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삼성과 LG가 기존의 피쳐폰 시장에서 보여주었던 힘 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EBS 산업뉴스의 기사를 보 이월드, 그 이후 싸 싸
  • 28. 28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면 2009년 3분기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는 39.9%, RIM은 20.8%, 애플은 17.7%를 차지해 1, 2, 3위에 올랐다. 반 면에 삼성과 LG의 점유율은 3.2%와 0.2%에 불과하다. 한국이 경쟁력 을 가지고 있던 피쳐폰 시장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설파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해당하는 스마트폰에 의하여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검색엔진과 운영체제 등 강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온라인 광고 시장의 거의 절반을 점령한 데다가 고유의 ‘개방형’ 기업 정신과 비전, 전략으로 무장한 구글 정도면 모를까,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 고 있는 애플과 경쟁할 기업을 국내에서 찾아보긴 어렵다. 그나마 삼성은 2010년 상반기에 소위 아이폰의 대항마라는 갤럭시 S를 내놓을 수 있었다. 스펙 차원에서는 아이폰4에 밀리지 않았고, 통 신사와 언론의 전폭적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때마침 아이폰4의 수신 율 불량 문제가 불거지는 행운도 겹쳤다. 덕분에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 The Innovator's Dilemma Clayton M. Christensen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1997) 성공 기업의 딜레마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지음 모색 (1999.09)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80495
  • 29. 싸이월드, 그 이후  29 점유율은 다소 높아졌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기술력이나 자본력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새 로 나온 제품과 서비스를 열심히 따라잡으려고 해도 이미 혁신의 패러 다임을 선점당한 상태에서 ‘뒷북치기’ 이상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스 마트폰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들은 이미 그 ‘다음’을 생각하고 있을 테 니까. 이런 암울한 전망은 하드웨어를 넘어 서비스 영역, 그중에서도 꽃이 라고 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봐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를 장악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국내에서도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높이 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싸이월드와 같이 국내 시장을 장악한 기존의 서 비스가 버티고 있어 아직은 괜찮다고 하지만…… 과연 안전한 것일까?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배운 교훈 중 하나는, 그 ‘설마’가 ‘진짜’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0년 8월 2일 조선일보는 스마트폰을 보유한 직장인 10명 중 8명 이 트위터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보도했다. 트위터가 스마트폰 이용자 들의 정보 소통의 주요한 통로로 등극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스 마트폰의 보급률 확대와 함께 더욱 심해지고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국내 트위터 이용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고, 2011년 1월 18일 트위터 는 드디어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페이스북은 더욱 눈부시다.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시작 한 것은 트위터보다는 조금 늦었다. 하지만, 국내 트위터 이용자 숫자가 200만 명에서 주춤한 사이 2010년 초에 50만에 불과하던 페이스북의
  • 30. 3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이용자 숫자는 2011년 1월 360만 명을 넘어서면서 싸이월드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국내에서 페이스북은 트위터보다는 좀 늦게 발동이 걸렸지만, 이용 자 숫자의 증가 속도는 오히려 더 빠르다. 페이스북은 2010년 초에 50 만이던 이용자 숫자가 상반기가 지나자 100만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기 의식을 가지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싸이월드 이후, 왜 또 다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신화를 만들 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소셜 네트워킹은 ‘서비스’가 아니라 ‘문화’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업체가 무언가를 ‘주고’ 이용자들은 그것을 ‘받는’ 개념이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킹의 이용자들은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 지 않는다. 그들은 창조하고, 공유하고, 그리고 확산시킨다. 예를 들어, 가장 잘 나가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중 하나인 트위터 가 한 일은 무엇인가. 그들이 한 일은 사람들이 140자로 상호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 뿐이다. 그 플랫폼이 서비스로 보이는 이유 는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상호 작용인 ‘열린 문화open culture’ 덕분이다. 소셜 네트워킹을 ‘서비스’가 아니라 ‘문화’로 인지한다면, 최근에 변 화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사고의 역전’이 일어 난다. ‘서비스’의 개념으로 소셜 네트워킹을 바라보면 이용자들의 ‘소비’ 에 초점을 두게 되지만, ‘문화’의 개념으로 소셜 네트워킹을 바라보면 이용자들의 ‘창조’가 눈에 들어온다.
  • 31. 싸이월드, 그 이후  31    싸이월드는 소셜 네트워킹 ‘문화’였을까? 나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 각한다. 싸이월드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플랫폼 을 제공했다. 그래서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던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 이 싸이월드를 찾아왔다. 사람들은 일촌을 맺고 그 일촌은 확장됐다. 도시화에 견줄 수 있는 인터넷화, 도시민의 아파트화에 견줄 수 있는 네티즌의 싸이월드 일촌화였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오프라인의 인간관계를 거의 그대로 재 현하여 온라인 일촌을 구축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다음은? ‘그다음은?’이라는 질문과 허전함은 ‘싸이월드, 그 이후’를 예고하고 있었다. 싸이월드가 추락한 이유는 ‘일촌, 그다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 = 일촌’. 하지만 그다음은 무엇인가? 웹을 ‘참여 중심’의 플랫폼으로 바라본 《소셜 웹 기획》에서 조슈아 포터는 많은 사람들이 소셜 웹social web에서 ‘사람’에만 집중하고 그 Designing for the Social Web Joshua Porter New Riders Press (2008) 소셜 웹 기획 조슈아 포터 지음 인사이트 (2008.11)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5012981
  • 32. 3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사람들을 묶어주는 ‘매개체’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슈아의 지적을 받아들여 싸이월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 일 촌은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그 일촌과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 에 싸이월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일촌과 도토리를 주고받 기 위해서 싸이월드를 해야 하는가? 싸이월드는 그 이상의 어떤 새로 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미국의 소셜 웹 생태계에서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흥미로운 현상 중 ‘커피 파티 운동Coffee Party Movement’이 있다. 이것은 소셜 웹에 기반 을 둔 다소 보수적인 시민운동인 ‘티 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에 반발하여 한국계 미국인인 애나벨 박Annabel Park이 시작한 진보 성향 의 시민운동이다. 이 운동은 2010년 1월 26일 페이스북에 팬 페이지 www.facebook.com/coffeeparty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는데, 뜻밖에 많은 사람이 호응을 보이면서 들불이 번지듯이 퍼져 나가 불과 6주 만에 15 만 명이 넘는 팬을 확보했다(en.wikipedia.org/wiki/Coffee_Party_USA). 이 풀뿌리 시민운동의 취지는 간단하다. 의료보험법 개혁과 같이 중 요한 문제에 대해서 침묵만 하지 말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실 때처 럼 의견을 나누고 뜻을 모아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 파티 운동의 좌우명은 ‘일어나자, 잠에서 깨자!Stand Up, Wake Up!’ 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흥미로운 일이 싸이월드에서는 일어 날 수 없을까? 아니 싸이월드에서는 왜 이와 같은 거대한 사회적 움직 임이 시작되지 못할까?
  • 33. 싸이월드, 그 이후  33 싸이월드가 한 가장 위대한 일은, 싸이월드에 수많은 사람을 가입시 켜 수많은 일촌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그다음은? 싸이월드에서 조슈아 포터가 말한, 사람을 묶어주는 ‘매개체’는 무엇이었나? 싸이월 드는 그 매개체를 형성하기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소셜 네트워킹은 ‘서비스’가 아니라 ‘문화’다.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 될 때가 아니라 문맥과 경험이 창조될 때, 그래서 지식과 정보가 새롭고 특별한 의미로 피어날 때 소셜 네트워킹의 생명력은 샘솟고 선순환을 이루며 자생적으로 발전한다. Coffee Party Movement 페이스북에 개설된 커피 파티 운동의 팬 페이지. 웹사이트 주소는 www.coffeepartyusa.com이다. www.facebook.com/ coffeeparty
  • 34. 34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이야기가 길어졌다. 핵심은, 소셜 네트워킹 생태계의 중심이 서비스 제공업체가 아니라 ‘이용자’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용자는 서비스를 ‘수 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혁신의 대가,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에릭 폰 히펠은 이용자 혁신에 대한 명저 《혁신의 민주화》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선도 이용자lead user’ 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용자의 10~40%가 선도 이용자 그룹에 속하는 데, 그들은 R&D 센터가 하는 것보다 더 많은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처럼 이용자는 언제나 ‘창조와 혁신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이용자의, 이용자에 의한, 이용자를 위한 세상’을 열고 있다. 기업이 소비자를 창조하는 시대에서 이용자가 또 다른 이용 자를 창조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싸이월드는 일촌으로 ‘사람’이란 열쇠는 찾았지만 그 열쇠로 ‘매개 체’의 방을 열지는 못했고, 미니미라는 ‘플랫폼’은 만들었지만 그것으로 소비의 패러다임을 넘는 창조의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싸이월드, 그 이후’가 막혀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싸이월드를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개방형’ 시스템 과 비교하면서 ‘폐쇄성’ 문제를 언급한다. 물론, 폐쇄성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싸이월드를 개방형 시스템으로 바꾼다고 해서 트 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경쟁력’은 ‘경쟁 우위’에서 나온다. 싸이월드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처 럼 ‘개방형’으로 변화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으로 경쟁에
  • 35. 싸이월드, 그 이후  35 Democratizing Innovation Eric Von Hippel The MIT Press (2005.03) www.amazon.com/Democratizing- Innovation-Eric-Von-Hippel/dp/0262720477 이 책의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web.mit.edu/evhippel/www/books.htm 서 이길 수 있는 ‘전략적 자산strategic asset’을 획득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싸이월드만의 고유한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떤 패러다임을 선점 해야 할까? 조심스럽지만, 그 답은 사람을 넘어선 ‘매개체’, 그리고 플랫 폼을 넘어선 ‘창조의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생텍쥐페리가 말한 것처럼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누어 주는 대신에 저 넓 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야” 한다. 우리는 사람을 넘어 서 ‘매개체’, ‘창조’, 넓고 끝없는 ‘바다’를 봐야 한다. 싸이월드는 물론이고 현재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그다음은, 사람 들을 ‘광장’에 불러모으는 것 이상일 것이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인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서비스 이상의 그 ‘무엇’일 것이다. 거기에 서 ‘싸이월드, 그 이후’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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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   37 우리의 싸이월드가 ‘인터넷 신화’에서 ‘추억의 그때 그 서비스’로 전락 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애플, 그 이후’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었다. 빌 게이츠가 PC 혁명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이 자연스럽게 잊혀진 존재, 풍운아 스티브 잡스였다. 그리고 왕이 귀환했다. 영원할 것 같던 PC 혁명이 쇠락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디지털 혁명은 빌 게이츠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를 택했다. 빌 게이츠가 설파했던 ‘변화의 속도’를 주도한 것은 MS가 아니 라 애플이었고, 이제 스티브 잡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왕의 귀환’은 비유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처음부터 왕이었 고, 왕이 되고자 했다. 맥킨토시를 통해 진정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를 구현할 때도, 아이튠즈iTunes를 통해 디지털 음악 상거래의 생태계 를 구축할 때도, 아이폰을 통해 통신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을 재편 성할 때도 잡스는 늘 ‘왕’을 목표로 했다.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고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잡
  • 38. 38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그 법칙으로 새로운 시장의 질서를 만들어냈다. 잡스의 화려한 귀환은 마니아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의 주목을 받 았다. 애플이 발표하는 제품마다 세상을 바꾸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듯 하니 ‘애플교 교주’ 잡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디자인 중심 경영 그리고 인문학 과 기술의 접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잡스 본인도 이야기했지만, 인문학 중심 대학인 리드에서의 학습과 젊은 시절 동양 철학과 사상에 탐닉했던 경험이 그의 독특한 IT 세계 관을 구축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CEO들 도 동양 사상을 학습하면 혹은 인문학과 기술을 결합한다면 잡스와 같 은 경영과 혁신을 일궈낼 수 있을까?    이 질문의 요점은 잡스 신화의 핵심이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에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지 묻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디지털 혁 명에서 진정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큰 그림의 단서’를 하나 잡 게 된다. 잡스가 인문학을 사업에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는지는 잘 모 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현실적인 인간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기술을 보완하여 혁신을 완성해왔다는 점이다. 사실 잡스가 ‘최초’로 만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 이스, 디지털 음악의 상거래 생태계, 그리고 스마트폰에 의한 통신 혁명
  • 39.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  39 까지 모두 누군가가 먼저 시도했던 것이다. 잡스가 한 일은 다른 사람이 창조한 기술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대중적인 성공으로 이끈 것 이다. 그것도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무려 세 번이나. 지금은 아이패드와 애플 TV 등을 통해 미디어 산업의 정복이라는 네 번째 도전에 나서고 있는데,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트머스 대학의 비제이 고빈다라얀 교수가 발표한 《혁신의 다른 면》을 읽어보면 올스테이트Allstate, BMW, 팀버랜드Timberland, 그리 고 누코Nucor 등과 같은 기업들의 사례를 연구했더니 경영 실패의 원인 은 혁신innovation의 부족이 아니라 실행력execution의 부족에 있다고 한다. 잡스가 세계 최초의 발명품을 개발하거나 사업 모델을 고안하지 않고도 연달아 성공한 원인을 그의 이론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잡스가 지극히 기술적인 분야에 인문학적 요소를 도입하여 성공했 다는 이야기는 틀린 것은 아닐지라도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승자에게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이유를 붙여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별개의 것이며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The Other Side of Innovation Vijay Govindarajan Harvard Business Press (2010.09) www.amazon.com/Other-Side-Innovation- Execution-Challenge/dp/1422166961
  • 40. 4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잡스 신화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아이튠즈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 튠즈가 성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인간 중심적인 상거래 시스템 덕분이 었을까? 아이튠즈의 성공 사례에는 잡스가 할리우드 유배 시절에 배운 ‘현실적 균형점’이라는 지혜가 숨어 있다. 21세기 초에 p2p 파일공유 기술peer to peer file sharing technology 이 등장하자 음반업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당시 음악 산업은 카세트 와 CD 매체에 음악을 담아 판매하는 전통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즉, 음악 산업의 주요 ‘수익원’은 ‘복제’라는 ‘가치’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 상업적 유통망과 수익 구조를 우회하는 새 로운 방법이 p2p 파일공유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다. 자유롭게 이용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서 파일을 공유하는 기술이 음악 산업을 떠받치는 가치를 위협하게 된 것이다. 음악 산업계의 처지에서 보면 당연히 전쟁의 시작이었다. 자신들의 수익원을 갉아먹는 p2p 파일공유 기술은 절대 용납할 수가 없으니까. 음악 산업계와 p2p 파일공유 기술을 이용하려는 서비스 업체들은 초 기의 p2p 파일공유 기술부터 시작하여 그 기술의 정점에 도달한 서비 스 ‘냅스터Napster’를 지나 법정 공방의 핵심에 있었던 ‘카자Kazza’에 이 르기까지 치열하게 부딪히며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문제는 파일공유가 준법이냐? 위법이냐 하는 갈등을 넘어 서는 큰 이슈였다. 음악의 디지털화에 의한 음악 산업의 변화, 그에 따 른 사회적 변화를 놓고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디지털 시대에서는 파일을 복사,
  • 41.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  41 공유하는데 드는 비용이 ‘0’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할 때 한계생산비용 이 ‘0’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그 가격은 한계생산비용 에 수렴하여 ‘0’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DRM(디지털 콘텐츠 권리 관 리) 같은 기술적 제한을 걸고 저작권법 강화 같은 법적 방어를 통해서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 behavior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게다 가 파일공유 기술은 동시에 문화적, 정치적으로 기존의 상업적 유통망 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개방과 공유, 참여의 장을 만들어내며 소 위 웹 2.0 정신의 서곡을 울린 바 있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무 시하고 이들을 단순히 위법 대상으로 조치할 수 있을 것인가? 문을 닫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했던 냅스터와 달리 카자는 이 같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해와 지지에 힘입어 법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카자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카자의 ‘오픈’ 비즈 니스 모델은 무한한 자유를 약속하는 바람에 통제의 한계를 가지고 있 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직이 방대해지고 중심축을 잃은 카자는 곧 쓰레 기 더미와 비슷한 곳이 돼버렸고, 경영진은 카자를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음악 산업계도 기대했던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p2p 파일 공유 기술을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소송을 제기하여 위협 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 역시 지쳐 버렸다. 개방 과 공유의 오픈 컬쳐가 디지털 세계의 질서로 정착되고 있기 때문에 장 기전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잡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변화에 저항하는 데 지친 음악업계
  • 42. 4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와 지저분해진 p2p 기술 서비스에 넌덜머리가 난 이용자들에게 깔끔 하고 세련된 절충안을 제시했다. 콜롬비아 로스쿨의 통신법 전문가인 팀 우가 《인터넷 권력전쟁》에 서 지적한 대로 잡스의 절충안은 음악 산업계의 오프라인 권력은 그대 로 유지하되 온라인에서는 변화를 시도한 것이었다. 오프라인에서 판 매하는 음악 CD 한 장의 가격은 변화가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음악을 곡 단위로 판매하여 소비자가 내는 비용을 크게 낮추고 서비스, 네트워 크, 하드웨어 등을 긴밀하게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잡스 의 해법은 새롭고 충격적인 것이 아니라 새롭고 충격적인 일을 좀 더 세 련되고 보수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잡스는 역설적으로 ‘보수적 혁신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잡스는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의 귀는 혁명가의 웅변과 대중의 잡담을 모두 들을 수 있으며, 혁명가의 이상으로 대중의 소비를 만족하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잡스의 인문학은 고매한 철학이 아니라 ‘할리우드 정신’이다. Who Controls the Internet Jack Goldsmith, Tim Wu Oxford University Press (2006.03) 인터넷 권력전쟁 잭 골드스미스, 팀 우 공저 뉴런 (2006.11)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2531946
  • 43.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  43 따라서 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혁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그가 할리우드에 가서 무엇을 깨닫고 실리콘밸리로 돌아왔는지, 과거의 이 해관계와 혁신의 가치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와 균형을 추구했는지 배 워야 한다. 만약 잡스에게 인문학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IT 현실주의’ 일 것이다. 우리가 잡스에게 교훈을 얻어 디지털 혁명에 대한 우리 나름 의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면 이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이상의 날개는 현실의 대기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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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   45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디지털 혁명을 위한 큰 그림을 구체적으 로 그릴 수 있을까? 먼저, 정부 측의 답변이다. 아이폰 열풍이 한껏 높았던 2010년 3월 30일,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서바이벌 게임’으로 키워보겠다는 대한 민국 정부의 야심에 찬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 과감한 발상은 지식경제 부에서 나왔다. 그 골자는 다음과 같다. 고교, 대학생, 대학원생의 후보 학생 중에서 우수한 학생 100명을 선발한 뒤에 다시 3단계 관문 탈락 제를 통해 최종적으로 10명을 선발하여 그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 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해서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러나 이 계획은 불발로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첫째,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나 지금 이 시기에 학생이라고 해 도 그런 방식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앞서 말한 서바이벌 게임이서한국 IT의 미래일 수는 없다
  • 46. 46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것처럼 잡스의 도전과 혁신으로 일관된 인생을 생각해볼 때 그는 남이 정해 놓은 게임의 법칙을 받아들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늘 스스로 자신만의 게임을 창조하고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새로운 성공의 방정식 을 찾아냈다. 둘째, ‘실패’를 대하는 정부 정책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혁신가였던 잡스의 인생에서는 실패가 실패의 뒤를 이었다. 최근 그의 대성공은 거 의 막판 역전 드라마와 다름없다.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 나기까지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는 PC 시대를 독점한 MS와 빌 게이츠에 철저히 밀려 있었다. MS의 윈도우가 등장하기 이전에 최초의 대중적인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매킨토시 컴퓨터와 운영 체계를 만들고도 ‘루저’ 중의 루저 취급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3단계 관문 탈락제? 우리가 실패를 ‘성장의 과정’이 아닌 ‘자 격의 부족’으로 보는 문화와 제도를 고수하는 한 ‘탁월한 실패’를 통해 성공을 일궈낸 잡스와 같은 인재를 발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기존 사고를 답습하는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책, ‘한국판 스티브 잡 스 만들기’가 정부 정책으로 발표될 수 있었던 까닭은, 정부가 IT를 대 학입시용 수능 과목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바이벌 게임으로는 IT 천재, 전략적 IT 산업은 육성되지 않는다. IT는 대학입시용 수능 과목이 아니라 ‘예술’이기 때문이다. 지 난 IT의 역사를 생각해보자. IT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들, MS 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wrence E. Page 같은 인물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가
  • 47. 서바이벌 게임이 한국 IT의 미래일 수는 없다  47 지고 있다. 그것은 그 시대의 IT를, IT의 그 시대를 정의하고 선도할 수 있는 ‘사고의 혁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MS의 빌 게이츠는 PC 시대를 열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IT와 미디어를 융합시켰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정보 민 주화의 혁명을 일으켰다. 시애틀의 유력한 자산가를 아버지로 둔 빌 게 이츠는 조금 예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배 고프고 가진 것은 머리, 열정, 이상밖에 없는 처지에서 출발했다. 거대 자본력도 없는 이들이 단순한 성공이 아닌, 시대를 흔드는 혁신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사고’ 때문이다. 이것은 예술과 상통하는 바가 크다. 인상파 화가 피카소를 생각해보 자. 그가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에 그렇게 인정을 받은 것인가? 아니다. 그는 잘 그리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했기 때문에 인정을 받았다. 예 술사에서 위대한 예술가들은 ‘잘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잘하는 것 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IT에서도 엇비슷한 맥 락의 역사가 반복됐다. ‘파괴적 혁신’, 패러다임을 뒤집는 ‘예술적 사고’ 가 IT를 이끌어왔다. IT는 예술이다.  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국에서도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일단 ‘만든다’는 생각을 버리자. 인간의 창조성이란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다. 언어학을 배운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MIT의
  • 48. 48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현대 언어학을 새로 쓴 촘스키는 말했다. ‘언어는 본능’이라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고, 그것이 다시 인간을 정의한다고. 그리고 그가 말한 언어의 특성이란 다른 종의 동물 이 따라잡거나 기계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무한한 창조성’이다. 인간 은 누구나 그 창조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따라서 문제는 창조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창조성을 죽이는 제도와 문화다. 2001년 3월 28일 대만에서 MIT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레스터 써로 우가 〈지식 기반 경제와 글로벌 경쟁: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 제로 강의를 했다. 강의의 뒷부분에서 써로우는 급성장하는 아시아가 지식 기반의 세계 경제에서 주도권을 발휘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교육을 꼽았다. 여기에서 교육을 ‘인재를 선발하 Knowledge Based Economy and Global Competition: Its Impact on Asia Lester Thurow (2001.03.28) http://video.mit.edu/watch/ knowledge-pacific-conference- based-economy-and-global- competition-its-impact-on- asia-9890/
  • 49. 서바이벌 게임이 한국 IT의 미래일 수는 없다  49 고 육성하는 시스템’으로 좀 더 폭넓게 생각하면, 오늘날 우리의 소프 트웨어 산업정책은 써로우의 경고와 조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해결책은 간단하다. ‘더 쉽 게,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실패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육성하는 것이다. 서바이벌 게임의 정반대 길을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스티브 잡 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잡스와 같은 인물은 표준화된 공 장의 제조 방식으로 만들 수 없다. 그 대신 고유한 창조성과 도전정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더 넓은 기회의 대지를 마련해준다면 그들은 알 아서 날개를 펼 것이다. 너무 낙천적인 생각일까? 하지만, 희망의 근거는 있다. IT가 ‘외국어’ 가 아닌 ‘모국어’인 세대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언어를, 성장한 이후에 외국어로 배운 사람에게는 그 언어를 창조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엄청난 도전이겠지만, 그 언어를 모국어로 배운 사람에게는 그저 ‘본능’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IT를 본능적으로 다룰 수 있는, 예술로 활용할 수 있는 수백 만의 인력, 자라나는 넷 세대Net generation를 가 지고 있다. 이를테면 2009년 말에 수도권 버스 정보 프로그램인 ‘서울 버스’를 만들어 아이폰 앱스토어에 무료로 공개했던 고교생 개발자 유 주완 군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미 다 죽은 것 같은 고목에 단 한 송이 의 꽃이라도 핀다면 나무의 뿌리가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 IT에 희망은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아직 ‘미래’는 남아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일은 그 가능성의 씨앗들이 실제 열매로 맺어질 수 있
  • 50. 5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도록 더 쉽게, 더 빨리, 더 많이 실패할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디지털에서 태어나고 세계화로 달려가는 시대에 자 라난 이 세대에게 인간과 기계, 사회와 기술이 하나로 통합되는 새로운 세계 소셜 웹Social Web 플랫폼에 대한 열정과 비전을 심어주고, 그들 이 실험과 도전을 거듭하며 탁월한 실패를 통해 혁신과 창조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장을 세워주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시용 이벤트나 서바이벌 게임을 넘어서는 것이다. 창조와 혁신을 위한 생태계ecosystem와 소셜 아키텍쳐social architecture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그 이상을 꿈꿔보는 것도,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IT 그리고 그 IT가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사회적 인프라를, 미래를 꿈 꾸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 51.   51 디지털 혁명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이제는 지피지기 백전무태知彼知己 百戰無殆를 준비할 때다. 먼저 현재의 격전지인 스마트폰 전장에서 ‘폐쇄형’ 플랫폼이라 불리는 iOS와 ‘개방형’ 플랫폼이라 불리는 안드로이드의 ‘실체’부터 생각해보 자. iOS는 정말 ‘폐쇄적’이고 안드로이드는 정말 ‘개방형’일까. PC 시 장에서 MS와 IBM 연합군이 애플의 아성을 무너뜨렸던 과거의 역사가 모바일 시장에서도 재현될 것인가. 한 마디로 ‘오픈’이 답인가? 2010년 1사분기 북미 시장에서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애플 아이폰을 추월했다. 360만 대 300만. IT 시장조사 전 문업체 가트너Gartner의 보고다. 그동안 개방형 플랫폼이 통제형 플랫 폼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해온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보강할 근거를 하나 더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 시장, 오픈이 답인가 스
  • 52. 5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하지만, 정말 오픈이 답인가? 불과 수년 전까지 노키아는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제왕이었지만 지금은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2 월 노키아는 자사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심비안Symbian을 오픈 소스 로 공개했고, 2011년에 진행될 노키아의 운영체제 발전계획을 살펴보 면 미들웨어 위주로 오픈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키아는 오픈 정책을 선택한 효과를 아직 얻 지 못하고 있다. 한편, 애플의 아이폰보다 더 통제적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캐나다의 림은 2010년 상반기에 전 세계 5대 휴대전화 제조업체 중 하나로 등극 했다. 림의 주력 모델은 일명 오바마폰이라 불리는 비즈니스 전용 스마 트폰인 블랙베리blackberry다. 물론 신생업체인 림은 아이폰, 갤럭시S 등 좀 더 고급화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력과 기 술력 약세라는 현실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도 전통의 강호 노키아가 추락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전문 제조 업체 림의 선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오픈‘만’ 답이 아니다. 오픈을 선택하면 무조건 승리의 왕관 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하는 것 과 달리 오픈은 매우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는 전략이다. 오픈 진영에서 성공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리눅스Linux와 위키피디 아Wikipedia를 생각해보자. 천재 해커인 리처드 스톨만Richard Stall- man이 유닉스 상용화에 반발하여 1984년에 시작한 GNU(GNU는 ‘상
  • 53. 스마트폰 시장, 오픈이 답인가  53 용화된’ 유닉스가 아니라는 뜻) 프로젝트는 그의 기대만큼 대중화되지 못했 다. 그러다가 1991년 핀란드의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가 운영체제 의 핵심인 커널을 개발해 공개하면서 리눅스로 발전하여 큰 성공을 거 두었다. 위키피디아는, 본래 위키라는 소셜 웨어로 1994년에 워드 커닝 엄Ward Cunningham에 의해 개발되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다가 2001년에 백과사전이라는 딱 맞는 성장 모델을 찾아 브리태니커와 견 줄 수준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오픈이 더 싸고, 더 쉬운, 그래서 더 나은 플랫폼이라고 생각 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예를 들어,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애플의 아이 폰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더 우수해서 가 아니라 구글의 오픈 ‘동맹’ 전략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Open Handset Alliance - Android overview www.openhandsetalliance. com/android_overview.html
  • 54. 54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초기에 불안했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버전 2.2를 맞으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고, 삼성의 갤럭시S와 같이 아이폰과 성능에 차이가 거의 없는 단말기가 등장했다. 그동안 축적해놓은 안드로이드 앱 마켓 의 경쟁력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고, HTC 등 신흥 스마트폰 제조업체 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그동안 안드로이드 동맹체제가 견고하지 못하 여 애플의 아이폰에 맞서지 못했지만 이제 반전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 된 것이다. 그러나 잡스와 애플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주요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의 프레드 볼게스타인이 지적한 것처럼, 만약 애플과 구글의 전쟁이 정말 ‘플랫폼’ 전 쟁이라면 그 전쟁은 아이폰 판매대수 가 안드로이드폰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iOS는 아이폰 에만, 안드로이드 역시 스마트폰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OS는 글로벌 히트 상품 중 하나인 아이팟 터치의 운영체제이다. 따라서 애플은 ‘아직’ 밀리지 않았다. 그들은 다소 치열하고 불리해진 스마트폰 시장의 상황을 태블릿, TV 등과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 또다 시 빠르게, 강하게, 그리고 압도적으로 치고, 뚫고, 미는 전략으로 극복 하려 할 것이다. 게임의 법칙을 새로 짜는 것이 그들의 특기다. 여기서 주목할 내용은 구글의 오픈은 그냥 오픈이 아니라 ‘동맹’의 촘촘한 ‘스케일’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애플의 통제는 그냥 통제가 아 Doing the Math on Android vs. Apple Fred Volgestein (2010.6.28) www.wired.com/epicenter/2010/07/ letter-from-silicon-valley-doing-the- androidapple-math/
  • 55. 스마트폰 시장, 오픈이 답인가  55 니라 스마트한 ‘스피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살벌한 개 방과 달콤한 통제의 싸움이다. 그래서 이 싸움은 쉽지 않은 싸움이다. 단순히 플랫폼의 성격 차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   그럼에도, 개방과 통제 플랫폼이 자꾸만 이슈가 되는 까닭은 아무래도 애플의 과거 때문일 것이다. 애플 II로 PC 상용화를 먼저 시작했음에도 MS와 인텔의 영리한 오픈 동맹 전략에 무릎을 꿇고 결국 황제가 실리 콘밸리에서 할리우드로 유배되어야 했던 그 과거 말이다. 그러나 잡스도 옛날의 잡스는 아니다. 이 30년 묵은 벤처 기업가는 여전히 배고프고 영리하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아이튠즈, 아이폰, 아 이패드…… 여우처럼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잡 스는 우직하게, 보수적 혁신주의자로서 캘리포니아의 남과 북의 통일,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의 결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구촌 정보 통 합과 개방의 기치를 내세운 구글,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를 지향하는 페이스북과 다르게 애플의 사명은 애매하지만, 그러나 은연중 확실하 다. 영국 옥스퍼드의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이 그의 평론서 《고슴도치 와 여우》에서 지적한 문학의 톨스토이처럼, IT의 잡스는 다양한 시도 를 벌이는 점에서는 여우의 재주를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목표를 지향 한다는 점에서는 고슴도치다.
  • 56. 56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아이튠즈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애플의 거대한 매출 중 일부에 지 나지 않고 애플의 수익 대부분은 기기 판매에서 나온다. 따라서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폐쇄형 플랫폼을 포기할 리 없다. 그 리고 과거 PC 전쟁 시절의 모습과는 다르게 앱 생태계를 조성하고 협력 업체를 끌어들여 다양하고 유용한 앱을 공급해 폐쇄형 플랫폼의 단점 을 극복하고 있는 애플이 쉽게 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므로 역사는 반복되곤 하지만, 다르게 전개될 여지도 충분히 남 아 있다. 오픈을 정의하고 적용하는 것에 맹점과 한계가 많다면 개방형 플랫폼과 통제형 플랫폼의 싸움은 이론과 현실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 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택은 이론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을 초월한 소비자의 결정에, 그들의 기호와 취향에 의해서 이루어지 기 때문이다. 미래는 과거에 의한 단편적 답습만으로 예측할 수 없다. 이론이 아니 라 현실이 곧 시장이고 미래다. The Hedgehog and the Fox Isaiah Berlin Ivan R. Dee, Publisher (1993.01) 고슴도치와 여우 이사야 벌린 지음 애플북스 (1997.04) book.naver.com/bookdb/book_ detail.nhn?bid=6314604
  • 57.   57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어나는 플랫폼 전쟁의 기준을 살펴본 다음, 이제 우리의 행선지는 트위터다. 단순히 최근에 인기있는 서비스 중 하나여 서가 아니다. 디지털 혁명을 통해 구축되는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를 트 위터를 통해서 한 단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인류학을 연구하는 옥스퍼드대 던바 교수의 소위 ‘던바 숫자 Dunbar Number’에 따르면 페이스북 친구 를 늘리거나 트위터에서 팔로워를 늘리는 트위터의 낯선 친구와 트만남이 필요한 이유 How Many Friends Does One Person Need? Robin Dunbar Faber and Faber (2010.02) www.amazon.com/Many-Friends- Does-Person-Need/dp/0571253423
  • 58. 58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일에 과도하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언어를 비롯한 사 회적 작용과 관련이 있는 대뇌의 신피질이 포용할 수 있는 인간 네트워 크의 수가 15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150명을 넘어서는 페이스북 친구나 트위터 팔로워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150명을 넘어서는 페이스북 친구와 트위터 팔로워는 큰 의미 가 없을까? 그렇다면 정기적으로 내게 자주 연락하는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를 구분하여 가지치기해서 관리 비용을 감소시켜야 할까? 중국 전국시대의 패자 중 한 명이었던 맹상군은 거느리던 식객이 무 려 수천 명에 이르렀는데 그중에서 유능해 보이는 사람만이 유용했던 것은 아니었다. 계명구도鷄鳴拘盜, 닭울음 소리 잘 내는 사람과 개 흉내 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고사성어가 남아 있듯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식객도 중요한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맹상군의 목숨을 구하고 그가 천 하에 위명을 높이는데 큰 공을 세웠다. 맹상군이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와 덴바 교수의 조언을 듣고 식객의 수를 150명으로 엄격히 제한했더 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1969년에 마크 그라노베터가 쓴 역사적인 논문 〈약한 연결의 힘〉은 잘 모르는 사이가 필요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라노베 터는 이 논문에서 직업을 구하고 점포를 열고 최신 유행이 전파될 때 강한 연결, 막강한 친분이 아니 라 약한 연결, 사소한 사귐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 냈다. 이것은 인간관계의 네트 The Strength of Weak Ties Mark Granovetter www.stanford.edu/dept/soc/ people/mgranovetter/documents/ granstrengthweakties.pdf
  • 59. 트위터의 낯선 친구와 만남이 필요한 이유  59 워크가 몇 개의 클러스터로 나뉘어 있는데, 클러스터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약한 연결’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가볍게 아는 사 람은 우리가 익숙한 관계의 밖에 있지만 ‘계명구도’처럼 예기치 않은 도 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석은 어떠한 결론을 암시할까? 150명 이상은 무리라는 옥스퍼드 석학의 조언을 무시하라는 말인가? 아니다. 150명을 넘어 온 라인 인맥을 무한팽창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효과적인 온라인 인 맥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기존의 관계 맺기 방식을 한 번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트위터가 제공하는 관계 맺기 방식은 자기 주도적 혹은 편 의적 친구 맺기 방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내가 좋으면 따르고, 싫으면 떠 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맺어지는 관계가 철저히 나의 기호와 선호와 취향과 관심을 따른 결과라면 나의 인간관계는 그 숫자가 150 명이든 1,500명이든 하나의 네트워크 클러스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 것은 덩치만 컸지 ‘약한 연결의 힘’에서 생각했을 때 그렇게 유용한 네 트워크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나. 그 대안은 기존의 관계 맺기 방식을 벗어난 관계 맺기를 온라인 인맥 형성의 전략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온라인 인 간관계의 힘은 사이버 공간을 통하지 않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완전한 우연으로 중대한 발견이 이루어지는 것 을 의미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다. 따라서 디지털 인간관계 형성과 확대의 차별화된 특징을 활용하면서, 그리고 클러스터로 나뉜 네트워
  • 60. 6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크 사이를 연결하는 약한 연결의 힘을 이해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좁은 관심의 우물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익숙한 같음이 아니라 낯선 다름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SNS로 친 구를 만들 이유는 분명해진다. 그것이 바로 트위터에서 낯선 친구와의 만남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실험을 넘어서 실용적인 의미에서 써봐야 할 까닭이다.
  • 61.   61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마지막 준비는 페이스북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 이다. TGiF 열풍의 대미大尾로서 장차 10억의 이용자를 확보하여 관계 기반 인터넷 비즈니스인 소셜 커머스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페이스북은 당연히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타임지가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를 인터뷰 한 기사를 보면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이해하 지만, 그들은 자신을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로 생각한다. 페이스 북의 정체를 말하다페 Future of Facebook Time.com (2007.07.17) www.time.com/time/business/ article/0,8599,1644040,00. html
  • 62. 6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일례로 2010년 상반기에 페이스북이 연례 회의인 F8에서 공개한 ‘소 셜 그래프social graph’는 웹을 개인화하기 위한 도구다. 쉽게 말하면, 페이스북이 가지고 있는 이용자 정보와 그 이용자가 사이트들을 이용 하면서 만들어내는 정보를 상호 오픈된 시스템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개인의 취향과 목적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 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소셜 그래프라는 플랫폼을 통해 페이스북의 영향력과 경쟁력이 더욱 강화 될 것이다. 현재 가입자 수가 약 5억 명이나 되고 머지않은 미래에 10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페이스북의 미래라는 점 에서 모두 이 서비스에 주목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와 그들 사이의 관계 정보를 기술적으로 분석해놓은 소셜 그래프가 페이스북 의 숨겨진 성장 엔진이라는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 주목받아왔다. 댄 파버는 ZDNet에 기고한 〈페이스북: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라는 글에 서 페이스북의 히든카드로 소셜 그래프를 소개한 바 있다. 소셜 그래프 가 웹 생태계 차원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시된 것은 ‘새로운 일’이지 만 소셜 그래프 자체는 ‘새롭지 않 다.’ 따라서 소셜 그래프보다 더 의 미심장한 부분은 페이스북이 자신 을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회사가 페이스북이 그리는 ‘웹의 개인화’ 김철환 (2010.04.23) www.bloter.net/archives/29843 Facebook: The social Web utility company Dan Ferber (2007.05.24) www.zdnet.com/blog/btl/ facebook-the-social-web-utility- company/5152
  • 63. 페이스 북의 정체를 말하다  63 아니라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다. 그리고 이것은 소셜 그래프라는 플랫폼이, 페이스북이라는 유틸리 티 회사가 앞으로 웹 생태계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 것인지 힌트를 준다 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유틸리티는 사람들이 쓰기 싫어도 쓸 수밖에 없는 생활의 필수적인 인프라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전기, 수도, 우편 같은 것이 유틸리티에 해 당된다. 이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페이스북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더 좋은 전구’나 ‘더 좋은 전구를 파는 서비스’가 아니다. 다른 회사들 이 더 좋은 전구를 만드는 방법(제조업)과 더 좋은 전구를 파는 방법(서비 스)을 연구하고 있을 때 그들은 거대한 발전소를 설계하여 세우고(소셜 그래프) 그 발전소(유틸리티)를 토대로 하여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조하 려고 한다. 그들은 웹만 개인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화된 웹을 기 반으로 하여 상업의 ‘거래’ 행위 자체를, 그 거래 행위의 ‘기반’인 ‘신뢰’ 자체를 디지털화하려는 것이다. 사실 IT 업계에서 이와 같은 유틸리티를 먼저 생각하고 만들어낸 것 은 MS였다.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에 MS-DOS라는 운영체제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PC가 필수적인 사무 도구가 아닐 때 PC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비용 절감을 상 상도 할 수 없는 환경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를 통해서 천문학적인 부를 구축하고 전 세계를 장악했다. 그렇다면 MS와 페이스북, 두 회사의 유틸리티는 어떻게 다른가? 페 이스북의 유틸리티가 의미심장한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 64. 64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MS와 페이스북의 유틸리티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 번째 차이점은 유틸리티의 기능이다. MS는 ‘비용 절감’의 측면이 컸다. PC를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외부의 가치’가 아니었다. 규모 감소, 리엔지니어링, 구조 조정이라는 과거의 트렌드를 생각해보자. ‘내 부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컴퓨팅 파워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 경영에서 컴퓨팅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영역은 마케팅과 혁신의 영역이다. 웹 생태계를 활용하는 입소문 홍보전략인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과 개방형 혁신인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컨설턴트 분야의 관용어가 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웹에 의한 경영 환경의 변화, 달리 말하면 이윤 순환의 구조적 변화가 ‘내부 비용’에서 ‘외부의 가치’로 중심을 이동하 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연히 페이스북은 유틸리티 기업으로서 ‘비용 절감’보다 ‘가치 창조’ 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두 번째 차이점은 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과거에 웹은 일부 컴퓨터 매니아computer geek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그것이 인터넷, 월 드와이드웹, 이메일 등이 개발되던 시대의 특징이었다. 그 후 웹은 기업 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는데, 이때가 우리가 얼마 전까지 살았던 MS의 PC 시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로 넘어왔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는 2011년 한국 나이로 28세다. 컴 퓨터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다루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새로운 창조
  • 65. 페이스 북의 정체를 말하다  65 성으로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웹은 모두의, 모두에 의한 것이다. 물론, 웹이 ‘모두를 위한’ 것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웹이 상업화되 는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유화된 웹은 경 제적 격차에 따른 정보 접근에 대한 차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웹의 민주화’는 파도처럼 멈추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구글 이 한 것은 웹을 통한 ‘정보의 민주화the democratization of information’ 였다. 실제로 구글은 ‘정보의 민주화’를 회사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 애 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컴퓨팅의 민주화 the democratization of computing’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등장은 이 제 미취학 아동도, 고령층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기기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컴퓨팅이 비용 절감에서 가치 창조로 중심을 이동하고, 컴퓨 팅에 기반을 둔 웹 생태계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는 시대다. 따라서 이 시대의 유틸리티 - 페이스북이 만들고자 하는 유틸리티는 사 회의 가치 창조에 주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는, 사회 혁신social innova- tion을 선도하는 유틸리티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와 같은 사회 혁신이 등장할 때가 바로 ‘변화’ 의 절정이었다. 세상을 바꾼 것은 증기기관이 아니다. 산업혁명이 새로 운 이념과 조직을 만들어낸 후에야 오늘날의 국가 조직, 상거래, 정치 활동이 등장했고, 무엇보다도 회사의 경영이 사회 전반에 확산한 후에 야 현대 사회가 시작되었다. 이것은 경영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이코
  • 66. 66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노미스트〉에 기고한 《앞으로의 길》 에서 우리에게 남겨준 지혜다. 기계 의 등장이 아니라 그 기계를 쓰는 사 람이 조직을 변화시켰을 때 진정한 사회적 변혁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것은 앞으로 다가올 대변혁의 일 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변화를 기다리며 실망해왔다. 정보화 혁명은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정보가 더 많은 사회가 도래했을 뿐이었 다. 네트워크 사회 역시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네트워크라는 틀로 새로 운 조직이 확장되고 기존 조직과 관계 맺는 방법을 정의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드디어 때가 왔다. ‘소셜 웹’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웹 생태계는 사회 전체와 연관을 맺고 있으며, 과거의 전기나 철도에 견줄 수 있는 새로운 유틸리티가 등장하여 사회에 새로운 혁신과 창조의 기 반이 쌓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사회 전체로, 미래로 확산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큰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의 CEO인 마크 주커버 그가 페이스북의 연례회의인 F8에서 그 변화를, 그 미래를 이야기했다. 미래는 소셜 그래프에 있지 않다. 소셜 웹 유틸리티에 있다. 웹의 소 셜화를 넘어서, 소셜화된 웹과 동시에 웹화된 사회를 기반으로 한 새로 운 사회 창조와 혁신에 있다. MS와 페이스북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새 로운 유틸리티, 그것이 페이스북 아닌 또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그 리고 그 유틸리티가 등장한 이후에 나타날 사회의 변화가 무엇일지 생 각해볼 때가, 변화의 길목에 서 있는 바로 지금이다. The Way Ahead Peter F. Drucker (2001.11.01) en.wikiquote.org/wiki/Peter_ Drucker
  • 67. 제2장   67 디지털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 68. How The World Spends Its Time Online source: www.visualeconomics.com www.visualeconomics. com/how-the-world- spends-its-time- online_2010-06-16/
  • 69.   69 1989년 11월 9일. 서독과 동독,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을 나누던 경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이것은 그 후 3년 뒤에 일어날 대변혁, 소비에 트 연합의 붕괴로 시작된 탈냉전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장벽 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온라인과 오 프라인으로 구분된 두 세계의 경계, PC(개인용 컴퓨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왜 PC가 원자atom와 비트bit의 세계를 나누는 경계인가? 그 이유는 단순하다. 원자의 세계에서 비트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PC였기 때 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이 문이 ‘한 번에 한 명의 사용 자가 사용하도록 디자인된 문’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개인용 컴 퓨터 ‘PC’의 정의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이루는 PC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이다PC
  • 70. 70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것은 무슨 말인가? 그것은 PC가 그 경계로서의 기능을 이제는 하지 못 한다는 것, ‘한 번에 한 명의 사용자가 사용하는’ 컴퓨팅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것은 사실일까? 현재 웹 생태계에 불고 있는 가장 큰 조류, 클라우드 컴퓨팅과 휴대용 디지털 기기 혁명에서 그 이 유를 찾아보자. 먼저,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클라우드 컴퓨팅의 입문서로 꼽히는 IT 컨설턴트 니콜라스 카의 《빅 스위치》를 보자. 에디슨의 시대 에는 전기를 사용하기 위하여 발전소를 직접 소유해야 했지만, 이후 중 앙공급자가 전기를 생산하여 공급해주는 방식으로 발전했던 것처럼 컴 퓨팅도 변화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 개인 이 하드웨어, 운영체계, 소프트웨어, 데이터를 직접 ‘소유’해야 했지만 오늘날 구글의 시대에서는 중앙 공급자가 모든 것을 공급하고 관리하 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 클라우드 컴퓨팅 은 웹 생태계에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어서 PC 에 의해 발생한 장벽을 허물고 통합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The Big Switch Nicholas Carr W. W. Norton & Company (2008.01) 빅 스위치 니콜라스 카 지음 동아시아 (2008.11)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5116465
  • 71.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이다  71 클라우드 컴퓨팅이 눈에 보이지 않는 거시적 흐름이라면, 눈에 보이 는 작지만 큰 움직임이 바로 휴대용 디지털 기기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과 같은 ‘스마트’해진 휴대용 디지털 기기의 등장은 클라우드 컴 퓨팅이 만들어내는 지구적인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의 형성·확장·진화 와 연관이 있다. 보이지 않는 ‘비트의 바다에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휴대용 디지털 기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후 고교생 프로그래머 유주완이 개발하여 무료로 공개한 ‘서울 버스’는 당시 휴대전화 사용자 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휴대용 디지털 기기가 결 합하여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의 유용함을 실생활에서 처음으로 경험 했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공개되고 공유되고 진화하고 있으며, 그 데이 터에 언제 어디서나 접속하고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 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정리해보자. 클라우드 컴퓨팅이 PC 컴퓨팅 의 내부적 한계인 비트와 비트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전 세계 지식 과 정보를 하나로 통합하고 있다면, 모바일 혁명과 휴대용 디지털 기기 의 보편화·대중화는 책상 위desktop, 무릎 위laptop 컴퓨터를 손안으로 옮겨서 PC 컴퓨팅의 외부적 한계인 원자와 비트 사이의 장벽을 제거하 고 있다. 즉, 클라우드 컴퓨팅은 우리가 공유하고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폭을, 모바일 혁명은 그러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 할 수 있는 수단의 휴대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 72. 72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   그렇다면 이와 같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PC 이후의 시대를 우리는 어 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호기심 차원의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 사회에서 IT란 하나의 산업 분야가 아니라 이 사회 전체 의 인프라다. 둘째, IT 인프라의 변혁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인프 라의 재정의를 뜻하며 사회의 발전 가능성과 방향성에 큰 변화를 일으 킬 수 있다. 따라서 PC 이후의 시대에 지각 변동은 IT 분야에서만 일어 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 전체로 확대되는 큰 변화일 것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변화의 맥을 잡 는 방법의 하나는 경영의 대가 피터 드러커가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앞으로의 길》에서 말한 것처럼, 기술 그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그것이 인간, 조직, 문화를 어떻게 변화 시키는지 주목하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큰 변화를 이끌 어내지 못했다. 기술이 등장하 고 나서 그것을 활용하는 세력이 성장하여 그 기술이 사회 전체의 인프 라가 되었을 때 가서야 비로소 진정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기가 발명되었을 때 그것이 사회를 바꿀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었 지만, 실제로 그 기술이 비전이 통신과 방송 산업 등으로 구현된 것은 웹2.0을 위한, 죽은 드러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비전 디자이너 (2009.12.10) www.bloter.net/archives/20510
  • 73.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이다  73 전기의 혜택을 누리고 자란 세대가 그것을 창조적으로 응용한 뒤였다. 드러커는 지난 산업화 시대의 역사 속에서 변화의 주체는 언제나 ‘인 간’이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조직인 ‘회사’에 주 목하여 회사의 실제적 운영 원리, 사회적 기능, 역할 등에 대해 관심을 두고 ‘경영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체계를 만들었다. 아시다시피 회사라 는 조직체의 결정력과 실행력을 다루는 학문인 ‘경영’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현대 사회 자체를 정의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의 심할 여지 없이 경영의 논리가 사회의 이념이 된 시대, 경영의 시대다. 그렇다면 PC 이후의 시대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드러커가 20세기에 했던 것처럼 미래를 정의함으로써 미래를 창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혁명을 통해 IT가 사회 전체 의 인프라가 되어가는 눈부신 기술에 현혹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기술 이 인간, 조직, 문화에 일으키는 보이지 않는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 이다. 산업화 시대에 ‘회사’가 있었다면 지금은 ‘온라인 이용자 커뮤니티’ 가 있다. 그 변화의 상징이 리눅스와 위키피디아다. 이용자들이 재미삼 아 호기심으로 만든 리눅스 오픈소스 운영체제가 2007년 2분기를 기 준으로 전체 서버 시장의 12.7%를 장악했다. 이용자들이 여가 시간에 지식을 덧붙여서 만들어낸 온라인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고가의 전문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와 경쟁을 하고 있다.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The Nature〉가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과학적 사실에 대한 기술의 오류결과를 비교해볼 때 브리태니커와 위키피디아